대긍정일기2016. 10. 17. 20:43

 

 

어딘지 모르게 무겁고 예민하고 우울한 얼굴로 시작한 하루.

단박에 어디 아프냐고 묻는 사람이 있어서 '아차' 싶었다.

이런 무거움을 느끼면서도 뾰족한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니고,

이유가 있다고 해도 도무지 알 수가 없어서 이대로 지나가기를 그저 묵묵히 기다릴 수밖에 없다.

다만 이런 상태일 때 사람들에게 비슷한 느낌을 전할 수밖에 없다는 점은

백번 고개를 숙여도 모자란다.

 

불친절한 말투를 사용하는 습관과 그러고도 미안한 마음을 갖지 않는 어리석음을 참회합니다. _()_

내 입장만 생각하는 어리석음,

다른 사람의 말을 귀기울여 듣지 못하는 어리석음을 참회합니다. _()_

서로 챙겨주는 모습을 보며 눈꼴사납게 여긴 마음을 참회합니다. _()_

마음 넓게 수용하지 못하는 어리석음과 자비롭지 못한 마음을 참회합니다. _()_

건강한 몸으로 직장에서 일을 하며, 하루하루를 돌이켜보고, 큰 일 없이 지낼 수 있는 소소한 일상에 

감사합니다. _()_

마음을 이끄는 주인이 될 수 있기를 발원합니다. _()_

모든 선근공덕을 일체 부처님께 회향합니다. _()_

옴아훔... _()_

 

Posted by 보리바라봄
대긍정일기2016. 10. 16. 19:55

 

 

비오는 일요일.


땅에 떨어진 붉은 잎들을 보고 가을인 걸 알았다.

 

 

 

둥글게 번져 나가는 물방울들.

 

 

 

코스모스가 비를 맞는 걸 보려고 (아마도 애처로울거라 짐작하고서) 산책길을 나섰다.

생각보다 별 감흥은 없었음.

 

 

 

그보다 내 시선을 사로잡았던 건 노랗게 피어있던 이름 모를 꽃들.

 

 

 

사진을 찍으려고 카메라를 들이대는 순간, 꽃들이 일제히 나를 바라보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해가 완전히 감추어져 있는데도 이토록 환하게 빛날 수 있는 건 그 안에 빛이 있기 때문일거란 생각을 하며.

꽃들이 얼굴에 불을 켜고 모여있었다. 비가 오는데도.

 

 

 

흩어지는 은목서 꽃잎들.

 

 

이토록 싱싱한 향기라니 . . .

 

 

 

비를 맞고 떨어진 한개의 꽃 송이에도 향이 남아있다.

 

 

 

 

눈부신 은목서.

 

 

 

쉽게 괜찮아져 버렸다고 결론 짓곤 하지만,

그런 마음을 내기가 무섭게 괜찮지 않다는 걸 온 마음을 다해 증명하는 듯 하고,

그것이 정말 '나'라는 듯, 쉽게 파묻히고 만다.

 

욕심이란 재물과 음식 같은 물질적인 영역에만 있는거라 여겨왔는데,

내가 가진 비물질적인 욕심들이 이제껏 나를 휘두르고 있었구나 싶어진다.

이를테면 사랑받고 싶은 마음, 관심 끌고 싶은 마음, 칭찬 받고 싶은 마음, 뛰어나고 싶은 마음 . . .

모든 그늘들을 밀어내고 좋은 것만 취하려 했던 어리석음들 . . .

 

오늘부로 이 마음들을 완전히 내려놓기로 다짐한다.

단숨에 끊어지지 않더라도 끝없이 알아차리며 나아가기를.

 

욕심이 있는 한,

그 욕구가 채워지지 않는 상태에선 언제나 화가 따라다닌다는 걸,

질투하는 마음, 시기하는 마음, 미워하는 마음, 원망하는 마음  . . .

이걸 몰랐구나 내가.

 

오직 내 삶의 주인이 되는 일만 하고 싶다.

항상하고, 원만하고, 족한 마음으로.

 

 

 

무지무명으로 지었던 지난 과거의 모든 잘못들을 진심으로 참회합니다. _()_

모든 그늘을 끌어 안고 분별심을 내려놓을 수 있기를 발원합니다. _()_

스스로의 마음을 끝없이 살피어 진짜를 찾을 수 있기를 발원합니다. _()_

지금 여기의 주어진 삶에 감사합니다. _()_

모든 선근공덕을 일체 중생께 회향합니다 . . . _()_

 

 

Posted by 보리바라봄
대긍정일기2016. 10. 15. 19:56

 

 

김형경, <소중한 경험>

 

 

 

 

한참 책읽기를 좋아했을 땐 읽은 부분 중에서 감명 받았던 부분들을 따로 기록해두곤 했었는데,

오랫동안 책읽기를 게을리 했더니 그 습관들이 사라져버렸다.

몇 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그 습관의 이면에는 강제성이 있었음을 알게 됐다.

혼자서 기록으로 간직할 수 있는 걸 굳이 개인 홈피나 블로그 등에 올렸던 건

자료를 공유하거나 서로 공감하고 싶은 마음 때문이기도 했지만,

'나는 이런 책도 읽는다'며 자랑하고 싶은 마음,

'읽은 책들을 한번 올리기 시작했으니 하나도 빠짐 없어 올려보자' 싶었던 일종의 강박관념,

그런 글들을 올림으로써 사람들에게 관심 받고 싶은 마음 등등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스스로를 몰아 붙였음을 알게 됐다.

그땐 그저 좋아서 자율적으로 하는거라 굳게 믿었는데.

 

한 권의 책을 다 읽고 얼른 다른 책을 읽고 싶은 마음 뒤에 조바심이 일어나는 걸 보면서

한 박자 쉬며 이젠 조금 다른 형태의 습관을 만들어가야지 싶다.

마음에 와닿았던 모든 문장들을 기록하는게 부담스러우니

그 중에 특히 와닿았던 한 두 문장이라도 간단히 적어보거나,

오래 보며 내재화 시켜야 할 것들은 벽에 적어 붙여둔다.

인상적인 부분들은 책 끝을 접어 두거나 밑줄을 그어가며 읽은 것으로 족하다.

정말 내 안에 깊이 간직하고 싶은 글이라면 한자 한자 적어보면 되고.

 

덜 받았다고 생각되는 사랑을 포기한다.

사랑받으려는 집착을 내려놓음으로써 알게 되는 건,

오랫동안 결핍의 원인이라고 여겼던 그 대상마저도

나처럼 마음에 구멍이 있는 사람이었다는 사실을 아프게 인식하는 일이다.

결핍에 기대어 결핍을 메우려 들었다니,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가.

 

불교의 다섯가지 계율을 나름 잘 지키고 있다고 여겨왔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핵심적이고 중요한 계율인 '거짓말 하지 말라'를 어겼다는 걸 알게 되었다.

거짓말을 한 대상은 다름 아닌 내 자신.

일어나는 마음들을 등한시하고, 외면하고, 덮어둔 결과가 삶을 온전히 체험하지 못하고 겉돌게만 만들었다.

그래도 다행스러운 점은 스스로의 마음을 살피는 과정이 있었기에

어쩌면 끝까지 알지 못했을지도 모르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다시는 스스로를 속이지 않기로 다짐한다.

 

 

지극한 마음으로 불법승 삼보에 귀의합니다.

모든 일들이 부처님 법 안에서 이루어지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발원합니다.

대승 보살들의 깊은 원력을 몸과 마음으로 깨우칠 수 있기를 발원합니다.

부처님 가르침을 고구정녕하게 전해주시는 선지식 스승님께 온 마음 다하여 귀의합니다.

청정한 홍서원 승가에 귀의합니다. _()_

옴아훔... _()_

 

 

Posted by 보리바라봄
대긍정일기2016. 10. 14. 18:31

 

 

 

 

이번주는 유독 할일이 많아 피곤했는데

그럼에도 굳이 밤 늦은 시간까지 잠을 자지 않고 책을 읽었더니

오늘은 그 모든 피로가 한꺼번에 몰려온 듯 피곤했다.

이럴 걸 예상하지 못하는 것도 아닌데,

당장은 견딜만 하다는 이유로 늦게 자면 항상 후회하게 된다.

아 어쨌거나. 이번 한 주도 잘 살았으니 남은 주말을 편히 쉬어야지.

지금 읽고 있는 <소중한 경험>을 마무리 짓고, <만가지 행동>도 다시 한번 읽고 싶다.

그리고 홍서원에서 받아온 <열려있는 참된 깨달음> 2권과 3권도 한번씩 더 보고 싶다.

기왕이면 청명한 가을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곳에서 조용히 읽으면 좋을텐데.

 

나를 향한 불쾌한 신호를 견디기 힘들어 했었는데,

이제는 어느 정도 그대로 지켜볼 수 있게 되었다.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끝까지 파고 들지 않고,

이해가 되지 않으면 이해가 되지 않는대로, 그 사람의 감정은 그 사람의 몫으로 두었다.

타인의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스스로를 자책하지도 않았더니

되려 그쪽에서 미안하다며 사과를 해왔다.

 

강한 시선에 기가 죽어 긴장하고 얼어붙곤 했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이젠 조금도 긴장하지 않는 쪽에 가까워 졌고, 뭣보다 스스로 최선을 다했다는 마음 때문에

당당하게 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조금도 부족한 점이 없거나 완벽한 것은 아니지만

끝없이 자책하던 습관에서 많이 벗어났다는 점이 흐뭇하다.

 

그 누구의 사랑도 필요하지 않을 만큼 스스로 온전해지고 싶다.

내가 내 자신을 완전하게 끌어 안음으로써!

예전엔 내가 착각한 것일 뿐이지 엄마는 내게 충분한 사랑을 주는 것이라고 믿으려 했다면,

이제는 내가 원하는 만큼 엄마가 나를 사랑해주지 않아도 괜찮다는 쪽으로 마음이 움직인다.

지금까지 성장해 오면서 가장 큰 구멍이 엄마였기 때문에 자꾸 엄마 얘길 꺼낸다.

머지 않아 용기를 내 이런 마음을 엄마에게 꺼내놓을 생각이다.

되도록이면, 담백하게.

 

 

무지무명으로 지었던 지난 과거의 모든 잘못들을 진심으로 참회합니다.

모든 불보살님들께 감사합니다.

오직 부처되는 생각만 지을 수 있기를 발원합니다.

모든 선근공덕을 일체 중생께 회향합니다. _()_ _()_ _()_

 

 

 

Posted by 보리바라봄
대긍정일기2016. 10. 13. 22:12

 

 

 

 

혼자서 책을 읽으며 겹겹이 쌓여 있던 내면 깊숙한 곳까지 들어가 생각하고 감정을 느낀다.

그러는 중에 그토록 심각해져서는 단지 구체적인 상황을 떠올리며

이름 하나 입에 올리는 것 만으로도 울컥 눈물이 날 만큼 진지해진다.

하지만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며 내 이야길 농담처럼 웃으며 꺼내놓았더니 하나도 심각하지 않고

오히려 재미있기까지 했다.

(물론 구체적인 실제 상황과 비교를 하자면 큰 차이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어쨌거나, 그간의 내 오해가 깊었던 만큼 감정 또한 깊어진 것 뿐이어서

하나의 습관처럼 튀어 나오는 것 뿐일지도 모른다. 

실제라거나 사실이라고 불릴 만한 것은 전혀 없는.

 

고통이 찾아 올때마다 '뭐가 문제지?' 할게 아니라

'더 나아질 게 남은거구나'하고 피하지 않으며 그대로 직면해서 수용할 것.

고통을 감당할 수 있는 근육을 키워둘 것.

 

얼음장 같던 내게도 그리운 얼굴들이 생기는 걸 보면 이만큼 살아온 것도 대단한 일이다 싶어진다.

참 행복한 일이고.

그토록 차갑던 와중에도 수십 권의 소설들을 읽어댔던 건, 그 속에서라도 사람 사이에 흐르는

따스한 온기를, 진실한 사랑의 증거 같은 걸 발견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지금도 때때로 같은 이유로 그런 이야기들에 빠져들게 된다.

 

감정을 솔직하게 털털 털어버리기.

왜곡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느끼고 표현하기.

좋다. 편안하고.

 

아이들과 개미를 잡아다가 넣어둔 유리병에서 드디어 개미집이 발견되었다.

순전히 어릴 적 기억에 의지해서 해본 작업이었는데, 어찌나 신기하던지.

개미들은 서로 가족도 아닐텐데 어떻게 다같이 힘을 합해서 한 공간에 집을 짓는걸까.

처음 보는 낯선 개미들끼리.

손톱 보다 작은 새끼 개미들이 눈꼽보다 작은 흙을 하나하나 나르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시간이 정지한 것처럼 느껴졌다.

숨을 죽이고 작고 느린 존재의 움직임을 지켜본다는 건 이런 느낌을 주는구나.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 없지는 않다.

개미를 채집하는 과정에서 아무리 조심한다고 해도 다치거나 죽게 되는 개미가 있게 마련이고,

그걸 알면서도 이런 일을 벌였으며,

아무리 안락한 조건에 개미들을 넣어두었다고 해도 그건 개미의 선택이 아니다.

그럼에도 굳이 이런 일을 벌려놓은 것은,

아이들이 그런 개미들을 지켜보면서 생명에 대한 호감과 신비함을 느끼며,

앞으로도 계속 따뜻한 마음을 지닌 사람으로 성장해 나가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만약에 만약에 그것에 성공하게 된다면, 죄값은 어떻게 계산 될까?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만신창이 같이 세상 모든 시름을 다 끌어 안은 듯한 기분이었는데

일주일 사이에 이토록 삶이 희극처럼 느껴지는 걸 보면

좀 더 버티고 지켜보는게 남는거다 싶어진다.

 

 

무지무명으로 지었던 지난 과거의 모든 잘못들을 진심으로 참회합니다. _()_

지금 여기의 삶에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_()_

행복과 고통을 구분하지 않고 수용하며 당당한 삶을 살수 있기를 발원합니다. _()_

모든 선근공덕을 일체 중생께, 일체 부처님께 회향합니다.

옴아훔... _()_

 

 

Posted by 보리바라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