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긍정일기2016. 10. 15. 19:56

 

 

김형경, <소중한 경험>

 

 

 

 

한참 책읽기를 좋아했을 땐 읽은 부분 중에서 감명 받았던 부분들을 따로 기록해두곤 했었는데,

오랫동안 책읽기를 게을리 했더니 그 습관들이 사라져버렸다.

몇 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그 습관의 이면에는 강제성이 있었음을 알게 됐다.

혼자서 기록으로 간직할 수 있는 걸 굳이 개인 홈피나 블로그 등에 올렸던 건

자료를 공유하거나 서로 공감하고 싶은 마음 때문이기도 했지만,

'나는 이런 책도 읽는다'며 자랑하고 싶은 마음,

'읽은 책들을 한번 올리기 시작했으니 하나도 빠짐 없어 올려보자' 싶었던 일종의 강박관념,

그런 글들을 올림으로써 사람들에게 관심 받고 싶은 마음 등등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스스로를 몰아 붙였음을 알게 됐다.

그땐 그저 좋아서 자율적으로 하는거라 굳게 믿었는데.

 

한 권의 책을 다 읽고 얼른 다른 책을 읽고 싶은 마음 뒤에 조바심이 일어나는 걸 보면서

한 박자 쉬며 이젠 조금 다른 형태의 습관을 만들어가야지 싶다.

마음에 와닿았던 모든 문장들을 기록하는게 부담스러우니

그 중에 특히 와닿았던 한 두 문장이라도 간단히 적어보거나,

오래 보며 내재화 시켜야 할 것들은 벽에 적어 붙여둔다.

인상적인 부분들은 책 끝을 접어 두거나 밑줄을 그어가며 읽은 것으로 족하다.

정말 내 안에 깊이 간직하고 싶은 글이라면 한자 한자 적어보면 되고.

 

덜 받았다고 생각되는 사랑을 포기한다.

사랑받으려는 집착을 내려놓음으로써 알게 되는 건,

오랫동안 결핍의 원인이라고 여겼던 그 대상마저도

나처럼 마음에 구멍이 있는 사람이었다는 사실을 아프게 인식하는 일이다.

결핍에 기대어 결핍을 메우려 들었다니,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가.

 

불교의 다섯가지 계율을 나름 잘 지키고 있다고 여겨왔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핵심적이고 중요한 계율인 '거짓말 하지 말라'를 어겼다는 걸 알게 되었다.

거짓말을 한 대상은 다름 아닌 내 자신.

일어나는 마음들을 등한시하고, 외면하고, 덮어둔 결과가 삶을 온전히 체험하지 못하고 겉돌게만 만들었다.

그래도 다행스러운 점은 스스로의 마음을 살피는 과정이 있었기에

어쩌면 끝까지 알지 못했을지도 모르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다시는 스스로를 속이지 않기로 다짐한다.

 

 

지극한 마음으로 불법승 삼보에 귀의합니다.

모든 일들이 부처님 법 안에서 이루어지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발원합니다.

대승 보살들의 깊은 원력을 몸과 마음으로 깨우칠 수 있기를 발원합니다.

부처님 가르침을 고구정녕하게 전해주시는 선지식 스승님께 온 마음 다하여 귀의합니다.

청정한 홍서원 승가에 귀의합니다. _()_

옴아훔... _()_

 

 

Posted by 보리바라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