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긍정일기2016. 10. 16. 19:55

 

 

비오는 일요일.


땅에 떨어진 붉은 잎들을 보고 가을인 걸 알았다.

 

 

 

둥글게 번져 나가는 물방울들.

 

 

 

코스모스가 비를 맞는 걸 보려고 (아마도 애처로울거라 짐작하고서) 산책길을 나섰다.

생각보다 별 감흥은 없었음.

 

 

 

그보다 내 시선을 사로잡았던 건 노랗게 피어있던 이름 모를 꽃들.

 

 

 

사진을 찍으려고 카메라를 들이대는 순간, 꽃들이 일제히 나를 바라보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해가 완전히 감추어져 있는데도 이토록 환하게 빛날 수 있는 건 그 안에 빛이 있기 때문일거란 생각을 하며.

꽃들이 얼굴에 불을 켜고 모여있었다. 비가 오는데도.

 

 

 

흩어지는 은목서 꽃잎들.

 

 

이토록 싱싱한 향기라니 . . .

 

 

 

비를 맞고 떨어진 한개의 꽃 송이에도 향이 남아있다.

 

 

 

 

눈부신 은목서.

 

 

 

쉽게 괜찮아져 버렸다고 결론 짓곤 하지만,

그런 마음을 내기가 무섭게 괜찮지 않다는 걸 온 마음을 다해 증명하는 듯 하고,

그것이 정말 '나'라는 듯, 쉽게 파묻히고 만다.

 

욕심이란 재물과 음식 같은 물질적인 영역에만 있는거라 여겨왔는데,

내가 가진 비물질적인 욕심들이 이제껏 나를 휘두르고 있었구나 싶어진다.

이를테면 사랑받고 싶은 마음, 관심 끌고 싶은 마음, 칭찬 받고 싶은 마음, 뛰어나고 싶은 마음 . . .

모든 그늘들을 밀어내고 좋은 것만 취하려 했던 어리석음들 . . .

 

오늘부로 이 마음들을 완전히 내려놓기로 다짐한다.

단숨에 끊어지지 않더라도 끝없이 알아차리며 나아가기를.

 

욕심이 있는 한,

그 욕구가 채워지지 않는 상태에선 언제나 화가 따라다닌다는 걸,

질투하는 마음, 시기하는 마음, 미워하는 마음, 원망하는 마음  . . .

이걸 몰랐구나 내가.

 

오직 내 삶의 주인이 되는 일만 하고 싶다.

항상하고, 원만하고, 족한 마음으로.

 

 

 

무지무명으로 지었던 지난 과거의 모든 잘못들을 진심으로 참회합니다. _()_

모든 그늘을 끌어 안고 분별심을 내려놓을 수 있기를 발원합니다. _()_

스스로의 마음을 끝없이 살피어 진짜를 찾을 수 있기를 발원합니다. _()_

지금 여기의 주어진 삶에 감사합니다. _()_

모든 선근공덕을 일체 중생께 회향합니다 . . . _()_

 

 

Posted by 보리바라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