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긍정일기2016. 10. 27. 19:43

 

 

 

어제와 오늘 사이의 괴리감이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노, 병, 사 를 가까이에서 지켜보고 문득 정신을 차린 듯 싶다가,

이토록 밝게 빛나고 긍정하며 웃는 얼굴들을 보고 있자니...

어느게 진짜일까 혼란스러운 기분.

 

나의 결심이란 얼마나 보잘 것 없고 나약한 것인지를 보고 나서 그런지

자책하는 마음이 크다.

 

잔뜩 예민해져서는 어떤 상황에서도 정확한 가치 판단이 내려지는 듯

가차없는 마음이 든 하루였다. 그야말로 무정한 상태였달까.

 

할아버지의 장례식장에서 괴로운 부분 중에 하나가 바로 먹는 부분이었는데

확고하지 못한 내 의지와, 어리석게만 보이는 모든 상황들에 어이없이 휩쓸려 다니는 기분이 들면서

이도 저도 다 내팽개치고 싶어졌었다.

 

그런 와중에 밥을 먹으면서 내 식생활에 문제가 있다는 듯, 그대로 인정 받지 못하고 부정당한다 여겨지니

내면에서 은근한 분노가 솟아오르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때 곧바로 대화가 이어졌다면 아마 감정적으로 퍼붓듯 표현하게 됐을지도 모르겠다.

예전 같았으면 그저 '네'하고 따를 법도 한데, 이번에야 말로 절대 그러고 싶지 않았고

나도 내 입장과 할 말이 정확하게 떠올랐다.

 

다행인 건지, 아쉬워해야하는 건지 이번은 그냥 넘어가게 되었는데

어쨌든 앞으로도 내 행동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다.

 

스님께서 할아버지께 드릴 수 있는 최고의 기도문을 알려주셨다.

 

* 무량수 무량광 나무아미타불 *

영원한 생명,

영원한 행복,

영원한 지혜,

영원한 대광명의

아미타 부처님이 계시는 극락세계에 왕생하시기를... _()_

 

어리석게도 매일 기도를 하면서도 미처 이런 기도를 드릴 생각을 하지 못했는데

이제라도 바른 기도를 할 수 있게 되어서 다행이다.

 

사람은 죽고 나서 3일 내지 5일째 되는 날이 가장 중요하다는데,

시간이 더 지체되기 전에 내일 다시 올라가보려고 한다.

내일까진 틈틈이 기도를 드리고,

5일째 되는 날에 삼우제를 지낸다고 하니 그때 지극한 마음으로 극락왕생 하시기를 빌어드리고 싶다.

 

 

 

무지무명의 어리석음을 진심으로 참회합니다.

분별하는 마음과 수용하지 못하는 아상을 참회합니다.

부족한 연민심과 게으름과 나만 생각하는 이기심을 참회합니다.

오래된 낡은 습관들을 참회합니다.

의지할 수 있도록 바른 법을 일러주시는 스승님과 인연 맺을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

모든 중생들을 대자대비의 마음으로 끌어 안고 오직 보살도의 삶을 살수 있기를 발원합니다.

모든 선근공덕을 일체 중생께 회향합니다.

일체 부처님께 회향합니다.

 

 

Posted by 보리바라봄
대긍정일기2016. 10. 26. 18:48

 

 

 

개인의 죽음 앞에 한없이 초라하고 무력한 내 모습을 본다.

불교의 생사관을 믿는자로서 이제 남은 삶은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또 어떻게 사랑해야 할까.

메마른 마음으로 어떤 사랑을 할수 있을까...

 

사는 일이란 건 고작 먹고 자는 일일 뿐이다.

그 과정이란 얼마나 비참하고 비루한지.

켜켜이 쌓인 생의 흔적들이 온 몸에 얼룩처럼 들러붙어있는 것을 보면 비참해진다.

 

어쩌면 밝고 아름답다고 여겨왔던 모든 것들이 나에 대한 집착을 강하게 하고,

삶을 바라보는 방식을 더욱 왜곡해 왔던 건 아닐까.

어둡고 칙칙한 그림자들이 이 삶의 진짜 얼굴이었던 건 아닐까.

아무리 외면하려 해도 결코 벗어날 수 없는 진실 같은 것.

 

'내'가 있는 한 희망하고 덧칠했던 모든 긍정들은

막연하고도 아무런 근거 없는 환상일 뿐이다.

 

무엇도 덧칠해지지 않은 맨얼굴이 반짝반짝 잘 닦여서 빛날 수 있었으면...

하지만 그러기엔 내가 지닌 근기가 너무도 부족하다.

내 힘으로는 도저히 어리석음의 늪에서 벗어날 수가 없을 것 같다.

 

삶과 죽음의 문제를 가장 빠르고 쉽게, 정확하게 해결하는 법이 주어진다 해도

오직 지혜로운 자만이 그 길을 선택하고 실현시킬 수 있을 것이다.

 

 

 

무지무명으로 지었던 지난 과거의 모든 잘못들을 진심으로 참회합니다. _()_

비루하고 나약한 삶에 한 줄기 빛이 내려진 인연에 감사합니다. _()_

모든 중생들을 대자비의 마음으로 껴안을 수 있기를 발원합니다. _()_

모든 선근공덕을 일체 중생께 회향합니다 ... _()_

 

 

Posted by 보리바라봄
대긍정일기2016. 10. 25. 21:41



순간 순간 느껴지는 감정이나 표현들이
얼마나 경솔하고, 얼마나 하찮고,
얼마나 치사하고, 또 얼마나 짜증스러운지...

무지무명으로 지었던 모든 잘못들을 진심으로 참회합니다.
모든 일어나는 일들과 사람들을 선지식 스승삼아 성장할 수 있기를 발원합니다.
주변의 배려와 도움에 감사합니다.
모든 선근공덕을 일체 중생께 회향합니다.

옴아훔.


Posted by 보리바라봄
대긍정일기2016. 10. 24. 23:27

 

 

오늘도 하루종일 짜증스런 마음이 일었지만,

그게 크게 열받는 정도의 짜증이 아니라 무난히 수용 가능한 범위의 짜증이라

'이러면 안되는데'

'뭐가 잘못됐을까' 하는 마음이 들지 않았다.

대신

'이런게 부족했구나. 앞으로 보충해야겠다.'하는 등의 생각이 들면서

고쳐야 할 부분이 보였기에 마음에 들었다.

열등감이 성장의 밑거름이 되는 그런 느낌이긴 했지만,

자책이나 자기비하는 아니니까 긍정적인 요소로 쓰일 수 있는게 아닌가 싶은.

 

지금 여기의 사람들이 참 좋다.

부족한 것도, 못난 것도, 때때로 어긋나는 것마저도 부디 모두다 깊이 수용할 수 있기를

_()_

이 사람들과 합이 참 잘 맞는다 싶을때 계속해서 꾸준할 수 있는 기운 같은게 느껴진다.

 

오랜 사람일지라도,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 멀어지는 경우가 태반이다.

반면에,

존재 그 자체만으로도 마음 속에 별처럼 반짝반짝 빛나는 사람들이 있다.

 

 

무지무명으로 지었던 지난 과거의 모든 잘못들을 진심으로 참회합니다. _()_

고삐가 풀어질때마다 얼마나 쉽게 오랜 습관들로 다시 되돌아가려고 하는지!

고삐를 바짝 조이며 꾸준히 나아갈 것을 발원합니다. _()_

모든 것을 수용할 수 있는 넓은 마음을 갖기를 발원합니다. _()_

지금 누리는 모든 주어진 것들에 감사합니다. _()_

모든 선근공덕을 일체 중생께 회향합니다.

일체 부처님께 회향합니다.

옴아훔 _()_

 

 

Posted by 보리바라봄
대긍정일기2016. 10. 23.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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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랑 장흥 천관산 정상까지 올랐다가 강진의 갈대밭도 구경하고 왔다.

사랑 받겠다는 마음을 내려놓았더​니 오히려 사랑 받고 있음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소소한 말 하나에 담겨 있는 애정어린 시선들...
산을 오르며 문득, 사랑 받지 못했다는 관념은 사실과 다른 내 '업'일 뿐이었구나를 알게 됐다.

엄마는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였던 것.

내 오해로 인해 엄마로써 더 행복할 기회를 잃은...
내게 일어난 모든 것은 나의 잘못...


엄마는 등산을 좋아하고
아빠는 마라톤을 좋아하고
나는 걷기를 좋아할 뿐 둘다 관심이 없는데
어째서 엄마를 따라 산에 오르게 되는지 모르겠다.

외로워 보이는 엄마가 가여운 것 같기도 하고,
어쩌면 은연중에 산에 오르는 걸 좋아하는 마음같은게 있는걸까 싶기도 하고,
머리는 알았다고 하지만 여전히 엄마 곁에서 사랑받고 싶은건가 싶기도 하고.

맑은 날이 아니긴 했지만 그래도 그 정도는 아니였는데,
산 정상에서 점심을 먹고 일어났더니 안개가 내리며 바람이 세게 불었다.

풍경을 찍어볼까 했지만 무서워서 다리가 후들리고 바람이 나를 날려버릴 듯했다.
그래서 포기하고 걸어 내려왔는데 금새 날씨가 괜찮아졌다.

엄마는 이 억새들을 보고 싶었다고 했는데 억새는 이미 피고 져서 앙상하게 대만 남았다.
그렇지만 엄마는 이것도 좋다 라고 말했다.
엄마는 가고 싶은 곳이 많다고 한라산도 지리산도 강원도에 있는 설악산에도 가보고 싶다고 했다.

때로는 부모님의 사랑이 (집착이?) 너무 깊지 않아서 다행이란 생각도 든다.
지금 여기에서 이렇게 충분한 삶.


무지무명으로 지었던 지난 과거의 모든 잘못들을 진심으로 참회합니다.
지금 여기에 주어진 삶에 감사합나다.
모든 중생들을 분별 없이 사랑할 수 있기를 발원합니다.

(술 마시고 등산하는 사람을 보고는 혐오에 가까운 마음이 들었다)
악은 끊고 선은 받들어 행하는 삶만 살기를 발원합니다.
모든 선근공덕을 일체 부처님께 회향합니다.

Posted by 보리바라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