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긍정일기2016. 10. 12. 21:58

 

 

소중한 경험, 김형경

 

 

 

두껍게 가리워졌던 막을 한꺼풀 쯤은 벗겨낸 기분이다.

비난 받는 것 같고, 그러면서 스스로를 비하했던 것에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며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게 되었다고 할까.

눈빛이 매섭고 어딘지 모르게 어두운 느낌 때문에 마녀 같다 여겼던 사람도

이제 보니 그저 느낀 바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사람이었을 뿐이었다.

흠 잡히지 않고 잘 보이려 애썼던 마음을 떨쳐내 버리니 이렇게 편안할수가.

마음이 열리니 받아들이는 것도 커진다.

판에 박힌 틀에서 벗어나 신선한 바람이 드나드는 것 같다.

 

원하고 집착하는 마음을 바라본다.

어색한 사람과 함께 해야 하는 동안에 흐르는 짧은 침묵을 불편해 하는 걸 지켜본다.

스스로를 비하하던 습관, 상대편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노력했던 콤플렉스에서 벗어나려는 나를 본다.

 

이 이야기는 어떻게 끝날까.

 

 

 

무지무명으로 지었던 지난 과거의 모든 잘못들을 진심으로 참회 합니다. _()_

좋은 인연들과 함께할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 _()_

내 안을 들여다보기를 멈추지 않으며 끝 없이 알아차릴 수 있기를 발원합니다. _()_

모든 존재를 거울로 알아 선지식 스승님 삼기를 발원합니다. _()_

이러한 시간들이 본래의 내 자리를 깨우치는 밑거름이 되기를 발원합니다. _()_

모든 선근공덕을 일체 중생께 회향합니다. _()_   

 

 

Posted by 보리바라봄
대긍정일기2016. 10. 11. 19:59

 

마음의 구정물을 다 퍼낸 줄 알았더니, 이제 시작인가보다.

 

 

 

 

 

 

김형경 작가의 <소중한 경험>을 어제부터 읽기 시작했는데 거의 빨려들듯 읽고 있다.

마음을 좀 더 세밀하게 살피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그간 어떤 상황들에서 했던 행동이나 그때에 느꼈던 감정들의 근원이 무엇인지 보다 쉽게 파악이 된다.

책 한번 읽는다고 해서 단번에 바뀔 수는 없겠지만

틈틈이 그냥 지나쳤던 미세한 부분까지도 좀 더 세심하게 느낄 수 있다.

 

몇일 전에 감기에 걸린 아이가 도라지청에 꿀을 탄 물을 들고 지나가는 걸 보면서

순간적으로 강하게 '나도 먹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때 느낀게 그게 다가 아니였는데

그땐 대수롭지 않게 여겼더랬다.

그리곤 기어이 도라지청을 사서 꿀을 넣어 차를 만들던 중에 문득

그때 느꼈던 감정이 단순히 먹고 싶은 마음이었던게 아니라 부러움을 넘어 질투와 시샘까지도 섞여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다섯살 짜리 어린애한테서 그런 감정을 느낀다는게 어이가 없기도 하고 이게 뭔가 싶기도 하고.

 

하지만 생각해보니 다 그럴만 한 이유가 있었다.

예전의 나를 돌이켜보면 거의 아프지 않는 건강 체질이었지만 어쩌다 한번 아플 때가 있었다.

그럴 때마다 엄만 몰라봐주거나, 무신경하거나, 덤덤하곤 했는데,

그게 지금까지도 마음에 상처로 남아있는거다.

엄마는 날 사랑하지 않으니까 (동생들보다 덜 사랑하니까) 그런것도 몰라봐준다고 원망하고 서운해 했던 기억.

친구들도 다 알아보는데 엄마가 못 알아본다고.

친하지도 않은 친구가 안쓰럽게 여겨줬던 기억이 지금까지도 따뜻하게 남아있는 걸 보면,

어지간히도 애정에 목말랐던 것 같다. 

 

일기 쓰는게 술술 잘 풀린다 싶더니만.

진짜 마음 같은 것들이 하나씩 튀어나오면서 복잡하고 어지러운 기분이 든다.

모든게 엉켜버려서 어디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건지 헷갈리기도 하고. 

이제껏 보고 느껴온게 모두 착각에 불과했다니, 허망한듯 싶으면서도 다행으로 여겨야 하나 싶고.

일주일 전 엄마 생일을 챙긴다고 집에 다녀오면서부터

엄마에 대한 감정이 마음처럼 정리가 되질 않는다.

한없이 가엾게 여겨지면서 잘 해드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아 지면서도,

사소한 것 하나에 마음이 틀어진다.

조금이라도 엄마가 날 소홀히 여기는 것처럼 여겨지면 신경질적인 마음이 솟는게 느껴진다. 

 

 

순간순간의 내 행동들을 살펴보면

잘 보이기 위해, 예쁘게 보이기 위해, 착해보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선택하는 행동들이 얼마나 많은지를 깨닫게 된다.

아주 사소한 것에서도 좋은 소리를 들으려고 애를 쓴다.

그런걸 알아봐주는 누군가가 나타나면 겉으론 드러내지 않아도 속으로 만족해 하곤 했다.

정말 순수하게 다른 사람의 기쁨이나 편안함을 위해서 했던 행동은 얼마나 될까...

 

기분이 안좋다.

 

양치하고 마시는 도라지청+꿀 차는 맛도 없다.

 

 

무지무명으로 지었던 지난 과거의 모든 잘못들을 진심으로 참회합니다..._()_

마음을 살피는 것에 도움을 주는 모든 인연들에 감사합니다. _()_

내면을 보다 적극적으로 직시하여 해결하지 못한 과제들을 피하지 않으며 하나 하나 해결해나갈 수 있기를 발원합니다. _()_

모든 선근공덕을 일체 부처님께 회향합니다... _()_

옴아훔 _()_

 

 

Posted by 보리바라봄
대긍정일기2016. 10. 10. 19:44

 

 

분홍구름

 

 

 

 

조금씩 조금씩 나아지는 중.

불편했던 마음이 조금씩 편해지는 중.

 

정신분석에 관한 책을 읽으며 새롭게 알게된 것 하나.

내가 존경한다고 여겼던 어른들이

사실은 나 혼자서 이상적인 부모를 설정해 두고, 그에 부합하다 여기며 그렇게 비춰보았던 것.

그리고 그들을 향한 내 태도는 엄마를 향한 끝없는 애정 갈구와 같았고

혹여 잘못보일까 늘 노심초사하고 잘보이려 무던히도 애를 썼다.

조금이라도 잘못 보일라 치면 미리 피하거나 숨어버림으로써

미움 받는 것이 증명되는 것을 아예 막아버렸다. 애초에 가까워질 수 없도록 거리를 두거나.

이런 식으로 틀어진 관계들을 생각하니 또다시 죄책감이 밀려든다.

 

친구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섭섭한 것이 있으면 표현하면 그만인데,

조금도 싫은 소리를 하지 못하고 아예 돌아서버렸던 친구들이 얼마나 많았는지.

친구들이 내게 조금이라도 싫은 소리를 하면

'어떻게 나한테 그런 말을 할수 있어' 하며 어찌나 상처를 받았던지.

순수 100%라 자랑하는 백설탕 같은 (사실은 엉망이고 엉터리면서) 삶을 살고 싶었던 걸까.

이런 나하고 친구 한번 해보겠다고 다가왔던 수많은 친구들에게

감사한 마음, 또 많이 미안한 마음...

단칼에 돌아서는 나를 보면서 얼마나 어이가 없고 깊은 상처를 받았을까?

 

그러면서도 동시에 이제껏 사귀어 온 친구들 중에서도,

내가 조금이라도 싫은 표현을 했을때 못견뎌 하는 친구가 있다면

더이상 오랜 관계는 유지할 수 없을거란 생각이 든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였을 때 외면하는 사람들에게 더이상 애정 구걸하지 않기.

 

서른 먹고 친구 고민이라니 정말!

 

 

무지무명으로 지었던 지난 과거의 모든 잘못들을 진심으로 참회합니다. _()_

스스로의 마음을 알아차리고 꾸준히 바라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항상 강조해주시고 알려주신 선지식 스승님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_()_

스스로에게 진실되며, 무의식의 환상에서 벗어날 수 있기를 발원합니다. _()_

모든 선근공덕을 일체 부처님께 회향합니다. _()_

 

Posted by 보리바라봄
대긍정일기2016. 10. 9. 21:15

 

책을 읽기 전에 목차를 훑으면서 오래오래 시선이 머물렀던 제목.

'사랑 받는 자로서의 자신감 없음'

그래서 늘 지레 겁먹고 도망치며 그렇게 해서라도 스스로를 보호하고 싶었을까.

 

 

강박관념처럼 좋은 것만 보이고 싶은 마음이 항상한데.

이렇게 널부러지고 완벽하지 못한 것이 사실 더 나에게 가깝고.

 

 

자꾸만 밖으로 나가고 싶었지만,

밝은 창 아래 앉아 책을 읽다보니 마음이 좋아졌다.

 

그리고 산책.

 

 

노란 꽃들.

 

 

휘날리는 구름들.

노을을 보려고 시간이 흐르길 기다리는데 못 기다리겠다 싶어 발길을 돌린 사이에 노을이 깊어졌다.

어제 오늘 저녁은 겨울의 그것처럼 추웠음. 덜덜.

 

 

 

엄마의 보살핌이 아니라도, 이젠 내 몸은 내가 지켜.

어젠 찬 바람 쐬고 밤새 코가 꽉 막혔으니 오늘은 미리 꿀과 도라지청을 넣은 따뜻한 차를 마셔두어야지.

 

 

 

사람 사귀는 법을 배운 적이 없어서 그런건지, 최초의 관계맺기를 실패해서 그런건지.

나는 항상 사람을 깊게 사귀지 못했다.

수없이 많은 친구들이 나를 좋아해줬지만 그때마다 나는 거리를 두었고 오래 머무르지 못했다.

 

마음에 뚫려 있던 그 커다랗고 검은 구멍은

'내 모든걸 알고도 과연 나를 좋아해 줄까'하는 의심 때문에 도저히 메울 수가 없었다.

사랑 받으면서도 사랑 받는 줄 모르고,

관심 받으면서도 관심 받는 줄 모르고,

대접 받으면서도 대접 받는 줄 모르는 머저리 등신.

 

좋은 것만, 밝은 것만, 완벽한 것만 보이고픈 연기 속에

진실된 것은 하나도 없고 겉 껍데기만 남아 결국엔 서로에게 상처만 남기고 관계는 깨어진다.

 

늘 용기가 부족했던 것도 사실이고.

 

 

무지무명으로 지었던 지난 과거의 모든 잘못들을 진심으로 참회합니다. _()_

작은 용기를 내어 끝까지 포기하지 않음에 감사합니다. _()_

마음의 그늘들을 외면하지 않고 끝까지 지켜보며 크고 작은 상처들이 환영임을 알고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기를 발원합니다. _()_

모든 선근 공덕을 일체 부처님께 회향합니다. _()_

 

 

Posted by 보리바라봄
대긍정일기2016. 10. 8. 20:31

 

요즘 같아선 일기도 이제 그만 쓰고 싶은 마음이 들지만.

그래도 꾸역꾸역. 꾸준하기로 마음 먹었던 거니까. 노력해서 쓴다.

 

 

 

한들한들 코스모스.

 

 

금새 저물어가는 해.

찍을 땐 몰랐는데 저 초록 동그라미는 뭘까나. 이 부근을 찍은 사진마다 저렇게 있다.

 

 

이름은 모르지만 연보라빛 작은 꽃. 아마도 국화과인 것 같다.

카네이션 잎을 닮은 패랭이같은 자주색 꽃도 예뻤고.

 

 

​여기는 무지개가 숨어있고요.

 

 

 

확대해서 찍은 사진.

마른 하늘에 무지개라니. 너무도 뜻밖이라 선물을 받은 기분이 듦과 동시에, 혼자서만 보는 아쉬움도 있었다.

​마음 상태가 민감해져서 그런지 별것이 다 울 이유가 된다.

해가 지는 걸 보려고 열심히 걸었는데도 벌써 저만치 저버리는 해를 보며 서운한 마음이 들었는데,

짧게 떴다가 사라져버리는 무지개를 보고 나선 사탕을 빼앗긴 어린애처럼 되버렸다.

 

 

 

​해 건너편의 하늘. 붉게 물들어가는 구름.

 

 

 

달 한조각.

 

 

요즘 가을 밤 공기의 향기를 제대로 담당해주고 계시는 금목서.

문득문득 향기가 느껴질 때마다 그렇게도 감미롭다.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치유되는 기분.

 

 

 

솔직했던거니 잘 한거라고, 내 편에 서서 위로해 보지만 여전히 마음 한 켠이 불편하다.

아마도 더 나은 나와 지금의 나를 자꾸만 비교하게 되기 때문이겠지.

이것마저도 그저 지켜볼 것. 바라볼 것.

 

 

무지무명으로 지었던 지난 과거의 잘못들을 진심으로 참회합니다. _()_

자연의 아름다움 앞에 감사드립니다. _()_

모든 어둠을 끌어 안고 밝게 빛날 수 있기를 발원합니다. _()_

모든 선근공덕을 일체 중생께 회향합니다... _()_

 

 

Posted by 보리바라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