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할아버지의 삼우제를 지내고 난 오후의 풍경.
유난히 겨울 같았던 날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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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를 향해 가는 길에 예쁜 나무.
은사시나무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수피가 아랫쪽은 어두워야지 은사시나무라고 했던 것 같은데, 이 나무들은 그렇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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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가집 동네엔 이렇게 홍시(대봉)들이 주렁주렁 열렸다.
'자연은 이토록 풍요롭구나' 느끼게 했던 나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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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색 국화가 예뻐서 찍었는데 잘 안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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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걸어가는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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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랗게 물들기 시작한 은행나무들.
현실과 이상의 괴리,
아니 이것도 저것도 아닌 내 어중간한 위치 때문에 스스로 고통을 자처해서 받고 있다.
이 고민을 그 누구에게도 털어놓을 수 없고,
오직 내 스스로가 해결해야 할 몫이기에 더 외롭다.
내 마음대로 움직이다 보면 결론은 저기로 가야하는데,
저기로 가자니 맘이 걸려, 목에 걸린 가시같이 따끔따끔 아프다.
날씨가 추워져서 인지 마음이 앓으니 몸도 앓는건지 감기에 걸렸다.
평생 열나는 일이란 거의 없이 살아본 건강 체질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미열 정도로는 병원에 가지도 않고 체온을 재보지도 않아서 열이 올라도 모르고 산거였다.
가까이에 체온계가 있는 덕분에 감기 기운이 있을 때면 체온을 재보는데
이번엔 평소 기초 체온보다 1도 정도 열이 올랐다.
이 정도의 열이 난다고해서 컨디션이 많이 좋지 않은 것도 아니라 거뜬히 견딜 수가 있는데
이걸 사람들에게 말했을때
'그렇게 많이 열이!'라는 식으로 반응들이 돌아오면 그게 그리 반갑고 기분이 좋다.
ㅋㅋㅋㅋㅋㅋ
걱정해주는 소리가 듣기 좋아 이러는 내 모습을 보면서
웃기기도 하고, 이런 표현을 하는 자체가 일종의 '마음 건강 신호'가 아닌가 싶기도 하고.
왜냐면 난 그동안 '나 아픈건데 뭐 어쩌라고 남한테 얘기해'하는 마음이었기 때문에
남들에게 티를 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이런 표현으로 인해 남들이 걱정하는 건
어느 측면에선 피해를 주는거라고 여기기도 했었다.
엄마에게도 전활 걸어 엄마의 컨디션을 묻고 내 감기 소식도 전했다.
엄마는 '어찌 열이나'이게 다였지만, 이런 것도 행복이구나 하게 된다.
실은 진짜 어제까지만 해도 거의 엉망진창의 마음으로 외로웠는데
몸이 아프다 보니 다른 사람이 아픈 것도 보인다.
동병상련의 마음인지 다른 사람들이 아프지 말았으면 싶었고,
아이러니 하게도 아픔을 통해 건강해지는 기분이 든다.
'우주적 타이밍'
이런 말을 쓰면 이상한 사람처럼 오해받는 일도 많겠지만
아무래도 나는 이런게 있다고 여겨진다.
지금의 내 인생은 만나봤자 더 외로워져서 불편해진 만남들이 다 라고 여기고 있었는데,
오랜만의 연락에 너무도 반가워 어서 뛰어나가 만나고 싶은 사람들도 있다는 게
마음 한켠에 따뜻한 위안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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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 습관을 철저히 관리하고 싶은데 아쉽게도 아직은 완벽하지 못하다.
이런 내 이야기를 주변사람들에게 하면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것도 대단하다고 하고,
홍서원 도반님들과 견주어보면 한없이 부끄러워 어디론가 숨어버리고 싶은 마음이 든다.
억지로 해서는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는걸 실감한다.
그 중에 다행인 점은,
누가 부러 김치를 챙겨주셔서 버리기도 뭐하고 결국 물에 깨끗하게 씻어서 끓여 먹었는데,
그 속에서도 고약한 냄새를 느끼게 되었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그렇게 맛있게 먹었던 음식인데
양파 썩은내처럼 구린내가 난다.
모든 음식이 이런 식으로만 된다면 부러 노력할 필요 없이 자연스럽게 끊어질텐데.
무지무명으로 지었던 지난 과거의 모든 잘못들을 진심으로 참회합니다.
앞으로는 부처님 가르침 따라 세세생생 대자비로 중생을 이익되게 하겠습니다. _()_
옴아훔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