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랑 장흥 천관산 정상까지 올랐다가 강진의 갈대밭도 구경하고 왔다.
사랑 받겠다는 마음을 내려놓았더니 오히려 사랑 받고 있음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소소한 말 하나에 담겨 있는 애정어린 시선들...
산을 오르며 문득, 사랑 받지 못했다는 관념은 사실과 다른 내 '업'일 뿐이었구나를 알게 됐다.
엄마는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였던 것.
내 오해로 인해 엄마로써 더 행복할 기회를 잃은...
내게 일어난 모든 것은 나의 잘못...
엄마는 등산을 좋아하고
아빠는 마라톤을 좋아하고
나는 걷기를 좋아할 뿐 둘다 관심이 없는데
어째서 엄마를 따라 산에 오르게 되는지 모르겠다.
외로워 보이는 엄마가 가여운 것 같기도 하고,
어쩌면 은연중에 산에 오르는 걸 좋아하는 마음같은게 있는걸까 싶기도 하고,
머리는 알았다고 하지만 여전히 엄마 곁에서 사랑받고 싶은건가 싶기도 하고.
맑은 날이 아니긴 했지만 그래도 그 정도는 아니였는데,
산 정상에서 점심을 먹고 일어났더니 안개가 내리며 바람이 세게 불었다.
풍경을 찍어볼까 했지만 무서워서 다리가 후들리고 바람이 나를 날려버릴 듯했다.
그래서 포기하고 걸어 내려왔는데 금새 날씨가 괜찮아졌다.
엄마는 이 억새들을 보고 싶었다고 했는데 억새는 이미 피고 져서 앙상하게 대만 남았다.
그렇지만 엄마는 이것도 좋다 라고 말했다.
엄마는 가고 싶은 곳이 많다고 한라산도 지리산도 강원도에 있는 설악산에도 가보고 싶다고 했다.
때로는 부모님의 사랑이 (집착이?) 너무 깊지 않아서 다행이란 생각도 든다.
지금 여기에서 이렇게 충분한 삶.
무지무명으로 지었던 지난 과거의 모든 잘못들을 진심으로 참회합니다.
지금 여기에 주어진 삶에 감사합나다.
모든 중생들을 분별 없이 사랑할 수 있기를 발원합니다.
(술 마시고 등산하는 사람을 보고는 혐오에 가까운 마음이 들었다)
악은 끊고 선은 받들어 행하는 삶만 살기를 발원합니다.
모든 선근공덕을 일체 부처님께 회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