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egetus2012. 6. 6. 10:34


케일
케일은 씨만 반짝이는게 아니라 잎사귀도 반짝거린다.(☜ 클릭하면 씨앗 사진)
케일을 흐르는 물에 씻다가 보면 잎의 뒷면이 은색 비늘로 코팅이라도 한듯이 반짝인다.
식감은 배추와 상추 사이? 아니 그보다 뭔가 포근한, 살가운, 부드러운.. 뭐라고 표현하기 어려운 식감이 있다.
그래서 케일은 데쳐서 나물로 먹기 보다는 생으로 쌈을 싸서 먹는게 제일 맛있다.

그런데 이런 케일은 나만 좋아하는게 아니고 벌레들도 좋아한다.
케일이 너무 클때까지 내버려둬서 그런지 잎사귀의 뒷면에 알도 있고 작은 벌레들도 있고..
씻어내느라 시간이 꽤나 흘렀다. 
잎사귀도 멀쩡한 건 거의 없다. 죄다 벌레들이 갉아 먹었다.
그래도 괜찮다. 다만 걱정이 되는건 미처 씻어내지 못한 알들이 내 뱃속에서.....-.-

씻어낸 알과 벌레들이 들어있는 물을, 하수구에 흘려보낼까 아니면 텃밭에 뿌려줄까 고민을 했다.
이미 죽어버렸는지 텃밭에라도 뿌리면 다시 살아나는지 알 수 없지만,
이것들을 텃밭에 뿌려주면 더 많이 갉아 먹진 않을까 하는 생각에...
결국 '맘을 곱게 써보자'싶어서 텃밭에다가 뿌려주었다.

다시는 벌레로 태어나지 마라.
그래서 누군가에겐 맛있는 먹거리를 한가롭게 씻고 있는 풍경이
누군가에겐 먹을 것, 살곳, 게다가 목숨까지 통째로 날려버리는 일이 되지 않기를.

앞으론 케일이 너무 크기 전에 따다가 먹어야 겠다. 몇포기 되지도 않는데 생각보다 많은 양이 나온다.
케일에선 어떤 꽃이 필까?



각시동부 싹
텃밭 군데군데 빈 곳에 씨앗들을 뿌리다 보니 어디에다 뭘 심었는지 기억이 확실치가 않다.
튼튼한 싹이 돋았는데, '여기다가 뭘 심었더라..' 하는 순간, 머리에 쓰고 올라온 씨앗 껍질을 보고 
그것이 '각시 동부'라는 것을 알았다.



다유들깨 싹
상추 몸통을 잘라 내기 전에 뿌려둔 다유들깨 싹들이 올라왔다. 바로 깻잎 ^.^
엄마가 상추를 잘라다가 처음으로 상추 김치를 담갔다.
열무들도 싹 뽑아다가 열무김치를 담그고, 그 자리에 다시 열무 씨앗들을 뿌렸다.
의성(토종)배추도 뜯어다가 김치를 담갔는데, 약간 쌉쌀한 맛이 난다. 갓김치 같이.



씨앗 받기
엄마가 내가 집을 비운 사이에 씨앗 받을 열무를 겨우 두 포기 남겨두고 뽑아버렸다.
ㅜㅜ 엄마도 뽑고 나서 보니까 더 남겨둘 걸 싶었단다.
그리고 시금치와 유채도 모조리 뽑아버렸다. 내가 보기엔 아직 덜 여문 것이 있어서 내버려 둬야할 것 같았는데,
엄마가 보기엔 이미 여문 것들이 벌어져서 떨어지고 있으니 뽑아다가 말리면 될 것이라고 생각하셨나 보다.



쑥갓 꽃대
쑥갓도 벌써 꽃대가 올라온다.
첨엔 잘 뜯어다가 먹었는데, 내가 액비를 잘못 준 후로 좀 비실 한듯 싶더니,
잎이 올라왔다 싶어 뜯으려고 보니까 꽃봉오리가 올라왔다.
엄마가 지금 뜯어다가 먹어도 꽃은 또 올라온다고 해서 그냥 뜯어서 먹었다.

 
 

채소 밭에 꽃을 심은 것이 아니라
교수님께 채소밭에 금잔화 꽃을 심었다는 메일을 보냈더니,
교수님께선 채소밭에 꽃을 심은 것이 아니라 모든 채소가 그대로 꽃이라는 답장을 보내 오셨다.
'꽃을 피우지 않는 채소가 어디 있느냐'고 하시면서.
그 글귀를 보는 순간 내 입가에도 꽃이 피는 것 같았다.



/
'좋고 나쁜 것이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상황마다 달라진다'는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좋은 것'이라고 정해져 있는 것들이 있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생각이 모든 것을 좌지우지 한다는 걸 알면서도, 분별하는 마음을 없애야 한다는 걸 받아들이진 못했는데,
이제 쬐-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차분하게 정직한 속도로 흐르는 것'이 누군가에겐 '게으름'으로 느껴지고,
'고요함'이 '졸림'이 되는 것이 순간 이듯이. 


좋고 싫은 것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걷고 있는 것은 나고,
그것을 결정하는 것 또한 나이며,
상황을 바꿀 수 있는 것도 나다.



앵두, 포리똥
앵두, 포리똥(보리수)열매를 엄마가 이웃집에서 따왔다.
포리똥에서는 기분 좋게 새콤한 맛이 나고
앵두는 살짤 달면서 새콤하다.
엄마는 자두가 열리면 이웃집에도 돌려야겠다고 하셨다.

 
Posted by 보리바라봄
vegetus2012. 6. 1. 20:14


5/26
애호박, 새송이버섯, 당근, 양파에 고추장+간장 앙념을 넣고 '물'에 볶아서 만든 요리^0^
기름을 넣지 않고 물을 타지 않을 정도로만 살짝 넣으면 채소가 익으면서 물이 나온다. 기름을 안넣으니까 더 담백하고 맛있다!
소세지같이 생긴건 베지푸드에서 나온 밀로 만든 햄인데 굽지 않아서 그런가 햄 맛은 아니다 ㅋㅋ 쫀득하니 먹을만 하다^.^  아빠는 별로라고 했지만 엄마랑 나는 양념까지 싹싹 긁어서 밥에다가 비벼 먹었다. 후후♥
 
 

간만에 과정까지 사진으로 남긴 채식요리!
이름하여 '순두부카레볶음밥' 하하:D
엊그제 토종배추에 고추장+케찹 양념을 넣어 볶았는데 실패해서 그런가, 오늘의 성공이 너무너무 기쁘다T.T

재료는 들기름 1숟갈, 소금 약간, 카레가루(베지푸드 순 카레분), 순두부, 채소 마음대로, 당근 조금 이다.

나는 여기에 농부로부터에서 나온 <들뫼양념>을 넣고, 채소는 텃밭에서 뜯어놓은 치커리, 열무, 상추, 다채, 청경채 등을 썰어서 넣었다.
그리고 기분을 내려고 말려서 가루를 낸 민트허브를 뿌렸다. 캬하하핳하 ♥

내일 또 만들어서 엄마랑도 먹어야지^.^♬


 

 
Posted by 보리바라봄
vegetus2012. 5. 31. 19:24


아이쿱 생협 너나들이 강좌에 참여했을때 찍어온 원전 관련 책자들:D

 음.. 사진에 시간까지 나왔는데, 설정을 잘못해서 오후로 나왔다. 
오전에 다녀왔는데 ^^
덩치가 커지면 문제가 되는 것은, 원전도 예외가 아니었다.


대나무 지지대를 설치해준 애호박. 잘 타고 올라가려므나 ^.^


이런거 처음 해봤다+_+


덩쿨손이 나뭇가지를 돌돌 감고 있어서 살짝 풀어줬더니 의외로 잘 풀렸다.
혹시 끊어질까 싶었는데:)
그리고 '덩쿨손? 손?' 이러면서 '호박아 안녕'하며 손을 잡고 악수를 했다.
내가 해놓고도 웃겼는지 혼자 히죽히죽 웃으면서 ㅋㅋㅋㅋ


여기두 ^^


이건 붉은밤콩!! 대략 1주일 만에 싹이 돋았다! 


흙을 밀어 올리며 고개를 들어 올리고:)


토실토실 예쁘기도 해라:)


각종 유기물과 함께 쑥쑥:)

 

여기까지 같은 싹인 것 같은데..
제비콩이랑 쥐눈이콩은 구분을 못하겠다T.T


이건 쥐눈이콩일까 제비콩일까?

 

요거는 율무 ^^


볏짚 사이의 율무:)


하트모양 붉은 밤콩 ㅋ_ㅋ♥


1회용 숟가락 활용ㅋㅋ


토마토 꽃이 피었습니다ˇ-ˇ


한 뿌리에서 두가지 꽃이 피고 있다. 뭥미ㄱ-


마지막으로,

우아한 자태를 뽐내고 있는 인디언감자 싹:D
모종판에 총 세 뿌리를 심어놓았는데, 몇일 전까지 감감무소식이었다.
'속에서 썩었나' 싶어 흙을 엎어버리려다가
모종판을 들어 올려서 밑을 봤더니, 하얀 뿌리들이 보였다.
하하. 뿌리 1개는 결국 곪은게 맞았고, 두개는 잘 자랐다.  
흙을 살짝 거둬내고 싹이 흙 밖으로 보이게 해서 몇일 간 더 키운 다음, 텃밭에 옮겨심었다.
잘 자라고 있는 모습 *


 
Posted by 보리바라봄
vegetus2012. 5. 29. 09:31

05월26일 아이쿱 생협에서 주체한 <구례 우리밀 축제>에 갔다가
예상 외의 득템을 했다!! 바로 토종 씨앗>.<

마지막 사진은 구경하던 아이의 손이 찍혔다;
이 많은 씨앗들을 다 얻어온 건 아니고
메밀, 여름상추, 주먹찰옥수수, 각시동부를 조금 얻어다가 다시 삼등분 해서 나눠가졌다. ㅎㅎㅎㅎ
맘같아선 구입을 해서라도 얻어오고 싶었는데
내가 "이거 판매하는 거에요?"했더니,
씨앗을 안내하는 아주머니께선 "씨앗은 나누는거 랍니다"라고 말씀하셨다.
종종 토종씨앗모임이 열리던데, 나도 꼭 한번 가보고 싶다. 

쥐눈이콩, 강낭콩, 의성배추는 나도 이미 파종 한 씨앗들이다. ㅎㅎ

그리고 오늘 아침에 여름상추, 주먹찰옥수수, 각시동부 그리고 이팥과 창포를 심었다.

여기서, 그리고 어딘가에 심어질 씨앗들 모두 쑥쑥 잘 자라났으면˘- ˘ 




끝으로,
잘 만들어진 EBS 지식채널e 세 편:)






우리밀, 우리 농산물을 먹는다는 건  

1. 환경오염 줄이기 : 장거리 운송을 거치지 않은 로컬푸드 먹기. 이런건 뉴요커들이 더 깐깐하다고 한다. (내가 뉴요커에 대해서 너무 몰라서 그런가 정말 의외다;) 장거리 운송이 되지 않으므로 운송할 때 드는 에너지 자원을 줄일 수 있다.
2. 건강 회복: 수입된 식량들은 엄청난 규모로 지어진 농사가 대부분이다. 그만큼 농약도 엄청나게 친다는 얘기. 미국 같은 나라는 비행기로 농약을 치는데, 손으로 뿌릴때보다 골고루 뿌리기가 어려워서 몇배를 더 뿌린다고 한다. 밀가루의 경우엔 약 70여가지의 화학약품, 농약 등이 들어간다. 우리나라 농산물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그래도 수입된 것보다는 국내산이 낫고 그 중에서도 농약을 치지 않거나, 조금 친것, 유기농을 먹는 것이 좋다.
최근 사람들은 듣도 보도 못한 질병에 시달리고 있으며 성인병도 엄청나게 많아졌다.
음식의 영향이 매우 크다. 
3. 식량주권 회복: 스위스, 프랑스. 캐나다, 미국, 독일, 스웨덴, 영국 등의 선진국들은 식량 자급률100%를 넘어서 수출까지 하는데, 우리나라의 식량 자급률은 26.9%다. 쌀을 제외하면 5%. 먹거리 지키기는 기본 중에 기본이다.
4. 농민 살리기: 현재 농사를 짓는 사람은 국민의 6%. 최근 25년 사이에 1/3 수준으로 줄었다고 한다. 이분들이 사라지면 '지식채널e'의 내용처럼 쌀대신 핵을 보유하게 될지도 모른다. 1980년, 냉해로 쌀을 수입했을때, 미국의 대규모 곡물회사 카길은 평균 쌀 가격의 3배를 요구했다고 한다.
  




Posted by 보리바라봄
vegetus2012. 5. 24. 21:55

오늘도 한의원에 갔다가 오는 길에 메리골드(금잔화)를 10개 더 사가지고 왔다. 
혹시나 해서 아주머니께 "저쪽 끝에 있는건 뭐예요?" 했더니,
'메리골드'라고 하셨다. 아하핳.
"아~ 메리골드요!"

색이 조금씩 다른 걸로 10개 골라서 아주머니께 싸달라고 했더니,
글쎄 이미 시들어 씨앗이 영글어 있는 꽃송이들을 가위로 똑똑 잘라내고 계신게 아닌가?
그래서 나는 '그러지 말라'며 그것도 싸달라고 했더니,
아주머니께선, "아가씨가 은근히 살림꾼이네."라며 웃으셨다.

집으로 가져온 메리골드들을 이번에는 화단에다가 여러개를 심었다.
아핳... 메리골드와 사랑에 빠질 것 같다.
알고 봐서 그런가, 너무너무 이쁘다.
초록뿐이던 텃밭에 불이 켜진 듯, 꽃은 하나의 등불이 되었다.

 

Posted by 보리바라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