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과 기억의 기록'에 해당되는 글 437건

  1. 2015.06.30 아주 느리게, 그렇지만 정확하게 2
  2. 2015.06.28 여름의 한 조각 4
  3. 2015.06.23 일기 3
  4. 2015.05.30 일상 4
  5. 2015.05.20 궁시렁 2
느낌과 기억의 기록2015. 6. 30. 21:41

 

 

 

 

백은하. 강강술래 2, 3. 마른 꽃과 펜 드로잉.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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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바닥을 뒤집듯이 변하고야 마는 내 마음은 꾸준할 수 없는 가장 큰 이유인 것 같다.

한번 덤벼들면 끝없이 빠져들고 돌아설 땐 뒤도 돌아보지 않는다.

이런 성격 때문에 위태로워보인다는 말을 듣곤 한다.

어쩌면 그런 말들이 내가 느끼는 것 보다 더 사실에 가까운지도 모르겠다.

열등감은 엄청난 우월감의 다른 이름이다.

힘을 주고 옳다 믿는 그 모든 것들을 언제쯤 놓을 수 있을까?

'있는 그대로'라는 말은 타자에 대해서 간섭하지 않는 마음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 해석과 관점이 개입되는 순간 '있는 그대로'는 사라진다.

틀을 내려놓고 판단하지 않는다는 건 생각보다 훨씬 어렵다. 

 

그래도 요 몇일은 한결 자유로워진 것 같다. 한결 가볍고, 한결 신난다.

내 몸을 이루는 두터운 껍질 중 가장자리에 있는 한 겹이 벗겨져 나간 것처럼.

계속해서 이렇게 힘을 빼고 나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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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언-천히, 거북이처럼 아주 느리게. 그렇지만 정확하게 걸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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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이 쉽게 빨개졌다 금방 돌아오곤 하는데, 이게 좀 더 심해진 것 같다.

순간적으로 느껴지는 감정이 겉으로 빠르게 드러난다.

예전엔 확 올라오는 느낌이 있어야지만 '얼굴이 빨개졌구나' 했는데,

이제는 그런 느낌 없이도 슬쩍 올라왔다가 후닥 내려가 버린다.

특히 좋아하는 감정과 부끄러운 감정을 느낄 때가 그렇다.

감춰지지가 않는 얼굴이 되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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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아봄 선샘미 저 바아봄 선샘미 좋아해요'라고 굳이 교실에 들러서 얘기해주는 바람에

엄청 쑥스러웠다. 머리를 자르고 온 날 나랑 똑같다고 했는데도 끝까지 아니라더니,

이젠 자기 맘에 들었는지 자기랑 똑같다고 먼저 말해준다. 고맙네. 힉.

근데 이 말을 들은 타이밍이 요 꼬마가 총총 걸어와서 오물오물 얘기를 하는데

순간적으로 '아 정말 예쁘다...'하는 마음을 갖고 있었던 그 때였다. 그리고 나서 자기 볼일을 보고

다시 들러 내게 저런 얘길 해준거다. 마음이랑 마음이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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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민의 마음. 좋은 마음. 남을 이익되게 하는 마음. 사랑의 마음. 보시바라밀.

좋은 말. 부드러운 말. 자비와 사랑. 지혜.

나 자신을 돌아보고 스스로를 먼저 기르는 일.

내가 바로 서서 완전하고 행복한 마음을 갖는 일.  

 

근사하다.

 

 

 

Posted by 보리바라봄
느낌과 기억의 기록2015. 6. 28. 21:17


 


 

 

 

보고 싶었던 능소화를 드디어 봤다. 비를 맞아 그런지 벌써 반쯤 시들어버렸고,

쓰레기통이 옆에 있어서인지 파리와 벌레가 들끓었다.

 

지금은 이토록 생생한 삶인데

먼 훗날이 오면 모든게 다 사라진다고 생각하니

삶이란 즐거운 것 마저도 고통이란 것에 수긍이 간다.

아름다우면 아름다울수록,

사랑하면 사랑할수록 더욱 슬퍼질테니까.

 

나는 살아있다.

걷고, 마시고, 먹고, 본다.

읽고, 쓰고, 생각하고, 잔다.

듣는다. 만진다. 그리워한다. 기다린다.

아무도 보고싶지 않다. 상상한다.

 

내 안에 잠재되어 있는 무수한 찌꺼기들.

그 때묻은 것들이 사실이 아니라고 한다.

 

어떤 식으로든 우린 연결되어 있으니

이 응답이 번져나갈 것이다.

 

오고 감이 없는 자리엔 만남과 헤어짐이 없다.

만남도 헤어진 적도 없고, 언제나 나였던 모든 것들을 위하여

믿고 행해야 한다.

 

 

 

Posted by 보리바라봄
느낌과 기억의 기록2015. 6. 23. 19:55

 

 

 

지난 토요일 교수님과 함께 갔던 담양 소쇄원 채식뷔페 :-)

 

 

 

 아.. 사진을 보자마자 또 가고 싶다. 맛있겠다... 쩝.

 

 지리산에 다녀온 후로 블로그도 안하고 뭔가 수동적인 상태로 지내는 것만 같아 의식적으로 뭐라도 해보기 위해 글을 쓴다.

 

 요즘에는 일 이외에 뭘 하는가 하면 오직 책을 읽는다. 이렇게 쓰고 보니 뭔가 거창하게 느껴지는구나... 주구장창 책만 읽는 사람처럼... 그건 아닌데. 여튼 대부분의 시간을 책을 읽으며 보낸다. 어떤 책을 보느냐 하면 예전에도 그랬듯 다시 마음공부를 한다. 마음공부란 다름 아닌 부처님 가르침을 배우는 일.

 

 다시금 아침 저녁으로 기도를 시작했고 채식도 꾸준히 한다. (해산물을 포함해서 유제품과 계란까지 먹지 않는 것으로. 비건 채식.) 중간에 세번 정도의 고비가 있었다.

첫번째는 채식을 다짐한 바로 다음날 나왔던 점심 메뉴의 새우와 오징어. 그걸 보자 마자 '당연히 먹어얄 것 같은'마음이 불쑥 올라왔으나 '우왕 이래서 습관이 무섭구나'라고 생각하며 무사히 넘겼다.

두 번째 고비는 빵과 아이스크림 등의 간식들이다. 겉으로 형태를 구분할 수 있는 건 '안 먹겠다' 했으니 다른 사람들도 딱히 권유를 하지 않는데, 빵이나 아이스크림은 직접적으로 눈에 보이질 않으니 사람들도 자연스레 권한다. 그럴 때마다 사양을 해야 했고 다시 한 번 내 의사를 표현해야 하는데 그걸 매끄럽게 해내는게 어려웠다.

세 번째 고비는... 아 내가 좋아하는 '아띠장홍'의 버터프레즐. 엉엉... 이걸 다시 못 먹는다고 생각하니 아쉽지만 어쩔건가 포기해야지. 그걸 보니까 '에라 모르겠다' 하는 마음으로 버터 없는 부분만 쬐금 먹어볼까 했는데 옆에 있던 HJ가 "쌤 안돼"하며 막아주어서 가까스로 위기를 면할 수 있었다. 이제껏 채식을 해오면서 이렇게 적극적으로 (말 한마디 일 뿐이지만) 내 입장에 서서 채식을 도와주는 사람은 처음이다. (본인이 채식을 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날 응원하겠다는 말이 괜한 말이 아니었구나 싶으면서 참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그렇게 세 번의 고비는 모두 지나갔고 그 다음부턴 나름 순조롭게 이어가고 있다.

 

 마음공부를 하다 보니 아무래도 오신채(파, 마늘, 달래, 양파, 부추)까지 먹지 말아야 할듯 싶어 잠시 고민을 해봤는데 결국 다음으로 미루기로 한다. 홧김에 확 저질렀다가 부드럽게 밀고 나갈 자신이 없다. 다른 사람들에게 내 의사 표현을 할때 딱딱하게 굳은 말투와 표정이 되기는 싫은데 실험 삼아 '그럴까 싶다'고 애기 했을때부터 이미 내 마음이 불편해졌으므로, 아직은 때가 아니라는 판단이 섰다. 일단 보이는 선에서 제외하고 먹도록 하고, 집에서부터나 제대로 실천해봐야겠다.

 

 채식을 하다 보니 사람들이 모여 군것질을 할때 내가 먹을 수 있는 것은 상당히 제한이 되었는데 그러다 보니 집에 와서 군것질을 하는 횟수가 잦아졌다. 아무리 오신채와 동물성 식품이 들어있지 않기로서니 그런 군것질을 자주 하는건 온전한 식생활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음에도 무슨 보상심리라도 생긴건지 '채식 잘 하고 있으니까 과자는 먹어야지'하는 마음이었던 것 같다. 그렇게 군것질이 늘면서 살짝 살도 붙는 것 같고 그러면서 잠도 늘었다. 아무리 일찍 일어나려고 해봤자 아침이 오면 눈을 뜨기가 힘들다.

 

 아침에 늦게 일어나서 하루를 보내고 저녁이 되면 마음공부를 하고 싶어져서 책을 읽다가 늦게 잠든다. 그러면 또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기가 힘들다. 그렇게 악순환이 이어지고... 그러다 교수님을 뵙고 이야기를 나누는데 많이 먹는 것과 잠의 연관성에 대해서 듣게 됐다. 음식을 많이 먹으면 몸에서 음식을 소화하는 것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쓰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뇌에 공급되는 피의 양이 줄게 된다. 그러면 몸은 피로를 느끼게 되고 자연스레 잠의 양도 많아지게 되는 것. 아... 이런 간단한 원리를. 나는 단순히 경험으로 먹는 양이 많아지면 잠도 많아지는 구나 싶었는데. 이걸 알고 나니 이대론 안되겠다 싶어 의식적으로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고 있다. 사실 이런 의식적인 노력을 좋아하진 않는 편이긴 한데, 별다른 반감 없이 할 수 있어서 일단 해본다. 

 

 잠과 먹는 양의 변화는 내 수동적인 태도와도 연관이 있다. 능동적으로 살아갈 때면 스스로 즐겁기 때문에 노력이 들지 않고 몸이 가벼워진다. 먹지 않아도 적당히 부른 포만감 같은게 있어서 먹는 양이 줄고 잠도 필요 이상으론 자지 않게 된다. 그런데 요즘 나는 아무리 방향을 제대로 잡았다 한들 약간은 수동적인 성향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태도를 바꿔보려 의식적인 노력을 기울이게 된 것이다. 이런 노력을 강제적으로 하다 보면 금방 끝이 나버릴테지만 처음 마음 먹기까지가 오래 걸렸지 시작을 하고 보니 생각보다 수월하게 이어가고 있다. 역시 모든 흐름엔 마음을 열고 능동적인 자세를 유지하는게 중요하다. 

 몇일 전 까지만 해도 다리가 천근 만근 무거웠는데 하루 이틀 사이에 비교적 가벼워 졌다. 내가 이런 얘길 하면 주변 사람들은 '반응이 너무 빠르다' 웃곤 하는데 나는 진짜 그렇게 느껴진다. -_- 하루 이틀 사이에 몸이 달라지는 것도 보이는 걸.

 

 

 지난 토요일엔 머리를 잘랐다. 층낸 부위를 없애버리려고 했는데 그렇게 되면 머리가 또 확 짧아지니까 살짝 남겨두고 다듬었다. 미용실 아주머니가 "앞머리도 자를거죠?" 하셔서 "네" 했는데 '확실하게' 잘라주셨다... 앞머리는 짧아도 눈썹 길이 정도로만 자르려고 했는데 눈썹 위로 시원하게... 예전엔 이런 길이를 좋아했었는데 이제는 싫다. ㅠ_ㅠ 머리가 바가지처럼 되가지고 고무신을 신고 다녀야 할듯한 기분... 이 아주머니가 하시는 말씀이 얼굴이 귀엽고 예뻐서 뭘 하든 다 어울린다는데, 꼭 말씀하시는 타이밍이 본인도 이상하다고 느껴지실 때 그러는 것 같다. ㅋㅋㅋㅋㅋㅋㅋ 지난번에 머리를 확 쳤을때도 "짧은게 잘 어울리네" 하셨는데 내가 볼땐 그때도 안 자르니만 못하게 보였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머리 모양이 이상하니까 급하게 말로 수습하시는 느낌... 이게 사실이든 아니든 마음이 쓰이는 건 아닌데. 그냥 그랬다는 얘기다.

 

 아까는 원에서 방과후 활동을 하는데 WL이 "나는 선생님이 좋아하는 핑크색으로 색칠해야지"하면서 그림을 색칠했다. 자기가 좋아하는 주황색이랑 같이 두개를 들고서. 그러면서 "선생님 핑크색 좋아해요?"하고 제차 확인을 하는데 내가 다른 일을 하느라 대답을 않고 가만히 있으니까 "선생님 핑크색 좋아하냐고요!"한다. 그래서 "네에~" 했더니 한다는 말이 "나는 선생님 좋아하는데"란다. 무슨 이런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건지. 요런 것만 봐도 사람은 자기 그릇을 가지고 태어난다는 게 딱 맞는 말이다. 예쁨 받을 행동을 하는 사람이 예쁨을 받는거다.

 아 쓰다보니 두서없이 말이 길어진다. 그간 할 말이 없었던게 아니라 단지 안 쓴것 뿐이었구나... 마음이 잔잔한게 아니라 뭐가 너무 많이 들어있었구나. 오늘은 여기까지만.

 

 책은 읽기만 하고 정리를 못한게 걸린다. 읽던 것만 마저 읽고 하나씩 해봐야겠다.

 

 

 

 

Posted by 보리바라봄
느낌과 기억의 기록2015. 5. 30.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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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더러 "안예뻐요. 머리가 뿌러졌어요(풀어졌어요) 내가 묶어줄게요."하던 꼬마.

내가 (오랜만에 그리고 갑작스레) "사랑해요" 했더니 흠칫 하며 의미를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사랑한다고 말해달라 독촉하며 반 어거지의 수긍을 이끌어낸 다음 "그럼 안아주세요" 했더니

안을듯 말듯 결국 안아주지 않고 홀연히 떠나갔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귀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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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하게 말해주니까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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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탁기의 재발견.

 

이 곳에 2년 째 살아오면서 세탁기를 돌리는 시간을 꾸준히 1시간 50분 가량으로 유지하고 있었다.

'뭐 이런 세탁기가 다 있을까' 싶으면서도 군말 없이 사용하고 있었는데

그제는 세탁기가 탈수 직전 멈춰버리는 바람에 새로운 점을 발견을 할 수가 있었다.

바로 탈수 기능이 별도로 있다는 것!

게다가… 어떤 종류의 세탁을 할 것이냐에 따라서 시간 조정이 가능했다는 것… 하하하…

선택할 수 있는 버튼이 있는게 아니라서 그런 기능 같은 건 없는 줄로 알았다.

대신 빙글빙글 돌릴 수 있는 버튼이 하나 있었는데 그걸로 모든 선택이 가능한 거였다.

와-우. 그것도 모르고 세탁 시간을 두 시간 씩 주욱 유지해 왔다니..

역시 무관심은 병이고 낭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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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의 만남에 가장 중요한 것은 공유할 수 있는 가치의 유무다.

함께 맞닿은 지점이 끝까지 함께 가려면 둘의 시간이 향기로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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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를 부르자. 

 

 

 

 

 

Posted by 보리바라봄
느낌과 기억의 기록2015. 5. 20. 20:12

 


 

 

사람들이 편해지는게 아니라 점점 개념이 없어지는 것 같다. 정신을 번쩍 차리고 싶은데 자꾸 멍- 한 상태에서 일들을 처리하는 기분이 든다. 한편으론 가볍게 지내는 것 같으면서두 말이다.

해가 길어져서 정말 정말 좋다. 방금 해가 똑 떨어졌는데 몇 분 전까지만 해도 밝았다. 해가 길다는게 이렇게 큰 위안이 되다니. 시간이 쫓기듯이 살아가는 것 같은데 퇴근 후에도 해를 볼 수 있어서 좋다. 마찬가지로 아침 출근 길에 밝은 해를 볼 수 있는 것도 즐겁다.

 

아까는 갑자기 성질이 나면서 하던 것을 다 흐트러버리고 막 성질을 내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열받음이 차곡차곡 쌓이면서 조바심을 느낀 것 같다. 이럴 때 뭔가를 더 하려고 하면 일은 더 꼬이고 말텐데 적당히 빠져나와 걸었다.

정리정돈 하는 기술을 배웠어야 했는데. 정리의 중요성을 자주 느끼게 된다. 할 일은 많고 분류 기술은 형편 없고, 이리 저리 섞여 엉망 진창이다. 아예 마음을 놔버리고 어찌 저찌 해나가고 있다. 당장 올 여름 안에 일어날 일들은 어떻게 진행되려나…

나는 먼지다. 나는 먼지다. 나는 먼지다. 부담스러울때면 이런 생각을 하곤 한다.

 

머리가 자라면서 머리칼이 부스스해지고 있다. 아직도 한 갈래로 묶이질 않는 길이인데 또 지겹다.

머리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머리카락이 하나도 없다면 얼마나 편할까 싶다. 스님들처럼. 그렇다고 빡빡 밀어버릴 자신도 없다. 작정하고 절에 들어가면 모를까. 웃기지만 뒷통수가 안예뻐서 스님이 되고 싶지 않다. ㅋㅋㅋㅋㅋㅋㅋㅋ 뒷통수가 예뻤으면 됐겠나? 그것도 자신 없지만. 별 수 없이 '상'에 집착하는 인간일 뿐이다.

 

어제 남동생이랑 영화 <로렌스 애니웨이>에 대한 얘길 나눴다. 본지가 좀 된 영화라 기억이 가물가물 하면서도 영화에 대한 인상은 남아있어서 "여자가 나쁜 여자야"하고 얘기했다. 남동생은 그 이유를 물었고 "사랑한다면서 있는 그대로 사랑해주지 않았어. 어떻게 로렌스한테 남자를 원한다고 말할 수가 있어!!!!!!" (로렌스는 생물학적으로 남자이지만 그의 내면 중에 일부는 여자다. 그렇다고 게이는 아니고 여자처럼 행동하는 것도 아니다. 단지 외모를 여자처럼 꾸미고 싶어 한다.) 그토록 사랑한다면서 로렌스에게 저런 잔인한 말을 내뱉는 걸 이해할 수가 없다. 나쁜녀ㄴ....

그러면서 남동생은 내게 "누나가 그렇게 생각하는건 누나가 있는 그대로 사랑 받고 싶기 때문이야."라고 했는데, 늘 내 자신이 알고 있다고 생각한 부분인데도 타인을 통해 다시 같은 생각을 듣는 것은 낯설게 느껴졌다. 그리고 덧붙이길 "누난 스님이 돼야 할 것 같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른 사람한텐 안그러는데 살이 또동하게 오른 남동생에겐 특히 채식 얘길 꺼내게 된다. 그래도 예전만큼 강제적인 태도로 얘기 하지 않고, 대화 도중 열받아서 성질내는 빈도수가 확실하게 줄었으며, 나름 이성적인 대화를 하고 있는 것 같아 만족스럽다. 암튼 내가 있는 그대로 사랑 받고 싶은 마음이라면 남들도 그렇다는 걸 알아얄텐데. 타인의 선택권을 존중해 주고 있는 그대로 사랑해주는 길이 가장 빠른 변화의 길이란 걸 알면서도 이게 참 어렵다. 내 시각을 내려놓고 남을 보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내 생각' 같은 건 과감히 내려놓고 나보다 나은 무언가를 절대적으로 믿고 따를 수 있다면.

그 누구보다도 자주적이고 '나'라는 틀이 중요한 줄 알았었는데, 점점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Posted by 보리바라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