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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11.22 아침운동 열하나 6
  2. 2011.11.19 아침운동 열흘째 6
  3. 2010.07.28 식물의 신비생활 18
  4. 2010.01.06 소소하게 스치는 생각 4
  5. 2009.12.20 그냥 드는 생각 31
느낌과 기억의 기록2011. 11. 22. 08:51







 이틀 쉬고 아침운동. 저쪽 먼 하늘에 붉은 기운. 맑은 하늘. 차가운 공기. 닭 우는 소리, 개 짖는 소리. 졸졸졸졸졸졸졸졸 쉼없이 흐르는 물소리. 졸졸졸졸졸졸. 저수지 위엔 뿌연 안개가 내리고, 풀잎 위엔 하얀 서리가 내리고. 비를 맞고 한층 더 짙어진 단풍. 맑은 물이 가득 차 한 층 더 건널 맛이 나는 돌다리. '와 정말 깨끗하다'. 우물물 개봉박두! 안그래도 물이 가득 차면 바가지가 묶이 이 긴 끈에 있는 때가 물에 섞이지 않을까 했는데, 누군가 끈을 밖으로 빼놓았다. 물이 한가득. 하늘색 바가지에 담긴 물이 시원~하다. 쉼터에 잠시 쉬고 있으려니 금새 몸이 추워진다. 손이 시려. 엄마도 손이 꽁꽁. 나는 이런날 혼자 운동 못 나오겠다고 했더니 엄마 왈 "습관이 되면 그런 생각 안들어. 추울땐 좀 심난해도". 돌아오는 환한 길. 아침은 왜 이리 일찍 오는가. 여름엔 얼마나 일찍 올까? 산을 반 가린 산의 그림자. 동치미 위에 얹을 대나무 똑똑. 향기가 좋네. 오늘은 몸이 무겁지만 내일은 가볍겠지! 



 
Posted by 보리바라봄
느낌과 기억의 기록2011. 11. 19. 08:37




마른꽃잎과 펜드로잉, 백은하





 툐요일, 쉬기로 지정한 날이다. 하. 지. 만. 이번 주는 운동을 수요일부터 시작했기 때문에 쉬기에는 조금 꺼림직한 감이 있었다. 게다가 어제는 비가 많이 내려서 비내린 금강골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기도 했다. 어젯밤 잠들기 전에 엄마가 "내일 비 안오면 운동 할거냐"고 하셨을때 "한다"고 대답하고는 잠이 들었다.
 그런데 막상 아침이 오니 몸은 굼벵이처럼 일어나고 싶지 않아했다. 어제도 늦게 잠들었기 때문이다. 겨우 눈을 부비고 일어나 보니 눈이 부어있다. 주섬주섬 옷을 챙겨있고 집을 나섰다.

 시간은 여섯시 반인데 꼭 한 밤같다. 캄캄했다. 골목을 돌아서자 여기저기(?)서 '꼭끼오'하고 닭들이 울어대는 소리가 들렸다. 자연 알람. 지나가면 항상 들리길래 엄마한테 "닭은 몇시부터 몇시까지 울어?"하고 물었더니 엄마는 "닭 마음이겠지"했다.
 멀리서 뭔가 거대하면서도 시원한 소리가 들려왔다. 평소에는 메말라 있던 곳곳에 물이 흐르고 있었다. '아 여기도 물줄기가 있었구나'. 엄마랑 운동을 같이 다니다가 이제는 헬스장에 다니는 아주머니들이 있는데, 예전에 그 분들은 비가 오고 나면 '물구경 가자'며 운동을 갔다고 한다. 물구경이라니. 뭔가 순수하게 느껴진다. 눈이 내리면 눈구경.

 얼마 안가 나는 물 웅덩이를 밟고 말았다. 덕분에 발 앞꿈치가 젖어버렸다. 눈도 잘 안보이는데 어둡기까지 해서 바짝 긴장하고 걷다가 낙엽이 수북한 곳을 밟았더니 그리 됐다.
 저수지에도 물이 가득 올라 있었다. 사실 나는 평소와 큰 차이가 있는지 몰랐는데 엄마가 그렇게 말씀하셨다. "넘치지는 않네"하시면서. 장마철에는 넘쳐서 아주 '시윈하게' 물이 흐른다고 한다.
 숲에서는 촉촉하고 달콤한 향기가 났다. 모든 구간에서 그런건 아니고 어딜 지날때 그래서 "엄마 좋은 냄새가 나" 했더니 엄마는, "저 집에서 나나?"라고 대답하셨다. '아니 꽃향기같은거...'

 오늘은 물소리가 듣기 좋아 듣는 것에만 집중해볼까 하고 생각하고 있는데, 살구나무집 아주머니와 만났다. 아주머니는 물길을 뚫고 계셨다. 물이 흘러야 할 곳에 낙엽이 쌓여 물이 고이니 거기를 나뭇가지로 긁어내고 계셨던 거다. 그래서 엄마와 나와 아주머니 셋이 같이 갔다. 아주머니와 엄마 둘이 나란히 그리고 나는 뒤에서 걸었다. 드디어 첫 번째 돌다리를 건너야 하는 곳 까지 왔는데 돌 다리 두 개가 물에 잠겨서 건너지 못했다. 양말 벗고 건너면 가능했지만 그렇게 하진 않았다. 우리는 돌아서 내려갔다.
 뭔가 무척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평소보다 짧게 걸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나는 우물에 물이 얼마나 고여있을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할 수 없이 마음 속으로 상상만 했다. 양말을 벗고 맨발로 돌다리를 건넌 다음, 수건이 없으니 계속 맨발로 쉼터까지 가서 우물 뚜껑을 열어보는 상상. 물이 얼마나 고여있을까? 가득가득? 어쩌면 옆에 흐르는 계곡 물처럼 넘쳐버렸을까? 계곡 물은 공기방울이 많아서 하얗게 흐르고 있었는데...

 돌아가고 있는데 나도 모르고 엄마도 모르는 아주머니만 아는 어떤 아저씨와 마주쳤다. 그래서 아저씨, 아줌마, 엄마 이렇게 셋이서 앞서 가고 나는 그 뒤에서 걸었다. 순간 내 입모양이 :( 이렇게 됐다. 뭔가 소외되는 느낌을 받았는데 어제 꿈에서도 그랬다. 꼭 크리스탈 같은 느낌의 애들이 나만 따돌리고 지들끼리 놀았다. 속으로  '이럴려고 그런 꿈을 꿨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크크
 운동 중간 지점에서 색다른 곳으로 갔다. 몇 일 전에 자전거로 산책을 한 적이 있는 곳인데 그때 생각하기를 '자전거가 있으니 망정이지 걸어서는 절대 못가겠다'했는데 막상 걸어보니까 그리 먼 거리가 아니였다. 체육공원에도 들려서 간단히 몸도 풀었다. 거기에 '하늘 걷기'라는 운동기구가 있었는데 쉽고 재미있었다. 배와 다리를 탄력적으로 만들어준다니 더욱 하고 싶은 운동이었다. 쉽기도 하고. 이름을 보기 전에는 '구름 위를 걷는 느낌'이 이럴까 했다. 근데 발바닥은 묵직하다. 어쨌든 딛고 있으니까. 

 남동생이랑 갔던 길로 해서 집으로 돌아왔다. 중간에 뽀삐같은 강아지를 만났는데 살구나무집 아주머니를 보고 짖을 때는 언제고 어느새 쫄랑쫄랑 따라갔다. 그러더니 내 뒤에도 쫓아와서 순간 화들짝 놀랐지만 귀엽다고 생각했다. 뽀삐좀 더 많이 예뻐해 줄걸 하는 생각이 또 들었다. 역시 나는 지난 생각을 많이 하는 과거형 인간인가 보다. 

이번주 운동 끄읕~



 
Posted by 보리바라봄
책 읽기2010. 7. 28. 22:44



hallo,마른꽃잎과 펜드로잉, 백은하

 

 

피터 톰킨스, 크리스토퍼 버드

 

 

 

'식물의 소통법'이라는 강좌 제목을 내 맘대로 만들어서 듣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이 책을 교재로 쓰면 딱 알맞겠다. 크크. <장미의 부름>보다 더 깊이 파고 드는 책이다.

 

생각도 하고, 느낄 줄도 알고, 사랑받으면 더 잘 자라고, 음악을 듣고, 사람을 치유하고 교감하고, 

우주와 교신하는, 연금술을 할 줄 아는, 진짜 신비로운 식물이다.

 

책을 읽다가 책에서 떨어진 스크랩 자료를 몇개 보았다. 누가 이렇게 고이 모셔두었을까? 

내가 갖고 싶다는 생각이 '잠깐' 들었지만 다시 곱게 넣어두었다. 그 중에 이런 내용이 있다. 

 

플라톤은 '인간은 거꾸로 서있는 식물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식물이 거꾸로 서있는 인간이다'라고 했단다.

<채식주의자>에서 주인공 영혜도 물구나무를 서면서 자기를 나무라고 했는데.. 

그럼 사람이 식물이라고 생각했나보다.

 

책을 읽을수록 얼른 나만의 정원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통밀과 국화를 함께 심고, 풀의 소중함을 알고

(민들레는 뿌리를 통해 땅속 깊이 들어있는 미네랄 등을 끌어온다), 

이야기도 하고, 건강하게 먹고, 사랑하고... 농약, 해충제 등은 절대 안된다. 

유기농, 아주 순수한 유기농으로 지어야지. 꽃밭과 채소밭, 야생식물 나물밭도 만들고 싶다.

 

농부는 나의 꿈!

나이 많이 들어서 한적한 시골생활을 하고 싶은게 아니라,

내가 살아가는 삶의 방식으로 농삿일을 하고 싶다. 

자연에 순응하면서 가치를 느끼고, 배우고, 깨닫고 싶다. 

우리가 진짜 알아야 할 것들을 보듬어 가면서 -



Posted by 보리바라봄

Still Running, 마른꽃과 펜드로잉,2008, 백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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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1/05, 경향신문, 하워드 진 인터뷰 中 ..
(기사를 클릭하시면 해당 기사로 이동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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溫雅優美(온아우미) : 따스하고 부드러우며 뛰어나게 아름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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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작아보이지만 나중엔 클거야, 처음엔 어렵지만 익숙해지면 쉬울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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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에 대해 아는 것이 없더라도 말이 통하는 사람은,

몇 년 알고 지낸 사람보다 더 가깝게 느껴진다.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더라도)

아마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거다.

나에 대해 아무 말 해주지 않아도 통하니까 얼마나 편하고 좋나 . .




Posted by 보리바라봄
느낌과 기억의 기록2009. 12. 20. 11:13

(그림_ 백은하, 눈이 와)

 

흰돌고래가 세계 멸종위기 생물 10종 안에 들었지만 그런건 아무래도 상관이 없는 걸까? 나는 걱정이 되고 슬픈데. 그렇지만 이런 이야기를 함께 나눌 사람이 없다. 아는 사람은 그렇게나 많은데 어째서?... 너흰 예쁘고 아름다운 것 찾으면서, 어째서 정말 예쁘고 아름다운 것엔 관심이 없니. 내가 아무리 좋아하는 동물들의 사진을 올려도 날 유별난 아이로 볼 뿐 관심이 없다. 무관심. 나는 관심이 없는 사람이 싫어..... 좋아하는 것이 많다. 좋아한다는 것은, 그것 역시 나와 같다는 뜻인데 - 그것도 나고 나도 그것이고. 내가 좋아하는 것에 대한 무관심은 나에 대한 무관심과도 같다.

 

아 나는 좋아하는 것이 많은 사람이 좋다.

나를 더 나일 수 있게 해줄 사람.

 

눈이 많이 내려서 너무 예쁘다. 마른 가지에 하얗게 쌓여 있는 것이 너무너무 아름답다. 그 어떤 보석도 너보다 곱진 못해. 그런데 왜 사람들은 너에게 함부로 하는 걸까? 너처럼 고운 애가 어디에 있다고. 하얗게, 이렇게 세상이 하얗게 된다는 게. 그게 너무 당연한 일은 아니잖아.

 

차가울수록 따뜻하게 할 수 있는게 너의 매력...

 

 

Posted by 보리바라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