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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11.11 슬견설 (虱犬說) - 이규보 (8)
vegetus2010.11.11 00:14






虱犬說  슬견설

 

客有謂予曰 : "昨晩見一不逞男子, 以大棒子椎遊犬而殺者, 勢甚可哀, 不能無痛心. 自是誓不食犬豕之肉矣."

객유위여왈 : "작만견일불령남자, 이대봉자추유견이살자, 세심가애, 불능무통심. 자시서불식견시지육의."

 

손님이 와서 나에게 말했다.

"엊저녁 한 불량한 사내가 큰 몽둥이로 돌아다니는 개를 쳐서 죽이는 것을 보았는데,

보기에도 너무 애처로와 마음 아프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제부터는 개나 돼지의 고기를 먹지 않기로 했습니다."

 

 

予應之曰 : "昨見有人擁熾爐, 捫虱而烘者, 予不能無痛心. 自誓不復捫虱矣."

여응지왈 : "작견유인옹치로, 문슬이홍자, 여불능무통심. 자서불복문슬의."

 

 나는 그 말에 응하여 대답했다.

"지난번에 어떤 사람이 불이 이글이글하는 화로를 끼고 앉아서,

이를 잡아서 그 불 속에 넣어 태워 죽이는 것을 보고, 저는 마음이 아프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때부터 다시는 이를 잡지 않기로 맹세했지요.

 

 

" 客憮然曰 : "虱微物也. 吾見厖然大物之死, 有可哀者, 故言之. 予以此爲對, 豈欺我耶?"

객무연왈 : "슬미물야. 오견방연대불지사, 유사애자, 고언지. 여이차위대, 기기아야?"

 

 손님은 멍해지더니 말하였다.

"이(虱)는 미물입니다. 나는 커다랗게 큰 것의 죽음을 보고,

애처로운 것이 있어서 한 말인데, 당신은 이런 따위로 맞대는구려. 어찌 나를 놀리는 것이요?"

 

 

予曰 : "凡有血氣自黔首于牛馬猪羊昆蟲螻蟻, 其貪生惡死之心末始不同.

여왈 : "범유혈기자검수우우마저양곤충루의, 기탐생오사지심말시부동.

 

내가 말하였다.

"무릇 피와 기운이 있는 것이라면 사람으로부터 소 · 말 · 돼지 · 양이나, 땅강아지 · 개미에 이르기까지,

살기를 원하고 죽기를 싫어하는 마음이 모두 다르지 않습니다.

 

 

豈大者獨惡死而小則不爾耶?

기대자독오사이소즉불이야?

 

어찌 큰 놈은 죽기를 싫어하는데, 작다고 그렇지 않겠습니까?

 

 

然則犬與虱之死一也. 故擧以爲的對. 豈故相欺耶.

연즉견여슬지사일야. 고거이위적대. 기고상기야.

 

그런즉, 개와 이의 죽음은 한 가지입니다.

그래서 예를 들어서 맞대어 본 것이지요. 어찌 그런 까닭으로 서로 기만하겠소이까?

 

 

 子不信之, 盍齕爾之十指乎! 獨無指痛而餘則否乎?

자불신지, 합흘이지십지호! 독무지통이여즉부호?

 

그대가 믿지 못하겠다면, 그대의 열 손가락을 깨물어 보지 않겠습니까?

엄지손가락만이 아프고 그 나머지는 아프지 않을까요?

 

 

 在一體之中無大小支節均有血肉, 故其痛則同.

 재일체지중무대소지절균유혈육, 고기통즉동.

 

한 몸에 붙어 있는 크고 작고 할 것 없는 가지와 마디에 골고루 피와 살이 있으므로, 그 아픔은 같습니다.

 

 

况各受氣息者, 安有彼之惡死而此之樂乎?

황각수기식자, 안유피지오사이차지락호?

 

하물며 각기 기운과 숨을 받은 것인데, 어찌 저것은 죽음을 싫어하는데 이것은 좋아함이 있겠습니까?

 

 

子退焉, 冥心靜慮. 視蝸角如牛角, 齊尺鷃爲大鵬.

자퇴언, 명심정려. 시와각여우각, 제척안위대붕.

 

그대가 물러나거든, 눈 감고 고요히 생각해 보십시오.

달팽이의 뿔을 쇠뿔로 보고, 메추라기를 대붕(大鵬)으로 나란히 여겨 보십시오.

 

 

然後吾方與之語道矣.

"연후오방여지어도의."

 

연후에 나는 비로소 당신과 함께 도(道)를 이야기하겠습니다."

 

 

 

내용출처 : 李奎報,《국역 東國李相國集》, (3) 민족문화추진회, 1978

 



Posted by 정아(正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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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정말 사람들은 크나큰 것만 관심을 두려고 하죠.
    지금 우리가 신봉하는 민주주의 역시 다수결의 원칙을 하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다수결을 원칙 뒤에 항상, 반드시 따라오는 것. 소수에 대한 존중!
    흰돌님 말씀만큼 세상의 것들 하나하나를 생각할 수 있다면 이 세상은 참 아름다워질 것인데..

    ** 딴소리하나.
    "열 손가락 깨물어 안아픈 손가락은 없지만 조금 덜 아픈 손가락은 있다"라는 우스개 소리가 생각나 잠시 웃었습니다.^^;;;

    2010.11.12 01:1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최근에 지네가 방에 들어와서 물렸는데, 지네를 죽이기는 커녕 그냥 지네와 함께 살기로 마음먹었다는 스님, 또 화장실에 갔더니 모기들이 와글와글 달려들길래 배불리 먹으려고 오래 앉아 있다 왔다는 스님 이야기가 나온 채을 읽었어요.. <지리산 스님들의 수행 이야기>에요.
      ㅜ.ㅜ
      이런 분들이 이규보님과 비슷한 분들인 것 같아요. 덜덜

      마가진님 이야기 듣고 손가락을 깨물어봤는데 교정기때문에 힘주어 깨물수가 없어서 실험 실패에요 ^^; 크크킄

      2010.11.12 09:58 신고 [ ADDR : EDIT/ DEL ]
  2. 이노무 삶이라는 거시 옳은 것을 옳게 보고 따라 살기에는 저도 저도 다 짐승(중생)이라 머리를 따라 사는 것이 옳은 지 몸을 따라 사는 것이 옳은 지 모르겠습니다. 때론 머리가 옳다고 하지만 몸에 반하는 것이라면 틀린 것인지도 모르지요.

    2010.11.16 16:5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몸 보다는 머리를 따라 사는 것이 옳을 것 같기는 한데,
      너무 그렇게만 생각하는 것도 문제가 있을 것 같고 말이에요...
      머리와 몸이 일치한다면 좋을텐데 말이에요. ^^

      2010.11.17 23:38 신고 [ ADDR : EDIT/ DEL ]
  3. 옛글에는... 언제나 '품위'가 들어있어 좋습니다..

    2010.11.16 16:5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품위'^^
      저도 모기도 안 죽이는 수련을 해볼까 해요. T.T
      (다른 건 모르겠는데 모기가 참 어렵거든요..)

      2010.11.17 23:39 신고 [ ADDR : EDIT/ DEL ]
  4. 봄눈별

    그 어떤 해충도 죽이지 않고, 그 어떤 동물성 음식도 먹지 않은 지 꽤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세상 만물이 나와 하나로 연결되어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안지도 꽤 되었습니다.
    휴지를 사용 안 한지 벌써 오래이고, 쓰레기를 버려 본게 언제인지 기억하지 못합니다.
    무엇 하나 소중하지 않은 생명체가 없다는 사실을, 사람의 눈이 아닌, 뛰고 있는 가슴으로 깨닫곤 합니다.
    좋은 글 고맙습니다.
    힘 내고 있습니다.

    2010.11.17 00:48 [ ADDR : EDIT/ DEL : REPLY ]
    • 저도 얼추 봄눈별님과 비슷하기는 하지만,
      아주 같으려면 멀었네용T.T

      봄눈별님에게 힘이 되는 일은,
      저에게 힘이 되기도 합니다.

      2010.11.17 23:41 신고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