虱犬說 슬견설
客有謂予曰 : "昨晩見一不逞男子, 以大棒子椎遊犬而殺者, 勢甚可哀, 不能無痛心. 自是誓不食犬豕之肉矣."
객유위여왈 : "작만견일불령남자, 이대봉자추유견이살자, 세심가애, 불능무통심. 자시서불식견시지육의."
손님이 와서 나에게 말했다.
"엊저녁 한 불량한 사내가 큰 몽둥이로 돌아다니는 개를 쳐서 죽이는 것을 보았는데,
보기에도 너무 애처로와 마음 아프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제부터는 개나 돼지의 고기를 먹지 않기로 했습니다."
予應之曰 : "昨見有人擁熾爐, 捫虱而烘者, 予不能無痛心. 自誓不復捫虱矣."
여응지왈 : "작견유인옹치로, 문슬이홍자, 여불능무통심. 자서불복문슬의."
나는 그 말에 응하여 대답했다.
"지난번에 어떤 사람이 불이 이글이글하는 화로를 끼고 앉아서,
이를 잡아서 그 불 속에 넣어 태워 죽이는 것을 보고, 저는 마음이 아프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때부터 다시는 이를 잡지 않기로 맹세했지요.
" 客憮然曰 : "虱微物也. 吾見厖然大物之死, 有可哀者, 故言之. 予以此爲對, 豈欺我耶?"
객무연왈 : "슬미물야. 오견방연대불지사, 유사애자, 고언지. 여이차위대, 기기아야?"
손님은 멍해지더니 말하였다.
"이(虱)는 미물입니다. 나는 커다랗게 큰 것의 죽음을 보고,
애처로운 것이 있어서 한 말인데, 당신은 이런 따위로 맞대는구려. 어찌 나를 놀리는 것이요?"
予曰 : "凡有血氣自黔首于牛馬猪羊昆蟲螻蟻, 其貪生惡死之心末始不同.
여왈 : "범유혈기자검수우우마저양곤충루의, 기탐생오사지심말시부동.
내가 말하였다.
"무릇 피와 기운이 있는 것이라면 사람으로부터 소 · 말 · 돼지 · 양이나, 땅강아지 · 개미에 이르기까지,
살기를 원하고 죽기를 싫어하는 마음이 모두 다르지 않습니다.
豈大者獨惡死而小則不爾耶?
기대자독오사이소즉불이야?
어찌 큰 놈은 죽기를 싫어하는데, 작다고 그렇지 않겠습니까?
然則犬與虱之死一也. 故擧以爲的對. 豈故相欺耶.
연즉견여슬지사일야. 고거이위적대. 기고상기야.
그런즉, 개와 이의 죽음은 한 가지입니다.
그래서 예를 들어서 맞대어 본 것이지요. 어찌 그런 까닭으로 서로 기만하겠소이까?
子不信之, 盍齕爾之十指乎! 獨無指痛而餘則否乎?
자불신지, 합흘이지십지호! 독무지통이여즉부호?
그대가 믿지 못하겠다면, 그대의 열 손가락을 깨물어 보지 않겠습니까?
엄지손가락만이 아프고 그 나머지는 아프지 않을까요?
在一體之中無大小支節均有血肉, 故其痛則同.
재일체지중무대소지절균유혈육, 고기통즉동.
한 몸에 붙어 있는 크고 작고 할 것 없는 가지와 마디에 골고루 피와 살이 있으므로, 그 아픔은 같습니다.
况各受氣息者, 安有彼之惡死而此之樂乎?
황각수기식자, 안유피지오사이차지락호?
하물며 각기 기운과 숨을 받은 것인데, 어찌 저것은 죽음을 싫어하는데 이것은 좋아함이 있겠습니까?
子退焉, 冥心靜慮. 視蝸角如牛角, 齊尺鷃爲大鵬.
자퇴언, 명심정려. 시와각여우각, 제척안위대붕.
그대가 물러나거든, 눈 감고 고요히 생각해 보십시오.
달팽이의 뿔을 쇠뿔로 보고, 메추라기를 대붕(大鵬)으로 나란히 여겨 보십시오.
然後吾方與之語道矣.
"연후오방여지어도의."
연후에 나는 비로소 당신과 함께 도(道)를 이야기하겠습니다."
내용출처 : 李奎報,《국역 東國李相國集》, (3) 민족문화추진회, 19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