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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4.18 스무살 마지막 4월, 봄 (4)

 

 

 

 

 

 

 

포근할 것만 같았던 봄은 이렇게도 흐리게 흘러간다.

벚꽃이 만개하자마자 하늘은 구름들이 에워감쌌고, 서늘한 봄바람이 불었다.

벚꽃이 다 떨어질 때까지도 흐리던 하늘, 투닥투닥 흩내리던 비. 그리고 이제는 노오란 유채가 만발했다.

 

물론 늘 흐리기만 한 것은 아니어서 틈틈이 햇살이 내리 비춰질 때도 있었다.

그때마다 마음은 평화로웠고, 포근했고, 따스했다.

 

 

 

손잡이가 떨어져 나간 냄비, 금이 간 그릇, 어떤 타박…

그런 것들이 내 마음을 무겁게 했다.

이렇게 쓰고 나면 내가 피해자인 듯한 느낌을 주지만

실은 내가 자진해서 그런 마음을 낸다는 것을 안다.

 

월요일 아침 쏟아져 내린 커피. 이 경험은 신선했다.

종이를 서서히 갈색으로 물들이던 커피가 무거운 마음을 가볍게 했으니까.

순간적으로 정신이 번쩍 서는 듯 했고 '내가 뭘 하고 있는거야' 싶었다.

 

 

 

나는 늘 우울한 마음이 찾아올때면 우울할리가 없다며 부정해왔다.

늘 기뻐야만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는 사람처럼.

그걸 알고나서부터는 좋든 싫든 감싸안고 가기로 마음 먹었으나,

그런 마음에서 헤어나오는게 힘들었다.

그런데 이 쏟아져 내린 커피를 경험하며 순간적으로 우울한 감정에서 빠져 나오는 나를 보면서

어쩌면 자발적인 힘으로 벗어날수도 있는거겠구나 싶었다. 우울을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빠져나갈 수 있는.

 

 

 

흐리지만, 그래도 봄이다.

 

 

 

 

 

Posted by 정아(正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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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햇살을 머금은 노란 유채꽃과 푸른 줄기가 밝고 화사해서 좋아요.^^

    이번 봄에는 비가 참 자주 오는거 같아서 아쉬울 때가 많은 것 같아요.
    흐린날도 많고.ㅠ

    흰돌님 말씀처럼 그래도 봄은 봄.
    부산 총각 마음에도 봄바람이 살랑입니당.ㅎ^ ^

    2015.04.19 21:5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g:) 힛. 간만에 어슬렁 거닐며 산책하던 날이에요. 해질 무렵이었는데 그게 잘 표현이 된건지 헷갈려요. ㅎㅎㅎ

      네 ㅠ_ㅠ 화요일부턴 날이 개긴 했는데, 급 여름 느낌이 나요. 이번 봄은 온듯 안온듯 그렇게 가나봐요.

      그래도 역시 그렇죠? 후박나무님도 마음이 살랑살랑 하시나봐요:-D

      2015.04.22 22:35 신고 [ ADDR : EDIT/ DEL ]
  2. 불행한 마음도 행복한 마음도 모두 내 안에서 만들어지는 건데...
    알면서도 안 되는 건 머리만 아는 것이고 가슴은 모르는 것이라 그렇겠죠?...

    2015.04.21 00:1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정말 그래요. T^T
      머리만 알고 마음은 한참 뒤쳐져서 그런가 싶어요.
      안그래야지 하면서도 오랜 습관을 고친다는게 참 어려워요.
      끝없이 노력해야죠 뭐. 히.

      2015.04.22 22:36 신고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