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egetus2011. 6. 23. 07:45


싱싱한 내성천의 싱싱한 아이들

 

본격적인 여름을 맞아 지난 주말 아이들과 어른들로 구성된, ‘생명의 강 순례단은 내성천과 낙동강을 둘러보고 왔습니다.대구환경운동연합 회원 가족들과 일반인들로 이루어진 45명의 생명의 강 순례단은 아침 일찍 대구를 출발해서 영주 내성천과 4대강사업으로 신음하고 있는 낙동강을 둘러보고 왔습니다.

 

상류에 영주댐 공사가 한창이지만 아직은 살아 쉼 쉬는 내성천은 정말 맑았고그 시리도록 맑은 물이 주는 생명의 잔치에 온몸을 함께하며 강이 주는 평화를 오롯이 맞보았습니다. 그 얕고 맑은 강물이 흐르는 강가에서 아이들은 마치 고삐 풀린 망나니마냥 뛰고 자빠지고 눕고 물장구치면서 그 싱싱한 생명력을 맘껏 뽐냈습니다.


 
▲ 내성천 무섬마을 수도교 아래서 아이들이 뛰고, 눕고, 자빠지면서 강을 온몸으로 느껴본다

그렇게 낙동강의 원류에 해당하는 내성천은 펄펄 살아 흘러가면서 도시의 때에 찌든 아이들과 어른들을 깊이 품어주었습니다아이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강에 온몸을 맡기고는 강과 완전히 하나가 되었습니다


아이들은 이렇게 살아 있는 강에서 자신도 살아 있는 존재임을 오롯이 확인합니다그리고 아이들 옆으론 내성천의 눈부신 아름다움이 길게 펼쳐집니다눈부시다 못해 눈물겨운 아름다움입니다.


▲ 맑은 강물과 고운 모래가 만들어낸 작품. 신의 숨결을 느끼게 만든다  


그러나 흐르는 물은 그렇게 맑은 반면 고인 물을 썩어들어갑니다모래톱 중간에 고인 강물은 금새 물이끼가 끼면서 부영양화가 빠르게 진행됩니다물이 왜 흘러야 하는지를 그 이유를 그대로 보여줍니다

낙동강에 8개의 댐이 들어섭니다그 댐들이 낙동강의 물길을 막으면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 고인 물은 썩는다는 것을 증명해준다. 이 맑은 강에서도 고인 물은 이렇게 썩어간다  

강이 주는 거의 모든 아름다움을 전해주는 내성천그렇습니다낙동강이 이와 다르지 않았습니다그런데 그 낙동강이 이제 그런 모습을 완전히 잃어버렸습니다바로 망국의 사업 4대강토목공사 때문에 말입니다.오호통재라!

 

영주댐으로 사라지는 것들수몰되는 400년 금강마을

 

그러나 저 아득한 그리움을 전해주는 내성천도 이제 그 모습을 점차 잃게 생겼습니다바로 상류에 들어설 영주댐 때문입니다이 댐의 주목적은 용수 공급이 아니라낙동강에 들어서는 댐에 물을 공급하기 위한,그러니까 낙동강의 부족한 물을 채워주기 위해서 만들어지는 댐입니다.


▲ 영주댐 건설현장. 왼쪽으로 임시로 물길을 돌리기 위해서 지은 흉찍한 콘크리트구조물이 보인다. 그 옆으로 댐의 기초공사가 한창이다 

이 댐이 들어서면 내성천엔 무슨 일이 일어날까요간단히만 생각해도 물이 줄어들어 습지가 가파르게 진행될 것이고상류에서 공급되는 모래는 차단되고하류로 계속해서 모래는 쓸려가버려서 모래가 사라진 강이 될 것입니다그러니까 적어도 지금의 내성천의 아름다움은 다시 볼 수가 없는 것입니다. 회룡포의 아름다움도 무섬마을의 운치도 사라질 것입니다.  


▲금강마을의 장씨고택. ㅁ자형의 이 전통고택은 조선 헌종 때 건축되었다고 한다. 이 오래된 집에는 90수를 바라보는 장씨 종부가 아직도 살고 있다. 그러나 이 고택도 수몰된다. 어디로 이전한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그리고 이 댐 때문에 수몰민까지 생겨납니다 이 아름다운 전통마을은 물에 잠기고이곳의 40여 가구 주민들은 고향을 잃고 쫓겨 가게 됩니다.  


이것이 21세기 대한민국 땅에서 아직도 일어나고 있는 현실입니다마을 입구에서 만난 한 할머니의 처연한 모습이 슬퍼 보입니다저 순박한 할머니는 "국가가 하는 일~~" 운운하시며 체념하고 있었습니다할머니는 열여섯에 시집와 일평생을 산 고향과 다름 없는 땅을 이제 잃어버리고 이곳에서 남은 노년도 마감할 수 없는 슬픈 현실이 맞이하고 있습니다.


▲  마을이 전통이 여실히 느껴지는 금강마을이 돌비. 그 아래 마을 동가도 보인다. 16세 때 이 마을로 시집 왔다는 할머니도 영주댐 때문에 이 오래된 마을을 떠나야 한다.

할머니와 같은 노인들의 여생을 위해서라도 이 댐은 절대 완공되어선 안될 사업입니다그리고 이 강에 사는 그 무수한 생명들을 생각하면 이 사업은 지금 당장 중단되어야 합니다.

 

인공의 강이 되어버린 낙동강

 

내성천과 금강마을 그리고 영주댐 현장을 둘러본 일행은 낙동강으로 향했습니다영주에서 낙동강이 흐르는 상주로 향했습니다중동면 오상리 청룡사 경내 뒤로 난 경사도 50-60도의 자전거길(?)을 따라 힘겹게 산중턱에 올라서면 보입니다인공의 강으로 변한 낙동강의 휘황찬란한 모습이 말입니다.


▲ 아름다운 모래톱이었던 오리섬이 지금 이렇게 바뀌었다. 4대강 추진본부는 이것을 일러 생태공원이라 한다. 자연이 숲을 걷어내고 새로이 식재를 했다. 중앙엔 강가에선 볼 수 없는 소나무도 심겼다  

수많은 생명들을 품어주던 그 넓고 아름다운 모래톱인 오리섬은 요상한 무늬로 수놓아진 이른바 생태공원으로 완전히 그 모습이 탈바꿈했습니다그 생태공원의 한 가운데는 물가에서 살지 못하는 소나무까지 심겼습니다. 그리고 강은 반듯한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마름모꼴로 평균 6미터 깊이로 모래를 걷어내어버리고 길게 이어진 인공수로가 놓였고그 아래엔 상주댐이 들어섰습니다낙동강은 이렇게 완전히 그 자연성을 잃어버렸습니다.

 

내성천이 아직은 펄펄 살아 숨 쉬고 있다면 낙동강은 서서히 그 생명력을 잃어가면서 죽어가고 있었습니다강물은 온통 잿빛으로 생명의 흔적을 찾아볼 길이 없었고그 깊이를 가늠할 길이 없는 낙동강은 도저히 접근할 수 없는 곳이 되어버렸습니다아닌 것이 아니라낙동강은 그 누구의 접근도 허락치 않습니다.


▲ 무섬마을 앞의 내성천을 거니는 사람들. 뒤로 무섬마을의 명물 외나무다리가 보인다 

내성천과 낙동강이 두 강의 차이는 너무나 자명했습니다내성천은 우리 아이들이 들어가 맘껏 뛰어놀아도 괜찮은 강이고낙동강은 우리 아이들이 들어갈 수 없는 강이 되어버렸습니다아니 들어가면 죽게 되는 강으로 변해버렸습니다. 6미터 깊이의 강물에 용감하게 뛰어들 수 있는 아이들은 없습니다. 


그러나 아직 희망은 있다

 

그래서 묻습니다내성천과 같은 살아있는 강을 원하느냐? 4대강사업으로 죽어버린 인공의 강 낙동강을 원하느냐삶이냐 죽음이냐그 선택의 기로에 서 있습니다우리는 과연 어떤 강을 선택해야 할까요?


▲ 내성천의 물고기와 새들. 강은 이렇게 많은 생명들을 품어기르고 있다
 


그러나 아직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댐이 들어서도 그 댐에 물만 가두지 않는다면 강은 다시 살아날 수 있습니다위대한 자연의 복원력은 인공의 강을 다시 생명의 강으로 바꿔놓을 수 있습니다


지금도 낙동강은 자기의 본 모습을 되찾기 위한 노력을 스스로 하고 있습니다바로 지천에서 모래를 끊임없이 받아들이고 있습니다낙동강 준설작업을 하나마나한 사업을 만들어버리면서 말입니다.


▲ 상주댐 공사가 한창이다. 댐의 수문 사이로 빠른 강물이 흘러간다. 그 아래로 벌써 끝났어야 할 준설작업이 계속되고 있다.

그러니 댐이 들어서도 그 댐의 수문을 막지 않도록 하면 됩니다그리고 더 적극적이겐 그 댐을 바로 해체해버리면 됩니다그러므로 이것은 정치의 문제로 넘어갑니다무지한 야만의 정권이 죽여 놓은 강을 다시 들어서는 상식의 정권이 되돌리면 됩니다그런 이유로 내년 선거에서 우리가 어떤 정치세력을 지지해야 하는가는 자명해집니다.

 

그렇습니다강을 다시 살릴 수 있습니다바로 우리들의 선택으로 말입니다. 그러니 희망을 가지고 바른 선택을 위해 노력할 일입니다. 반드시 말입니다. 


원문 ☞ http://apsan.tistory.com/581 

 

Posted by 보리바라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