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과 기억의 기록2011. 6. 12.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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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처럼 느껴지던 읽고싶은 책 목록을 몽땅 지워버렸다.
그래도 미련이 남아서 못 지운 목록이 몇 개 있는데
남겨두고 보니까 죄다 채식, 아이들, 집짓기, 농사에 관한 책이다.
나 이만하면 무척 현실적인 사람이 아닐까?
머리로 읽는 책이 아니라 몸으로 실천하기 위해 읽는 책이잖아? 
물론 지금은 머리로 읽고 있지만...

같은 사람에게서 또 '이상적이다'라는 말을 들으니까 화가 났다.

다 내가 부족해서 그렇다, 고 생각하면서도 화가 난다.
그런 말을 듣고 나면, 같은 길을 갈 수 없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에 더 화가 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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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은 간디에 있는데 마음은 콩밭에 가 있었다.
왜 옳다고 믿는 욕심도 내려놓아야 하는지 알 것 같은 느낌이었다.
역시 어려운 일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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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맞는 사람 만나기가 어렵다. '혹시..'해서 찾아보지만 '역시..'다.
어울리기가 어렵다. 그냥 내가 가진 모든 걸 버리고 다가가면 되는데 나는 그게 잘 안된다. 불편하다.
왜 나는 꼭 나같은 사람만 만나려고 하는 걸까?
그런데 이상한게 아이들은 그렇지가 않다. 아이들이 나같은 사람이 아닌건 분명한데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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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돌아오는 길에 '수도 공부'를 한다는 남자가 내게 말을 걸어왔다.
아 그런데 나는 왜 또 그렇게 짜증이 났을까?
빨리 집에 가려고 했는데 붙잡아서 그랬나?
잠에서 깬지 얼마 안돼서 그랬나?
'왜 그냥 가려고 하냐, 왜 나를 부정적으로 생각하냐'는 말 때문이었나?
눈이 간지러워서 그랬나?
그 남자가 하라는 말은 안하고 딴소리만 해서 그랬나?

친절하게 웃으면서 "됐습니다"했어도 될걸
그 사람들(좀 있으니까 여자 한 명이 더 와서 2:1이 됐다) 이랑 몇 분간 실랑이(?)를 벌였다.
'조상들이 좋은일을 많이 하셔서 내가 복이 많다, 내가 바르게 살아야 집안이 잘 된다'
이런 말을 했다. 내게 아주 중요한 일이라면서..
대게 이런 경우에 나는 거의 듣지 않고 가버리는 편인데, 이상하게 오늘은 그 사람들의 말을 듣고 있었다.
그런데 이 사람들이 하라는 말은 하지 않고 사설이 너무 길었다. 그래서 여기서 지금 말해달라고 했더니
여기가 아니라 다른 장소로 가야한단다. 지금도 이야기를 하고 있기는 하지만 내가 머리로 이해할 수 없는 말이라면서.
아... 나는 그때서야 '됐다'고 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나는 지금 바르게, 착하게 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분명히 말을 했는데도 그 사람들은 내가 뭔가 다른 걸 꼭 해야할 것 처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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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앞으로 살아가는 데에 힘이 될 수 있는, 개인적이면서도 중요한 질문을 드리고 싶다. 
어떤 질문을 드릴지 고민중이다.



 
Posted by 보리바라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