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과 기억의 기록2011. 5. 23. 22:30


드디어 지옥같은 2주가 지나갔다.
내가 지난 2주 앞에 '지옥'이란 낱말을 붙인 것은 괜히 그런게 아니다.
이제 겨우 이 학원 생활에 익숙해 졌나.. 하던 차에 '중간고사'와 함께 '경시대회'라는 쓰나미가 몰려왔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공부해야 할 양이 2배 이상이 됐다. (끝나고 영어공부 하고 나서, 한문학원, 피아노학원, 태권도장도 가야하는데)
학원 경시대회까지 나가야 하는 아이들은 그야말로 공부더미에 깔려 죽게 생겼다.
애들이 얼굴이 벌게져서는 짜증나는 마음을 감당하기 어려워했다.
무조건 많이 한다고 좋은 것이 아닌데... 해야할게 많다 보니, 꼼꼼하게 이해하고 넘어 갈 시간이 없다.
시간은 정해져 있고 공부해야할 양도 정해져 있다. 
나는 그날 그날 해야할 일들을 다 끝내지 못했다.
그래서 평소보다 학원에 일찍 가서 못다한 채점도 하고 수업준비도 해야했다.
내 힘에 부쳤다.
기왕하는거 '잘 해보자' 했던 마음이 또 흔들렸다. 
아무리 1년 하기로 약속을 했다고, 내가 정말로 학원이란 곳에서 계속 일을 해야할까?

오늘 애들 중 한명이 살기 힘들다는 말을 했다. 살기 싫다는 말도 했다. 푸념이 섞인 말이긴 했지만
쉽게 흘릴 이야기는 아니다.
벌써부터 그래서 어쩌냐. 진짜로.... 미안하다. 
내가 좀 더 능력있고 나은 사람이면 좋았을 텐데.    
공부가 끝나갈 무렵 '오늘은 숙제 없다'는 말에 기뻐하는 아이를 보면서 내가 '이제 좀 살만 하냐'고 했더니
'시험때문에 아니'라고 했다.
 
내일이 중간고사다.
예민 해진 아이들은 정말 '별것'도 아닌 걸 가지고 서로 헐뜯고 싸웠다.
가만히 보고 있자니 못 봐주겠고 끼어들자니 내가 너무 끼어드나 싶고. 
이 아이들이 단지 어려서 그런걸까? 누군가가 아이들을 저렇게 만들고 있는걸까?
나야 이제 시험 보고 돌아오는 아이들을 맞을 일만 남았지만,
이 애들은 내일이 전쟁이다. 부디 잘 봤으면 좋겠다.
잘보든 못보든, 내일은 꼭 토닥토닥 껴안아줘야지. 정말 수고했다고...

앞으로 1주일은 숙제도 없다. 그리고 중간고사 전까지는 한 숨 돌리겠다.
아.. 그 동안 애들이랑 이야기 많이 해야지. 학교 이야기, 친구이야기, 엄마아빠 이야기도 들어주고. 재미있는 이야기도 많이 해줘야지.
 
아........
지난 2주간 느낀 것이 많다.
일단 나부터 더 나은 사람이 돼야지.
더 잘 참고 더 지혜롭게 대처하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 

아이들 부모의 생각을 내가 바꿔줄 수 없는 이상, 
학교를 바꾸고 세상을 바꿀 수 없는 이상,
나는 애들이 스트레스 덜 받고 공부에 재미를 붙일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그리고 진짜 나부터 바뀌어야지. ㅠ_ㅠ
당분간은 (딱 한번 밖에 못 본) '숫자 1'을 다시 읽고 애들한테 하나씩 가르쳐줄거다. 그 담엔 수학귀신도 읽어야지.
 


애들아 시험 잘봐라! 기도해줄게

 
Posted by 정아(正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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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직도 이군요....
    아니 어쩌면 더 심해졌을 수도 있겠네요....
    안타깝고 답답한 현실......ㅠ.ㅠ

    2011.05.24 05:1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ㅠ_ㅠ
      어제 애들이 시험을 보고 돌아왔는데 다들 시험을 잘봐왔어요. 대부분이 80점은 기본 90점도 넘고 말이에요.

      아무리 현실이 이래도 제발 스트레스 받지 않고 건강하게만 자랐으면 좋겠어요. 몸과 마음 모두..

      2011.05.25 09:23 신고 [ ADDR : EDIT/ DEL ]
  2. 우리나라는 왜 이렇지요?
    아이들이 무슨 죄인지...
    우리나라처럼 아이들을 조직적으로 괴롭히는 나라도 드물겁니다.

    그래도 누군지 몰라도 선생님 한사람은 꽤 괜찮은 것 같기도 한데...

    2011.05.24 16:0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진짜 왜 이럴까요?
      ㅠ0ㅠ

      그 선생님이 혹시 제가 아는 그....
      ㅋㅋㅋㅋ

      어제 학원의 분위기가 제 생각과는 또 달라서 ㅋㅋ
      껴안아주지는 못하고 그냥 잘 했다고, 그동안 수고 많았다고만 말해주었어요. 이런 저런 이야기도 하고요 ㅎㅎ

      2011.05.25 09:24 신고 [ ADDR : EDIT/ DEL ]
  3. 아이들 입에서 "살기 힘들다" "살기 싫다"란 말이 나오다니..
    근데 흰돌님께선 농부도 잘 하시겠지만 선생님이 되시는 것도 참 괜찮을 것 같네요.^^

    2011.05.24 23:3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그쵸?
      제가 저 나이땐^^; 친구관계에서 힘들때가 있기는 했지만
      시험이나 공부때문에 스트레스 받았던 적은 없었는데 말이에요.
      방학숙제는 좀 싫었지만...

      저는 '선생님'이란 이름을 딱 목에 걸게 되면,
      부담스러워서 못 할것 같아요.
      지금도 학원에선 그렇긴 하지만..
      그냥 자연스레 애들이랑 친구하고 서로 배우면서 살고 싶어요.

      2011.05.25 09:26 신고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