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과 기억의 기록2011. 1. 23. 01:04




Claude Monet : Branch of the Seine near Giverny, 1897



  

 에리봉  당신은 많은 책을 집필했고, 그 책들은 논평과 토론과 비평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되돌아볼 때면 어떤 느낌을 받습니까?

  레비스트로스  이 모든 게 내게는 낯설구나 하는 느낌을 받지요. 어제 어떤 사람이 내게 남아메리카 어딘가의 신화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걸어왔어요. 난 내가 동일한 주제를 다루었던 기억이 났습니다. 그 사람은 내가 어디서 다루었는지 물었습니다. 그런데 기억이 나질 않더군요.

 ...(중략)...

  레비스트로스 나는 망상을 지니고 있진 않아요. 논증으론 결코 모든 사람을 설득시킬 수 없어요. 그리고 그것은 영원한 설득력을 지니질 못해요. 뒤메질이 자주 사용했던 방식으로 대답해보죠. 이십 년 후, 삼십 년 후 그건 완전히 시대에서 뒤진 것이 되어버립니다.

 ...(중략)...

  레비스트로스 내가 왜 그렇게 많은 작업을 했겠어요? 작업을 할 때면 난 불안한 순간들을 겪습니다. 하지만 작업하지 않을 때면 우울한 권태에 휩싸이고, 내 의식은 나를 괴롭힙니다. 작업하는 삶이 다른 것들보다 나를 더 기쁘게 해주지는 않지만, 최소한 시간의 흐름을 느끼지 못하게는 해줍니다.



클로드 레비스트로스 대담 디디에 에리봉, 『가까이 그리고 멀리서』, 송태현 옮김, 강, 2003, pp.151~153.





 레비스트로스는 자신이 집필한 작업들을 되돌아 보면 이 모든 것이 낯설게 느껴진다고 언급한다. 또한 논증이 모든 사람을 설득시킬 수 있는 완벽한 해결책이 아니라는 것을 인정하면서 시간이 흐르면 모든 것이 변하게 마련이라는 것을 강조한다. 레비스트로스에게 작업은 시간의 흐름을 느끼지 못하게 해주는 관심사였다.

 이러한 시간의 흐름과 변화를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는 '같은 강물에 발을 두 번 담글 수 없다'라는 말로 비유하여 표현한다. 흐르는 강물은 끊임없이 변한다. 우리 앞의 강물은 같은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계속 지나가고 있고, 다른 물이 그 자리를 다시 채운다. 헤라클레이토스는 우주도 그와 같다고 말한다. 상황이 바뀌면 이전에 배운 지식은 이제는 아무 소용이 없다. 레비스트로스는 바로 그 점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모든 지나간 상황들이 낯설게 느껴진다고 여겼던 것이다. 강에 발을 담그면 강물뿐 아니라 우리 자신도 변한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어떤 상황에 처하면 우리도 변하고 상황도 변한다. 우리는 변화하는 우주의 일부분이고 우리가 참여함으로써 우리와 관련된 것들이 변한다. 이는 구조주의와 빗대어 보아도 서로 유사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레비스트로스는 자신의 논증이 그가 살았던 현실에는 유효할지도 모르나 시대의 흐름과 변화 앞에서는 무효하게 될 것임을 나타내고 있다. 또한 작업을 하는 동안에는 그것이 무의식 상태에서 이루어 지고 있음을 말하고 있다.




※ 구조주의(構造主義, structuralisme)는 중심과 주체, 자기동일성을 부정하며 인간정신의 구조가 무의식적이며 보편적이라고 보는 사상이다. 구조는 개개의 요소가 상호의존하는 것으로써 서로 의존하지 않고는 존재할 수 없는 전체적인 틀을 의미한다. 요소들은 서로 결합되어 있고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하나의 요소가 변하면 전체가 변화하게 된다. 각 요소들은 고유한 역할이 있으며 위치로써 기능한다.

 레비스트로스는 사회를 미개와 문명의 구분 없이 하나의 구조로 판단했으며, 모든 사회가 구조적인 전체성을 가지고 있고, 독립된 사회는 그 자체로 유기적인 전체라고 규정지었다. 또한 신화, 친족관계, 사유하는 것도 구조로써 파악하였다. 



Posted by 보리바라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