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브유 + 발사믹식초 조합 드레싱 샐러드를 좋아한다.

빵에 찍어 먹어도 맛있고.

채소를 자를때 느껴지는 신선함과 예쁨을 보는 일도 즐겁다.

 

 

 

세발나물과 송이토마토.

 

 

 

금귤이 나온다.

그냥 먹으면 셔서 부담스러운데 이렇게 얇게 자르면 새콤하면서 단맛이 느껴진다.

쓴 맛이 싫다면 씨를 빼고, 같이 먹으면 씨의 영양까지 더해진다.

 

 

 

 

토마토는 사랑스럽다.

 

 

 

 

압착 귀리인 오트밀, 아마란스, 치아씨드, 햄프씨드.

아마란스는 너무 작아서 잘 씹지 않으면 소화가 되지 않고 위장을 그냥 통과해버린다.

재료들을 조심성 없이 쓰다가 들이붓게 되었는데

꼭 흰 꽃눈이 듬뿍 내린 것 같다. 그래서 이름은 샐러드의 축복. ♡

 

 

 

이렇게 가득한 축복이라면 얼마든지 들이부어도, 쏟아내어도 좋지.

 

 

 

그리고 나도 축복을 받는다. 언어의 축복. 마음의 축복. 봉봉나무의 축복.

 

 

 

"애쓰고 있어요 정아씨.

이번 삶도 날마다 살아내고 있는 것 대단해요!

제가 십 삼사년을 지켜보고 있잖아요..

정아씨 대학 때부터 쭉 ㅎㅎㅎㅎ

잘 자라고 있어요. 정아씨 나무. 내 나무와 엄청 멀리 있지만 바람 불면 여기까지 향기가 날아오고.."

 

"정아씨를 보는 내 마음은 언제나 귀엽고 보드랍고 사랑스러운 어떤 존재를 보는 느낌이에요.

흔들려도 예뻐요.

바람부는데 안 흔들릴 나무는 없죠."

 

 

 

소중한 것들을 표현하면서 얻는 힘, 새로운 문을 두드릴 수 있는 의지를 점점 잃어가고 있었다.

 

'반복해서 '우울하다, 아프다'고 말하는 자신이 구차해져서 입을 다물고, 

멋대로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일일이 설명하는 일도, 

있는 그대로의 (진실일지 모르는) 마음에도 하나 하나 상처 입어가면서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다.'

같은 일기를 몰래 쓰며 지냈다. 

 

 

 

 

시간이 흐를수록 내 마음은 점점 더 찢어져 가는대도 계속해서 버텼다.

어떻게 그랬을까?

생각 하나를 바꾸니까 갑자기 대단하고, 고맙고, 미안해진다. 훌쩍.

 

 

 

 

미움과, 원망, 용서, 그리고 무식해서 안쓰러웠던 인내를 배우던 지난 일년.

사람들은 저마다 자기들 세상에 살 뿐인데,

그들 세상을 내 세계로 들여와 내 세상을 흐린 탓으로

나는 흐려져 버렸다. 흐린 사람은 흐릴 수밖에 없지.

가득히 흐리면서 아플 수 있었던 시간도 어쩌면 축복의 시간.

더 나은 세상을 받아들이기 위한 기다림과 준비의 시간.

이제는 스스로에게 긍정과 인정의 시간을 선물하기로 했다.

 

 

 

 

자동 반사적으로 일어나는 예민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노력한다.

가만히 있지 않고 움직인다. 움직여 토마토를 자르면 토마토가 예뻐서 기분이 좋아진다.

완전하고, 가득하다.

 

 

 

 

해초류떡살볶이.

 

 

 

 

다시마, 톳, 건모자반, 미역을 불렸다가 고추장과 함께 끓이고 토마토와 올리브절임

 

 

 

 

마지막에 세발나물을 얹어 먹을 때 섞는다.

 

 

 

 

맛도 좋은데 장건강까지 책임지는 채식요거트!!!!!!!!!

<요거베리 요거트 메이커> 에 비건 전용 유산균 <비건 요거트 스타터>와 두유를 넣고 만든다.  

 

 

 

다 됐고 나만 생각, 다 냅두고 나만 보살피잔 생각을 자주 한다.

스스로를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 사람이 세상도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

스스로를 사랑하는 사람이 세상도 사랑할 수 있다.

나를 잘 보살피는 일이 온 우주를 보살피는 일이다.

 

 

 

이틀 전 새벽에 번쩍 눈을 떠서 후다닥 써내려간 글.

 

 

<내가 나답지 못할때 마음에 벽이 생긴다. 나다울 수 없는 건 상대를 고려하고 있기 때문이고, 겉으로 드러나지 못한 자아는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무의식중에 벽을 친다. 벽이 있는 한 누구도 만날 수 없다. 만나도 만난게 아니다. 이해하고 존중하는 줄 알았던, 그러다 스스로를 바꾸려고 했던 시도가 마음을 뒤흔든다. 흔들리는 마음을 지켜주던 건 다름아닌 ‘욱’하는 성질이었다. ‘신경쇠약’이나 ‘우울증’일리 없다고 소리쳤다. 우울하면 아픈게 당연한거지 그럼 웃냐. 그런데 난 자주 웃었다. 웃을 수 있는 레벨이 아닌데도. 도저히 웃지 못할 지경이 되어서야 겨우 귀를 기울인다. 아닌 걸 아니라고 말하는 내면의 소리를 잘 듣지 않고 끝없이 덮어둔다면, 이런 식으로 뜬금없이 폭발한다. 폭발해봤자 순하디 순해서 뭔가를 집어던지거나 소리를 지르거나 누군가를 때리는게 아니고, 혼자서 돌이 된다. 그냥 돌만 되면 그대로 점점 더 나빠진다는 걸 직감적으로 알기 때문에 방편으로 현실도피를 시작한다. Across the universe, 낫띵s 고나 체인g 마이 월ㄷ, 이런 노랫말을 기억하면서. (예전엔 그게 도망이란 걸 인지하지 못했지만) 나는 자주 도망쳤다. 기계에 쓰는 ‘스펙’이란 단어를 사람에 가져다 붙이는 '노예화'가 기분 나빠서 농사를 짓겠다고 도망쳤고, 정을 사랑으로 착각했기에 취업으로 도망쳤다. (나름의 합리적인 구실도 있긴 했지만.) 그 다음 도망은 가장 서글픈 도망이 되었는데, 그건 스스로에게 진실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한 걸음 더 떼지 못하도록, 나보다 더 정직한 몸이, 발을 붙들어 놓았다. 발병. 이번의 도피는 <빨간머리 앤> 이었다. 앤은 자주 대놓고 성질을 냈고, 마구 뛰쳐나갔다. 그런데 그 화는 언제나 당연해서 사랑스러웠다. 활활 타오르는 강렬한 마음을 붉은 머리가 드러내고 있는 아름다운 소녀였다. 내가 어떻게 생긴 사람인지 알고 이해하고 존중하지 못하면 어느 누구도 만날 수가 없다. 맨얼굴을 꽁꽁 숨기고는 닿을 수가 없는 법. 옳고 그름을 떠나 마음이 얼굴에 그대로 드러나버리는 사람의 진실함에 반하는 이유다. 도망을 치면 그제서야 나를 만난다. 도망치지 않고 붙들려 있을수록 점점 더 작아지고 약해진다. 적어도 도망은 행동이다. 도망에는 개인의 연약함과 진실함이 담겨있다. 이렇게 자꾸 도망치다보면 언젠가는 움직이지 않고도 단단하게 버텨 지켜낼 수 있겠지. 그렇게라도 버릴 수가 없었던 흰돌고래를, 별을.>

 

Posted by 보리바라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