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과 기억의 기록2019. 4. 24. 07:54




지난 봄을 아름답게 수놓았던 꽃,

그리고 다시 꽃들.

4월 초.

오죽 힘이 없었으면...

아침에 뜨는 해의 기운을 얻으려고 산책을 나섰던 날들.




한 밤 중에 붉은 가로등 불빛에 비친 꽃을 본 적은 있어도,

아침 햇살에 물든 꽃들은 태어나 처음 보는 것 같았다.


'붉은 태양의 마음이 담긴 꽃들이에요' 라고 얘기하면서

행복해 했다.




버들강아지도 피어오르고.




넘쳐 쏟아질 듯 가득한 꽃들이 풍요로운 마음을 일러주었다.






작고 하얀 꽃나무. 조팝나무.




작고 깨끗한 꽃들이 모여있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정화된다.

꽃말은 '단정한 사랑, 노력, 매력' 또

'하찮은 일, 헛수고, 노련하다.'


세상에 하찮은게 어디 있고, 헛된 수고가 어디에 있느냐고 되물었다.




아무리 봄이라도 아침에는 한 겨울 같이 추웠는데,

낮은 곳에 핀 꽃들도 그걸 아는지 온 몸으로 서리를 맞고 있었다.





알알이 들어찬 물방울들이 반짝이는 모습에 위안을 받았다.





'봄꽃이라 추울텐데... 이렇게 얼어 붙어도 괜찮을까?' 걱정스러운 마음을 뒤로하고,

'피할 수 없다면 차라리 당당하게 추워하자'라는 태도를 배웠다.




지나고 보면 별 것도 아닌데 뭐가 그렇게 힘들었을까... :)




법회가 있었던 제주에서도 해를 보려고 바다로 산책을 나갔었다.

귤빛으로 반짝이던 물결들.




구름이 끼어 흐렸지만 조금 있으니 선명한 아침 해가 솟아났다.




시원한 바닷소리에 마음까지 시원해지던 풍경.




창 밖의 봄.




김영갑 갤러리에서 보았던 모과나무 꽃.





'당신 정말 하고 싶은 것만 하시네요.'라는 노랫말과
​'어머니 젖가슴 같은 오름과 소리쳐 울 때가 더 아름다운 제주바다를 처음 만나곤 열병을 앓았다.'

는 문장을 담았다.




​ 

고뇌하는 작은 돌인형들. 어딘지 우울하게 보이는게 꼭 내 모습 같아서 T-T

담았었다.




'아무리 깊다고 한들, 그게 말로 전해지지는 않을거야'라고 생각하면서

참 별거 아니라는 듯이 그렇게 담백하게 전한다.

기대하지 않았다고 해서 그 마음이 어떻게 되는 건 아니어서 일까..

그럼에도 꼭 그만큼 맞닿는 걸 보면 안도하며 기뻐한다.


그동안 받은 만큼, 뒤로 물러나지 않고 책임을 지는 것이 내게 주어진 몫이다.


_()_




​막 시작된 봄을 지나 무르 익은 봄에는 겹벚꽃이 한창이고.




앙증맞은 꽃마리도 예쁘게 피었다.





이건 새로 들인 화분 '박쥐란'. 박쥐를 닮았다.

또 사슴 뿔을 닮아서 '사슴란'이라고도 부른다.





한 번도 몸 아픈 것 때문에 두려움을 느껴본 적은 없었던 것 같은데,

오-래된 불편함이 이리저리 엉기고 겹쳐지면서 최근 들어 눈에 띄게 도드라졌다. 

'아무것도 아니야'라던 마음은 어디로 갔는지

알아볼수록 끝도 없이 드러나는 '~일지도 모른다'는 식의 병명들 덕분에

걱정의 눈덩이가 커져가기 시작했고, 불안했다. 

'마음 좀 먹어보려고 했더니 이게 뭐야' 

'업보가 얼마나 두꺼우면' 하면서 울적했는데... T_T

다시금 정신을 가다듬으며 몸의 소리에 귀를 귀울였다.

그리고는 긍정적인 생각으로 돌려잡았고 내 잘못들을 찾아 사과하며 보살피기 시작했다.

그랬더니 하루가 다르게 조금씩 괜찮아지는 모습에 비로소 마음이 놓인다.


온갖 생색 다 내면서 '건강 같은거'라고 생각했던 마음, 

다른 사람들의 병과 고통에 연민의 마음이 부족했던 잘못들을 참회할 수 있었던 건...

그 과정에서 얻은 복이다.

_()_



한 번도 머무른 적 없던 봄이 이어지고 있다.


Posted by 보리바라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