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긍정일기2016. 10. 18. 20:04

 

 

해 뜨는 시간이 늦어졌고, 굉장히 빨리 진다.
​밤이 길어지는구나.

 

 

아름다운 아침 노을.

저기 건물들이 없다면 더 넓게 볼수 있을텐데 하는 생각. 

 

 

 

 

하늘 빛이 시시각각으로 변화한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건 책 한자라도 더 보려고 하는건데,

노을을 보다보면 어영부영 시간이 흘러버릴 때가 많다.

어쨌거나, 잠을 몽땅 자버리는 것보단 훨씬 좋은 일이지만.

 

 

 

어제는 하루 종일 짜증스럽고, 민감하고, 예민한 마음으로 살았다면

오늘은 하루 종일 가볍고, 기쁘고, 사랑스럽고, 웃는 얼굴로 하루를 보냈다.

 

아아. 참. 정말. 마음이란.

 

이쯤 되니 '에고'란 정말 무서운 거구나 싶어진다.

아무리 '나'가 없다고 해도,

깨달음을 얻기 전까진 개체가 아닌 전체적인 존재로서의 앎을 터득할 수 없기에

'나'를 가지고 이리 저리 궁리를 하며 부처님 가르침을 따르려 노력한다.

그러는 과정에서 살살 잘 풀린다 싶다가도, 가끔씩 푹푹 꺾이며 무너질 때가 있는데

대부분이 가족문제에서 그렇다.

 

지금 여기의 삶이 만족스럽고 별 탈 없이 지내는 것 같고 점점 나아지는 것 같다는 관념에 사로잡혀 있을 때,

가족들만 만나고 나면 여지없이 오랜 습관들이 불쑥불쑥 튀어나와 당황하게 된다.

사소하게는 말투, 먹는 것, 자는 것 등이 그렇고

결정적으로는 감정이 그렇다.

 

올해 들어 부쩍 좋은 딸이 되려 애써 노력을 하게 되었는데 그게 부작용을 일으켰는지.

사랑을 주는게 아니라, (아주 오래 전부터 각인되었던) 사랑받으려는 집착이 되살아나면서

아주 사소한 것 하나하나에도 '~일 것이다'하는 습관적인 생각으로써 상처를 받았다.

굳이 생각의 영역까지 넘어가지 않더라도 순식간에 벌어진 판단으로 인해 불쑥 솓아오르는 감정들이

아주 신경질적이었기에, 견디기가 힘들었다.

 

'아주 ㄸㄹㅇ다' 싶을 정도로 별것 가지고 다 서운해하고, 원망하면서 

머리론 아니라고 여기는데 마음이 마음대로 되질 않으니 어쩌지도 못하고 괴로웠다.

그러다가 정신분석에 관한 심리에세이 세권을 몰아서 읽게 되었고

미처 알아차리지 못한 부분들에 대해서 섬세하게 알아차릴 수 있도록 도움을 받았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너무 깊게 빠지는 바람에

이번에도 'ㄸㄹㅇ'같을 정도로 너무 내 감정, 내 기분, 내 판단...

오로지 '나', '나', '나'에 집착하다 보니 혹 떼려다가 혹을 하나 더 붙여버렸다.

어리석게도!

 

엄마에게 사랑받으려는 '어린 시절의 나'와는 이제 정말 작별을 고할거다.

사랑받지 못했다는 관념의 구멍은 예상했던 것 보다 너무도 커서

이제껏 살아온 인생 전반에 아주 고루고루 부정적인 영향을 끼쳐 주었지만,

그 덕분에 대승보살님들의 대원력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보고, 영향 받는 계기가 되었다.

 

어젠 잠자기 직전에 홍서원에 새로 올라온 동영상 법문을 확인하고는 다 듣고 잤다.

들으면서 '그렇지 이거지'하며 에고로 판단하고 사유했던 마음들을 참회하고

다시 부처님 자리로 돌아왔다.

 

지켜볼 것은 오직 마음 뿐.

진짜 내 마음을 찾기까지 끝없이 노력할테다.

 

 

 

/

CD 플레이어가 한참 잘 되다가, 어제 그 무겁고 암울한 마음으로 버튼을 눌렀더니 자꾸만 튕겼다.

'고장이 났구나' 했는데,

오늘은 글쎄 언제 그랬냐는 듯 유유히 잘만 돌아가는 거다.

우연이겠거니... 하면서도 '쟤가 내 마음을 아는건가?' 싶어진다.

 

 

/

세상에 가치 있는 책은 많지만 꼭 읽어야 하는 책은 많지 않다.

이제껏 읽어온 책들 역시 가치있는 몇 권의 책을 만나기 위한 과정이지 않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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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보고 "아 깜짝이야."하는 아이한테

내가 무서워서 놀랬냐고 물어보니까 그렇댄다. 참내 내가 어디가 무섭다고.

그래서 "나 천사야. 안무서워." 했더니,

"아니잖아 도깨비잖아."랜다. ㅋㅋㅋㅋㅋㅋ

도깨비라니. ㅠㅠ

7세 아이들을 돌보다 보니 때때로 목소리를 크게 해서 얘기 할때가 있는데,

멀찌감치 서서 그 모습을 본것 만으로도 두려워하던 아이가 날 도깨비처럼 보고 있었구나...

이제 목표는 날 무서워하는 몇몇의 어린 아이들이 마음을 편히 먹을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 아이들이 경계심을 허물어 나를 편하게 여길 수만 있다면

그때는 지금보다 좀 더 마음이 자비롭게 빛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게만 된다면 이 아이들이야 말로 나를 가르치는 스승님이다.

 

 

/

하루종일 사랑사랑한 하루를 보냈더니 아이들의 새로운 모습들이 보였다.

'나'에 갖혀 어두워질땐 아무것도 보이질 않는데,

마음을 열고 보면 이토록 생생한 삶을 체험하며 볼수가 있다는게 정말 신기하다.

순간 순간 표정을 바꾸어가며 눈을 동그랗고 크게 뜨는 모습,

다른 친구의 이야기에 싱긋 웃는 모습,

평소와 달리 개구진 모습을 보이던 아이 ...

가장 대단한 건 '욱'하고 올라오는게 한 번도 없었다는 사실이다.

아. ㅜㅜ ♡ 

어제는 백번도 넘게 '욱'했던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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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드신 분께 '고창'이란 지명을 알려드리는데

자꾸만 말귀를 못 알아들으셔서 10번 정도 반복해서 말씀 드렸다.

'고창', '고창', '고', '창' 하면서.

그러다가 겨우 알아들으시고는 하시는 말씀이

"'고창' 해야지 '고탕, 고탕' 하니까 내가 못 알아듣지."하시는거다.

내 딴엔 최선을 다해 또박또박 발음한거였는데

그게 '고탕'으로 들렸다니!

그러면서 문득 스친 생각은 바로 5분 전에, 나더러 '선탱님'하는 아이를 보며

'선생님인데 선탱님 하는구나. 아직 발음이 잘 안되는구나.'하며 보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예전 같았으면 "선생님 아니고 선탱님이요?"라며 장난도 치고 그랬을텐데 그러지 않은걸 다행으로 여겼다.

내 입장에서야 귀여우니 장난을 치는거지만, 아이 입장에선 발음이 안되는 걸 가지고 선생님이 그러니

기분이 나쁘거나 뭔가 잘못한 것처럼 주눅이 들수도 있을 것 같다.

앞으로도 그런 장난은 치지 말아야지.

 

 

 

무지무명으로 지었던 지난 과거의 모든 잘못들을 진심으로 참회합니다.

특히 에고에 집착하고 동일시하며 지었던 모든 잘못들을 진심으로 참회합니다. _()_

부처님 가르침을 쉽고 정확하게 알려주시는 선지식 스승님과 인연을 맺을 수 있음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_()_

'나'라는 관념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나 전체와 하나되는 삶을 살아가기를 발원합니다. _()_

모든 선근공덕을 일체 부처님께 회향합니다. 옴아훔 _()_ _()_ _()_

모든 잘된 일은 부처님 덕분입니다. _()_

모든 잘못된 일은 제탓입니다. _()_

 

Posted by 보리바라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