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엔 희안하게도 애벌레 때문에 잠에서 깼다.
왼팔에 따끔한 느낌이 들어 나도 모르게 손으로 집어 손사래를 쳤는데,
불을 키고 확인해보니 글쎄 꿈틀꿈틀 기어다니는 애벌레가 아닌가!
대체 이 벌레가 집 안에 어떻게 들어왔을까?
손에 눌려 죽지 않은게 천만 다행이었다.
새벽 1시가 넘은 시간. 밖으로 나가 나무로 옮겨주었다.
요 몇일은 마음 안에 먹먹한 기분이 남아 물에 젖은 솜을 안고 다니는 기분이 들었는데
간만에 쾌청한 날씨 속에 온 몸을 맡겨 두었더니 잘 말린 빨래처럼 마음이 보송보송하다.
숲에 있으면...
꼭 피톤치드가 아니라도, 그저 그 자체로 편안하다.
툭툭 떨어진 밤송이들. 밤송이를 끓이면 갈색으로 염색을 할수 있다고 한다.
편백나무숲.
아 - 정말이지 예쁜 은사시나무.
아랫쪽 수피는 갈색, 윗쪽으로 올라갈수록 하얀색.
반짝반짝 빛나는 잎을 가졌다지?
이렇게 예쁜 나무로 고작 한번 쓸 나무젓가락을 만든다니! 너무 아깝다...
쏟아져 내리는 빛.
자연의 자비로움.
오후엔 지는 해를 보려고 오랜만에 산책길로 향했다.
하천물이 바짝 말랐음에도 이상스레 물살이 세서 돌다리를 건너다가 발을 다 젖고 말았지만,
그래도 좋았던 저녁 노을.
작은 조각달.
보고 싶지 않은 사람을 애써, 일부러 만나려는 수고는 하지 않을테다.
고작 그 정도의 바람으로는 서로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 뿐더러 아무 것도 달라질게 없다.
불러주는 마음은 고맙지만, 이젠 정말 안녕.
여전히 마음에 용기가 부족하다.
마음이 더욱 확고해질 때까지! 꾸준히 꾸준히...
다음에 또 같은 상황이 온다면, 그땐 꼭 용기를 낼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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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한 마음으로 불법승 삼보에 귀의합니다.
무지무명으로 지었던 지난 과거의 모든 잘못들을 진심으로 참회합니다.
앞으로는 부처님 가르침 따라 세세생생 대자비로 중생을 이익되게 하겠습니다.
옴아훔 _()_
꾸준히 꾸준히 나아가겠습니다...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