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긍정일기2016. 9. 18. 21:07

 

 

 

 

 

 

 

신기하게도 감기가 거의 다 나아버렸다.

재채기, 콧물, 근육통, 머리가 띵한 것까지 모두.

목구멍이 살살 간지러운 것도 덤으로 같이?

 

엄마랑 뒷산에 다녀왔다.

오늘처럼 비가 오지 않을 줄 알았으면 아침 일찍 서둘러 미황사에 다녀오는 건데,

그 부분은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하며.

 

산 높이 오르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힘이 드니까.

하지만 힘이 부치지 않는 선에선 좋아한다. 산에 있는 것 자체만으로 기분이 좋아지니까.

엄마랑 산에 오를 때면 언제나 내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오르게 된다.

이번에도 여지없이 가볍게 산책이나 하는 마음으로 나가볼까 했는데,

두시간 반 가량 등산을 하고 왔다.

 

예전에 아침 일찍 일어나 엄마랑 같이 뒷산으로 운동을 나가곤 했었는데

그땐 나름 꾸준히 했지만 한번도 제대로 즐기면서 하질 못했던 것 같다.

귀찮고 힘들지만 꾸역꾸역 했던 기억.

하지만 오늘은 그 길이 여기가 맞나 싶을 정도로, 잠시 머물러 구경하고 싶을 정도로

상쾌하고, 밝고, 시원하고, 맑고, 깨끗하고, 정답고, 예쁘고, 아름다운 풍경들이 이어졌다.

10년 넘게 살고 있는 곳인데도 새삼스럽게 '참 좋은 곳에 살고 있었구나' 하게 됐다.

 

동백나무로 둘러 싸인 길,

버섯 위에 앉아 쉬고 있던 거미,

죽은 나무에 피어난 버섯들,

머리로만 알았던 물봉선,

작은 폭포...

 

목이 마를 땐 흐르는 물을 손으로 떠서 달게 마셨다.

 

엄마는 아빠나 남동생이랑도 한번씩 산에 오르고 싶은데

아빠는 집에서 누워서 쉰다며 싫다고 하고,

남동생은 도저히 못 오르겠어서 싫다고 한단다.

내가 자주 같이 올라주면 좋으련만.

나 같으면 혼자서도 종종 오를 것 같은데,

엄마는 혼자서 오르는 건 무서워서 싫다고 했다.

 

산 정상에 올라 마음 속 깊은 곳까지 시원해지는 듯한 바람을 쐬며,

자칫 잘못하면 떨어질까 무서운 바위 위에 앉았다.

오래오래 앉아 내려다보고 싶었는데,

엄마는 오래 쉬는게 아니라며 땀 식으면 감기에 걸린다고 이만 내려가자고 했다.

 

저- 기 아래 고만고만한 집들이 빽빽하게도 모여있고,

조금 더 너머엔 강이 흐르고 산이 둘러져 있었다.

마치 손바닥 위에 작은 생명을 올려놓은 듯,

그렇게 산이 우리를 보듬어주고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더 멀리엔 바다가 보였다.

아 - 여기가 그래서 땅끝이구나.

새삼스럽게 내가 땅끝 마을에 사는 사람이라는게 실감이 났다.

사람들이 나더러 땅끝에 사느냐고 물어보면,

남일처럼 '땅끝 보려면 1시간은 더 차를 타고 나가야 해요'라며

땅끝에 사는 걸 전혀 실감하지 못하고 살아왔는데 이제서야 실감이 난다.

 

멀리 그리고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니

시시콜콜하고 잡다한 곳에 쓰였던 마음들이 놓아지면서 보다 자유로워졌다.

 

 

 

* 참회

무지무명으로 지었던 지난 과거의 모든 잘못들을 진심으로 참회합니다. _()_

스스로의 부족한 점들을 너그러이 받아들이지 못하고, 부정하며 애써 고치려 했던 어리석음을 참회합니다. _()_

 

* 감사

자비로운 존재계를 느끼며 살수 있음에 감사합니다. _()_

 

* 원력

세상일에 빠지는 일들을 하나씩 줄여나가며 결국엔 모두 끝낼 것을 발원합니다. _()_

 

* 회향

모든 선근공덕을 일체 중생께 회향합니다. 일체 부처님께 회향합니다.

옴아훔 _()_

 

 

Posted by 보리바라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