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긍정일기2016. 7. 30. 18:53

 

 

 

  경주, 산림환경연구원 

 

 

 

사서 고생한 날.

주말을 알차게 보낼 연구를 하다가 '광주 여행을 해보자'는 마음으로 '광주근대문화거리'라는 이름이 붙은 양림동엘 다녀왔는데, 그야말로 헛수고만 하고 돌아왔다. 가옥, 고택, 사택 등등 이름난 몇몇 건물들을 둘러보고 지금 같지 않은 골목들을 거닐었다. 요즘 같지 않은 제법 정겨운 느낌이 없던 것은 아니었는데도 크게 인상적이거나 감명 깊지는 않았다. 오직 '덥다'로 결론지어지는 피부의 압도적인 감각만이 강렬하게 와닿았다. 혼자라도 사진을 찍으려는 욕심으로 셀카봉까지 마련했지만 '사진은 무슨' 하며 꺼내지도 않았다. 자기애가 강해서 사진을 찍고 싶었던게 아니라, 스스로 그런걸 못하니까 찍히면서 '사랑 받는구나' 확인 받고 싶었던 거였나. 혼자서 찍고 찍혀봐야 '그래서 뭐' 싶어졌다.

 

다른 사람들은 이 더운 여름을 어떻게들 보내고 있을까? 몇일 전 까지만 해도 이정도의 더위는 아니였는데, 밤중에 에어컨을 틀지 않았더니 잠을 설칠 지경의 더위가 찾아왔다. 집에만 있자니 늘어지고, 밖으로 돌자니 더위먹기 딱 좋고. 어디 시원한데 들어가서 더위를 피하는 것 밖에는 답이 없는 것 같다. 밖에서 뭘 찾아 느끼려 들지 말고 적당한 곳에 머무르며 차라리 책을 읽거나 사색을 즐기면서 스스로의 내면을 살피는 편이 훨씬 의미 있어 보인다.

 

어제 일기에 착하고 마음이 따뜻한 사람들이 좋아진다는 얘길 했었다. 그런데 이건 아주 주관적인 관점일 뿐이고, 게다가 나는 착하지도 마음이 따뜻하지도 못하다. 오히려 못되먹고 옹졸한 축에 속한다. 저런걸 써놓고 보니 마치 '내 자신이 그런 사람이다'라고 말한 듯한 기분이 돼버려서 (괜히 혼자 뜨끔해져서) 이렇게라도 변명의 글을 남긴다.

 

바보같은 습관들은 '이젠 됐다' 싶을 때 어김없이 찾아와 '아직이거든?' 하며 뒷통수를 친다. 그래서 부끄럽고 할 말이 없다.

여기도 저기도 아닌 중간에 서 있는게 '지금의 나' 이고, 그래서 여전히 외로워하고 또 그리워 한다.

좋-아 하는 사람들이랑 매일 얼굴을 보면서 계-속 함께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무리 바람직한 삶의 태도를 지닌 형태라 한들 이것 역시 집착일 텐데도 불구하고. 오늘은 이만.

(블로그 주소를 바꾸었더니 블로그로 유입되는 수가 확연히 줄어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봐주길 원했었는데, 오히려 마음이 더 편해진 것 같기도 하고.)

 

 

 

* 참회

바라면서도 먼저 들어줄 생각은 못하는 어리석음을 참회합니다.

* 감사

불볕 더위에 몸 상하지 않고 돌아올 수 있었으므로 감사합니다.

* 원력

영원히 머무를 수 있기를 발원합니다.

* 회향

모든 선한 마음을 일체의 자리에 회향합니다. _()_

옴 아 훔 _()_

 

Posted by 보리바라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