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긍정일기2016. 7. 23. 17:13

 

 

영화를 몰아서 세 편이나 봤다. 아예 장르가 다른 세 종류로.

지루하거나 지겨워 하지도 않고 아주 재미있게.

평일에는 일을 하느라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남는 시간들을 쪼개서라도 부처님 가르침을 배우려는 듯 굴지만,

이렇게 오롯이 혼자 쓸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지면

이래 저래 핑계가 생기고 게으름을 피우며 다른 하고 싶은 것들에 몰두한다.

규칙과 긴장감이 흐트러지고 나태해지는 주말이다. (참회)

 

오랜만에 친구들을 보기로 했다.

멀리 살고 있고 곧 결혼을 앞둔 친구가 마지막으로 보는 것이라며 멀리서 온다.

예전엔 물론 편하고 좋은 친구들이라 여겼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가치관의 차이가 커지기 시작하고 만나는 것이 편하지만은 않은 관계가 되버렸다.

(옛 친구들 대부분이 다 이런 관계다.)

가장 걱정이 되고 불편해진 것이 바로 함께 밥을 먹는 일 인데

채식에 오신채까지 먹질 않으니 더더욱 힘겨워졌다.

이번 만남에도 그런 것들이 염려되어 (혹 술파티를 원하진 않을까도 걱정하고) 망설이고 썩 내켜하지 않던 중이었다.

겨우 중식당으로 약속을 잡고 좋아하진 않지만 먹을 수는 있는 콩국수를 먹기로 합의를 봤다.

그러다 혹시나 해서 한번 더 물어본 것이 고맙게도 그러자 해서

우리집으로 모여 내가 차린 밥을 먹기로 했다. (감사)

 

야호!

 

그 순간부터,

집을 깨끗이 하고 싶은 욕구가 생기고,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나는 이토록 고집이 세구나. 결국 내가 원하는 대로만 하려고 하는구나. 그게 아니면 싫구나.'

이런 생각을 하며 청소를 하고 음식 준비를 한다.

 

스님 법문을 들으며 청소를 하던 중에

'있는 것을 보지 말고 비어있는 것을 보라'는 말씀이 유난히 귀에 들었다.

처음 듣는 말씀도 아니고, 늘 듣던 비어있음에 대한 자각에 관한 내용인데

이제껏 알아 들었다고 여겼지만 실은 '있는 것만 보면서'도 '없는 것을 보고 있다'고 착각 하고 있었구나, 한다.

 

그 없는 것에 자비를 가득 채워 살아가는 삶. (원력)

그렇게 살면 좋으련만.

 

오랜만에 보는 친구들에게 괜히 인상 찌푸리지 말고

마음을 다해보고 싶다. 친구 부처님이라 여기고 정성을 다할 수 있기를.

 

오늘은 이만 끝.

 

* 회향

모든 착한 마음을 중생께 회향합니다. 모든 깨우침을 일체 부처님께 회향합니다.

옴아훔 _()_

 

 

 

Posted by 보리바라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