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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만, 지녔을 것 같은 독특한 감성을
또 다른 누군가가 아무렇지도 않게 툭 내뱉어 버렸을 때.
내가 원했던 건 그 감성 뿐만 아니라,
그 사람의 감성이었구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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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혼자여야만 하는 시간이 찾아온 듯 하다.
혼자서 시간을 보내며 차분히 나 자신을 숙성시킬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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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란 환상 속에 살면서 몽상하고는
끝내 슬퍼한다.
어쩌면 뻔한 결말을 알고 있으면서도 붙들고 놓지 못해 괴로워 하는 건
진짜 진짜 어리석다.
꼭, 굳이 두 눈으로 확인을 해야만 알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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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거면 더이상 미루지 말고 빨리 끝내버리기를.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데
소중한 시간들을 이런 식으로 허비해서는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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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들어주는 사람,
다른 사람의 속마음을 들여다 보아주는 사람,
알아주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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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지저분한 곳 말고, 더 높은 곳으로 가고 싶다.
그런데 혼자 말고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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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진심이니까 더 담백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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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의 바탕에는 온전한 믿음이 자리해야 한다.
의심은 스스로를 비참하게 만드니까.
설령 끝내 오지 않을 기다림이라 해도 끝까지 믿을 수만 있다면,
다른 무엇보다도 자기 자신만은 굳건히 지켜낼 수 있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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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뭇가지가 어지럽게 얽혀 있는 숲속에 들어가고 싶다.
이번 경주에서 가장 좋았던 것은
아기같은 연두빛 잎사귀들을 이제 막 드러내기 시작한 나무, 또 나무들.
나보다 높은 곳에서 은근하게 나를 감싸주는 것 같기도 하고.
말로 표현하긴 어렵지만 신비로운 느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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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보다 더 실제 같은 사진,
실제보다 더 아름답게 느껴지는 사진은
단지 허상에 불과한 것인지
아니면 두 눈의 한계를 넘은 진짜 아름다움인지 모르겠다.
다만 기록하고 싶은 순간들이
그때의 감정과 느낌이 사진 속에도 들어있다면 참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