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과 기억의 기록2015. 7. 11. 19:45

 

 


이 계절의 강렬한 뜨거움을 뭘로 나타내지 하다가 찍은 사진.

 


 

나날이 새로운 구름들.

 


 

고래 그림일 뿐이지만 진짜 고래라 생각하고 만짐.

마음 착한 동물.

 

 


라벤더가 자라는 모습이 영 시원찮아서 물꽂이 했다.

 

 

 

두유아이스라떼. 커피도 먹다보니 중독이 되었지만, 요즘엔 거의 먹지 않는다.

 

 


보는 순간 혹해서 사온 천도복숭아.

100g 단위로 가격이 적혀있어서 한개에 얼마라는 건지 감이 잡히지 않았는데,

3개 집어서 계산해 보니 4,980원이다.

뒤의 젤리는 '유기농소프트푸룻젤리'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가격은 자그마치 5,500원.

젤리 중에 제일 비싼 젤리일 것 같지만, 멍청한 젤리들을 몽땅 먹는 것 보단 요런 젤리로 가끔 먹는게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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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멀다하고 비소식. 시원스레 내리는 비가 싫지만은 않다. 빗줄기가 굵어질때면 저 풍성한 구름 안에 대체 얼마나 많은 빗방울들이 숨어있었던 걸까 싶다. 세상에서 제일 깨끗한 물이 비라는 걸 자주 잊는다.

 

 마음을 돌이켜보아도 분명 '이건 아니'라는 결론이 나온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무겁고 무기력하지는 않을테니까. 하지만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지 못하니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이리 저리 더듬는다. 이런 상태라도 방향은 틀리지 않았다는 믿음이 있으니까.

 

 좀 쉬운것부터 시작하는게 좋겠다. 아무리 바른말이 쓰여 있는 책을 읽는다 해도 단지 지식으로써의 기능만 할 뿐 몸과 마음에 와닿지가 않는다. 실질적인 이해가 있어야지 실천하고 나아갈 수 있을텐데, 흰 건 종이고 검은 건 글씬가 싶을 정도로 무지함만 깨닫는 기분이다.

 

 주말이라고 가만히만 있을게 아니라 최대한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곳에 가면 좋겠다. 그런데 목적지를 정하는 것 부터가 어려워서 책을 한 권 구입했다. <대한민국 절대가이드>. 평소 같았음 안 샀을 부류의 책인데 눈으로 보고 직접 골랐다. 가까운 곳부터 가보자 하는 마음으로 한 두 군데 살폈다. 중심 장소부터 곁가지로 뻗은 장소까지 이동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의외로 가까워서 가볼만 하겠다 했는데, 알고 보니 도보가 아니라 차로 이동했을 때 걸리는 시간이다. 이렇게 되면 이동할 때마다 버스편을 알아봐야 하고, 식당이나 숙박할 곳도 알아봐야 하는데... 이렇게 복잡한 건 휴식을 위한게 아니라 귀찮음과 또다른 번뇌가 될 것 같아서 일단 보류다.

 

 집 근처 카페에 가서 먹고 싶은 두유아이스라떼나 마셔야지 하고 나가다가 문득 집과 제일 가까운 버스 정류장의 노선들이 보였다. 이거다. 굳이 알아볼 필요도 없이 이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정류소 이름을 골라서 간단히 알아보고 떠나면 되는거다. 막상 가봤더니 별볼일 없으면 다시 버스를 타고 돌아오면 되고. 이렇게 쉬운걸. 힉.

 

 내게 있어 여행은 아름다운 것과의 만남이다. 그 대상은 자연이 일순위다. 걷기 좋은 숲이나 아름다운 노을을 보고 싶은 마음이 그득그득 한데 쉽게 이뤄지지 않는다. 이럴바에야 아예 그런 곳에서 살면 어디론가 떠나고픈 마음 자체가 일지 않을 테고, 날마다 여행하는 삶이 될텐데. 하루하루 자연으로부터 온 것으로 먹거리를 해결하며 손으로 지어가는 삶을 살 수 있을텐데.

 

 지난 주말에 무기력을 핑계삼아 초코다이제를 사먹었는데 그 힘이 얼마나 큰지 주중에도 또 다이제 몇 조각을 먹고 쿠키도 먹게 되었다. 지난 한달여는 용케도 버텼는데 말이다... 이러니 사람들이 '이제 닭봉도 먹으면 되겠네'하면서 놀리듯 채식을 말리는 말들을 한다. ㄱ- 다 내가 판 무덤이다. 그런데 오늘도 초코다이제 생각이 나는 바람에 '어쩌지'하다가 세계과자점에 들러서 비건오레오를 사먹었다. 과자를 굳이 먹고 싶다면야 이런데서 사먹으면 되는데 지난주엔 하도 무기력하다보니 이런 생각 자체를 못했다. 그리고 이보다 더 중요한건 이런 과자를 먹는데서 오는 만족감이 얼마나 큰가 인데, '고작 이정도'인걸 가지고 그렇게 안달이 났을까 싶다. 마음이란 참... 담에 또 이런 마음이 찾아보면 그땐 조금만 더 인내심을 가지고 지켜봐야지.

 

 감기는 거의 나아서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그런데 사람들이 나더러 채식을 하니까 감기에 걸렸다며 고기를 먹으란다. 나는 "이래서 채식하는 사람은 아프면 안되는데"라는 말 정도 밖에 못하고 있을 무렵 HJ가 "그래도 대단하지 않아? 약도 안먹고 일주일도 안되서 나은 것 봐" 해주신다. 엉엉. ㅠ.ㅠ 그 말을 들은 다른 샘이 본인도 약 안먹고 이겨낸다 하니, 아니라며, 충분히 약을 먹는것 같다며 웃으며 이야기를 하는데... 이렇게 가볍게 서로 다른 생각들을 주고 받고 나는 나대로, 너는 너대로 관계할 수 있다는게 정말 좋았다.

 

 지식으로 전달되는 진리 또한 틀림없이 진리로 향하는 가르침일 테지만, 자꾸만 헛바퀴를 도는 듯해서 내 마음의 힘을 믿어보기로 했다. 불금을 도란도란 보낸 다음 사람들과 헤어져 돌아오는 길에 서점에 들렀다. 어떤 책이 제일 끌리는지 눈여겨 본 끝에, <아잔 차 스님의 오두막>을 골랐다. 아잔 차 스님은 <술취한 코끼리 길들이기>의 저자 아잔 브라흐마의 스승님인데, 내가 불교를 알기 이전부터 좋아했던 책이라 좀 더 마음 편히 읽어나갈 수 있을거란 마음에서 집어든 책이다. 아니나 다를까 겨우 1/3 가량 읽었을 뿐인데도 마음을 평온하게 해주는 글귀들이 곳곳에 들어있다. 나 자신을 온통 부정하게 바라보는 시각들을 없애주고 고귀한 본성을 돌아보게 하는 말씀들... 그 말씀이 향하는 곳은 결국 내 마음이었고, 홍서원 큰 스님의 말씀과 다르지 않았다.

 아 좋은 토요일 저녁이다.

 

 

Posted by 보리바라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