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과 기억의 기록2015. 2. 27. 18:20

 

 

 

 

 

 

 

아침에 눈을 뜨면서도 어제의 기억들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들려오는 모닝콜 소리가 어찌나 듣기가 싫던지. '아 해제시켜 둘걸' 하며 그대로 누워있었다.

오늘은 봄방학. 간만에 게으름을 피우며 계-속 누워있었다. 마음이 오르내리는 걸 지켜보면서.

그러다 문득 해가 좋으니 빨래를 돌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세탁기가 돌아가는 동안엔 화분들을 정리했다. 봄맞이 청소 ♡

 

겉 보기엔 멀쩡해 보이는 흙들도 속에선 물이 잘 흐르지 못해 습한 기운을 머금고 있었다.

돌멩이를 충분히 넣어줘야 했구나 싶었다. 돌과 돌 사이의 빈 공간이 있어야 물이 흐를 수 있었던 건데.

비어있음으로 하여 흐르는 것들을 생각하니 기분이 좋아졌다.

시드는 화분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얼마전에 물에 담가두었던 자몽씨가 뿌리를 내밀었다. 그래서 화분에 쏘옥. 이제 우리집엔 나무 화분이 세개다.

율마, 유칼립투스, 자몽나무. 율마는 손이 별로 가지 않는데도 잘 자라고 있고 유칼립투스는 어느새 작은 잎들이 삐죽삐죽 돋아났다.

도톰한 장미허브가 부드러운 향을 낸다. 여린 솜털들이 햇살에 반짝인다.

스킨답서스는 자꾸 색이 옅어지는 것 같아 잎들이 아래를 향할 수 있도록 위치를 바꿔주었다. 맨 끝에 달린 부분은 가위로 잘라 물병에 꽂아두고.

 

봄꽃이 피었다는 소식에 왜 눈물이 날것 같았는지 모르겠다. 내가 이다지도 감상적인 사람이었던가.

유난히도 길게 느껴지던 겨울이었다. 그토록 시린 계절을 지나 또 다시 꽃을 피운 나무가 대견스럽다.

내친 김에 산책을 나가 꽃봉오리 구경을 해보려고 했지만, 어느새 늦은 오후가 되어 날씨가 쌀쌀하다.

 

계속해서 게으름을 피워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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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가치가 당신으로 증명되는 것은 아니다.

 

 

 

 

Posted by 보리바라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