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있는 정신기생체보다, 여기 없는 정확한 사랑의 실험이 더 보고싶다. 엉...

결국 책을 읽지 못하고 이른 잠에 들었는데 중간에 깨버렸다.
어정쩡하게 눈을 뜨면 더 자지도 못하고 피곤할텐데.
이대로 잠을 자버릴까 일어나 요리를 할까 한참을 고민하다가 마트에 다녀왔다.
숙주나물이랑 시금치랑 양파랑 송이버섯이랑 파랑 브로콜리를 사가지고 왔다.
느타리 버섯을 사고 싶었는데 양에 비해 너무 비싸고 싱싱하지도 않아서 사지 않았다.

집에 있던 무랑 당근까지 더해서 요리를 했다.
너무 간만에 해서 그런가 요리들이 맥을 못춘다.
할머니를 떠올리면서 끓인 무국은 무를 너무 많이 넣어서 단맛이 난다. 시금치는 잠시 한눈을 파는 사이에 너무 익어버렸다.
채소를 볶다가 넣은 버섯은 그 간격을 너무 멀리 잡았는지 채소가 더 많이 익었다.
요리도 자주 해야지 솜씨가 늘겠다 싶었고, 재료의 식감을 살린다는게 생각보다 어렵다는 걸 알았다.
기름을 두른 후라이팬에 브로콜리랑 물을 같이 넣어서 기름인지 물인지 다 튀어버렸다. 이렇게 바보 같을 때가
...

파는 내일 비닐화분에 심어야겠다.
양파랑 고구마를 실내에서 키워야겠다.
실내는 환기도 안되고 해도 잘 안들어서 크기가 힘들테지만, 그래도 방에 같이 있고 싶다.
당근 꽁지를 잘라다가 작은 유리병에 넣었다.

정말 오랜만에 요리를 했다.
마음이 한결 풀렸거나, 봄이 오려고 한다거나, 나를 조금 더 이해한 것 같은 기분이다.
그간 내가 먹고 살았을 엄마의 요리를 생각하니 갑자기 감개무량해졌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의 본질에 닿고싶다.

이만 자야지. 굿나잇'-'


Posted by 보리바라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