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과 기억의 기록2015. 1. 31.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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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을  주말답게 보내기 위해선 충분한 늘어짐이 필요하다.

계-속 내 맘대로 시간을 흘러 보내는 것. 아주 게으르고 느리게 말이다.

 

그런데 이걸 방해한다고 생각하던 것이 바로 청소와 빨래, 그리고 설거지다.

하기 싫으면 그때그때 해치우거나 평일 저녁에 끝내놓아야 하는데 그것도 싫다.

그래서 오늘은 아침부터 집안일을 했다. 내가 생각을 너무 크게 잡아서 무거운 것 같으니, 거기에 들어가는 실질적인 시간을 계산해보기로 하고.

 

우선 세탁기를 돌렸다. (자그마한 세탁기인데 한 번 돌리는데 1시간 25분이나 걸린다.)

세탁기가 돌아가는 동안 비질을 하고 걸레를 빨아 바닥을 닦았다. 그런 다음 손빨래를 해서 널어놓고, 밀린 설거지를 했다.

설거지를 끝낸 다음 휴지통을 비우고 음식물 쓰레기도 한 곳에 모았다. 재활용 쓰레기도 정리하고.

다 하고 나서도 시간이 남아서 밖에 나가 쓰레기를 버리고 떨어진 생필품을 사가지고 왔다.

 

와 이 모든게 세탁기가 돌아가는 동안 해결이 되다니!

(심지어 15분이나 남았다.)

 

그간 하기 싫은 마음에 세탁기는 세탁기대로 돌리고, 모든 집안 일을 따로 떨어뜨려 해결했더니 그렇게 길게만 느껴졌었나 보다.

 

아침에 세탁기를 돌려두니 젖은 빨래들이 오랫동안 해를 볼 수 있어서 잘하면 주말 내 다 마를 것 같다.

그렇지 않으면 베란다 창문의 결로를 피해서 방 안에 오랫동안 널어두어야 한다.

 

해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도시에도 해가 뜬다는 건 정말 다행이다.

평일 낮에는 집에 있는 일이 드물어서 내 방의 밝기가 어느 정도인지 모른다.

생각하기론 아침과 밤에 맞는 빛의 농도처럼 옅을 것만 같은데 그보다 훨씬 밝다.

 

그런데도 충분한 밝기는 아니다.

집 바로 앞에 있는 교회 건물이 해가 들어오는 걸 때때로 가로막는다.

그게 참 아쉽다. 내 일조권.....

 

간만에 창을 열어 방 안까지 바람이 들어오게 한다.

눅눅한 이불을 바람과 태양의 힘으로 산뜻하게 말린다.

 

아 조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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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는 말을 잘 못할까?

아무래도 '불편함'이 가장 큰 이유인 것 같긴 한데, 그것 만으론 이유가 충분치 않다.

하고 싶은 말들을 정확하게 표현해내기 위해서 글쓰기가 필요한 건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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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게 좋아. 산뜻한게 좋아. 단순한게 좋아. 딱 맞는게 좋아. 부드러운게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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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깨끗하고 반듯한 느낌을 주는 곳이 불편하다.

예를 들면 백화점. 또는 내가 하는 행동 하나 하나를 예의주시 하는 옷가게.

그런 곳에 가면 뭔가를 제대로 둘러보기도 전에 밖으로 나가고 싶어 진다.

작은 실수 하나라도 용납할 것 같지가 않아서 그런가, 자꾸 눈치를 보게 된다.

아무리 이런게 느껴진다고 해도 나만 괜찮으면 그 뿐인데, 그게 잘 안된다.

이것도 일종의 열등감이라고 생각해서 생각을 바꿔보려고 노력하지만 힘들다.

맞지 않는 신발에 억지로 발을 구겨 넣는다 한들, 발이 아프지 않은 건 아니다.

 

참는게 아니라 수용하는 자세가 여기서도 적용될 듯 하다.

담에 한번 더 도전해봐야지.

 

 

Posted by 보리바라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