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과 기억의 기록2014. 11. 20. 22:28



20141115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일을 마치고 요가원으로 향했다.
옷을 갈아입으려고 운동복을 확인하는 순간, 내 옷이 보이지 않아 순간 멈칫 했다.
'어딨지?'
생각해보니 운동복을 빨겠다고 그대로 입고 집으로 돌아가서는
새로 입을 옷을 챙겨오지 않았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그걸 깨달은 순간 많은 생각들이 오고 갔다.
'어떻게 하지'
'오늘은 쉬어야 하나'
'십분 밖에 안남았는데'
'여벌옷이 있나 물어볼까'
'요가 하러 오면서 옷도 안챙기고 한심하게 보일까'
'나 때문에 당황하시는건 아닐까'

생각 끝에 내린 결론은 가까운 옷가게에 가서 옷을 사오는 것이었다.
바지라도 입고 왔으면 그걸 입고 했을텐데
하필이면 치마를 입고 나오는 바람에 그럴 수도 없었다.
(근데 바지를 입고 해보니 바지라고 딱히 나을 것도 없었을듯 하다.)
후다닥 바지를 사러 나갔다.
고를 것도 없이 사이즈가 있는게 하나밖에 없어서 그걸 집어서 들고 나왔다.
돌아와 보니 요가는 이미 시작됐고, 얼른 옷을 갈아입고 나와 요가를 시작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름 순발력 있게 대처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럴 때도 있는거지'라며 당당하게 요가를 시작했는데…

사실 내가 잡고 앉은 자리만 봐도 평소와 다르게 사이드로 물러난 걸 보면
좀 의기소침 했던게 티가 난다. 시간이 흐를수록 더 그랬다.
동작을 하려니 옷이 여간 불편한게 아니였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옷이 찢어질 것 같고 ㄱ-
이럴바에야 안하는게 나았을 만큼 불편한 옷을 입고 벌을 받는듯 한 기분도 들었다.
급기야는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런 어이없는 실수를 하는 나를 보면서
다른 사람 보기를 어떻게 했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뭐 저런걸 실수하나'했던 내가 떠오르면서.

옷이 불편하니 동작에 집중을 하기도 힘들었거니와
창피한 마음에 시간이 가기만을 기다렸다.
드디어 한 시간이 흘렀고, 슬그머니 나갈까 하다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원장님께 말씀드렸다.
"죄송해요, 요가 옷을 안가져와서 못갈아입었어요."
(죄송하다는 말은 혹여 요가를 배우러 온 사람의 복장이 어이없어서 불쾌하실까봐 드렸던 말이었다.)
그랬더니 원장님 하시는 말씀.
"진작 말하지. 여벌 옷이 있는데. 난 '뭐하고 있다냐..'했네. 하다가 일찍 가려고 안갈아 입은줄 알고."

'o'.....

참 그렇다. 말 한마디면 됐을텐데.
그렇게 간단한 일을 가지고 온갖 머릴 굴려가며 내놓은 대안이 겨우 이런거였다니.
여벌 옷이 있냐고 물을 생각을 하지 못한게 아니였으면서도 선뜻 그럴 수가 없었던 것은
순전히 내 성격 탓이다.
평소에도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일이 드문 편이고,
뭔가 내 잘못처럼 느껴지면서 스스로를 혼내고 있었던 거다. 혹은 혼날까봐 두려웠다거나.
아직도 앤가. 혼날 생각을 하다니.
안가져왔음 그에 맞게 다음 상황에 대처하면 되는 건데.
그걸 회피하려다 보니 이런 일이 생긴 것 같다.

어찌되었건 -
오늘을 계기로 요가를 할때 복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았다.
또 상대가 어찌 나올지를 미리 예상하고 겁먹지 말고
어떤 반응이 나오든 나는 가볍게 도움을 청해도 괜찮을거라는 것.
난 참 쓸데없는 걱정이 많은 사람이구나 싶다. 겁도 많고.


내일은 꼬맹이들이랑 1박 2일로 졸업 여행을 가는데
잘 다녀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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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에서 신호등이 켜지기를 기다려본 적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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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은 법이니까
기왕 빠지는거 포옥 빠졌다가 다시 나오세요.
꼭이요.




Posted by 보리바라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