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가 응급실로 실려오시던 밤, 할머니는 병실 바닥에 건더기가 없는 말간 국물을 연신 토해내셨다.
보다 못한 간호사가 비닐봉지를 건내주었고 나는 화장지를 사왔다. 할머니는 자꾸만 뭔가를 토해내셨다. 
그러다가 마침내는 검붉은 무엇이 튀어나왔다. 때문에 나와 고모는 그것이 '피'인줄 알고 흠칫 놀랐으나, 다행이도 아니였다. 하지만 할머니가 자꾸 피라고 하자 고모는 아니라며 "똥물같은 거 있잖아"라고 했고,
덧붙여 "위액 같은거"라고 말했다.
그러자 할머니는 "미역?"이라고 되물으셨다.

그 순간, 나는 웃음이 터져나오려는 걸 간신히 참았다.
똥물도 그렇지만.. 미역이라니...
병원의 비자연스러움 속에서 삶에 대한 허망함, 같은 것을 떠올리고 있던 나에게 웃음이 들어 있었다.
할머니는 내가 병간호를 하러 왔다고 했더니 (정말 불쌍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불쌍해라'라고 말씀하셨다. 정말 딱하다는 듯이.




Posted by 보리바라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