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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06.04 훈습 일기 12, 12시가 넘어 쓰는 일기
대긍정일기2016. 6. 4. 01:23

 

 

오늘은 참 긴 - 하루였는데 (그렇다면 더 졸려야 맞는건데), 꼭 일기를 쓰고 자고 싶은 그런 밤이다.

한가지 이야기만으로 충분히 참회와 감사, 원력과 회향이 동시에 이뤄질 듯한 그런 날.

 

 

 

* 참회감사, 원력, 회향

 

 오랜만에 마음 속에서 분노와 서운함, 억울함, 저항심, 답답함 등등의 형언하기 힘든 열받음이 뻗쳐 나왔다.

 

 내 딴엔 그랬다.

 

내가 할 일과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었고, 그 누구도 그 순간에 '장난을 치는 사람'은 없다고 여겼다.

물론 '말'이 그렇게 나온 것일 뿐인지도 모른다. 그러면 뭐? 왜 그런걸까.

 

의문은 생기지만 직접 물어보지 않는 한은 도무지 알수가 없었다.

화가 부글부글 끓어 오르며 어떻게 해야할 바를 모르고 일단은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었다.

어쩌면 피한 것인지도 모른다. 부딪혔다가는 펑 터져버려서 오직 흘러나오는 감정 대로만 행동했을테니까. 

 

그러다가 누군가 한명이 태연한 듯 아무렇지 않게 상황을 툭 건드려주었고,

그렇게 누군가로부터 시작되었던 화는 점차 누그러졌다.

그러면서 내 마음 속 분노 또한 점차 누그러지기 시작했는데,

 

그 순간 느꼈던 것이 나도 모르게 '아집'과 '아상'에 강한 집착을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과,

'비어있음'에 대한 자각은 0 이었다는 사실. 그리고 완벽한 이분법적인 사고에 빠져들며,

타인과 나를 구분해 그를 적대시 하고 있었다는 점.

 

이를 깨우쳤을때 순간적으로 상대방에게 미안한 마음이 듦과 동시에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

(진심이었는지는 모르겠으나) 나를 걱정해주는 듯한 말을 듣자 마자 눈물이 날 듯한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한끝 차이로 이토록 쉽게 풀려버릴 것을 어쩌면 그렇게 날을 세우고 금방이라도 터져버릴 듯

팽팽한 마음이 되었던 걸까. 어떻게 생각하면 차마 대놓고 터트리지 못하는 소심함 때문에 일이 붉어지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한편으로는 강한 인내심으로 크게 화가 붙을 뻔한 일을 가볍게 다스린 것일지도 모른다.

처음엔 전자라고 여겼으나, 지금 내린 결론은 후자다. 맞붙어 활활 타오를 뻔한 분노로부터 나를 또 모두를 구했다.

 

이는 나 혼자만의 역할이 아니라, 부드러움으로 유연하게 대처했던 동료와 이를 받아들여준 상대,

그리고 이 모두를 지켜본 시선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덕분에 우린 오랜만에 마음속 깊은 곳의 이야기 까지 주고 받을 수가 있었고, "다시 (동료가) 돌아온 것 같다"는 표현도 나눌 수 있었다.

 

묻지 않고 그대로 수용함이 더욱 현명한 것임을 깨달은 오늘. (물은들 과연 이해할 수 있었을까_ ) 만감이 교차한다.

앞으로도 이런 불같은 일들이 찾아온다면 부디 그 순간에 명료하게 알아차리기를.

차분히 다스린 오늘의 태도와 마음을 나를 둘러싼 모두에게 회향한다. 

  

 

      

Posted by 보리바라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