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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과 기억의 기록2014. 9. 10. 14:35


2014/09/06, 집으로 향하는 골목


'친척' 들이 쏙 빠진 연휴였다. 처음으로 온 가족들이 모이는 자리에 가지 않았다.

그런데 이렇게 좋을수가.

달력에는 요렇게 표시해 놓았다. 토요일부터 수요일까지, 한 칸에 한 글자씩.

판 / 타 / 스 / 틱 / 休

토요일 아침, 간만에 늦잠을 자고 일어나서 빨래를 돌렸다.
빨래가 돌아가는 동안 청소를 했다.
단 몇일이긴 하지만 집을 비우고 이동하는 것이기 때문에
짐도 조금 챙겨야 했다. 여기 저기서 받은 것들이랑 또 미리 준비해둔 것들을.
가족들에게 주려고 챙겼다. 이런 마음이 순수하게 자발적으로 우러난 것은 거의 처음이지 싶다.
화분에 물도 주었다. '내가 없어도 잘 지내고 있으렴'하는 마음으로.


2014/09/06, 집으로 향하는 버스 안


터미널에 도착해서 한참을 기다려야 할거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훨씬 빨리 차를 탈 수가 있었다. 그 시간대에 있는 마지막 자리였는데
내 옆자리엔 아무도 앉지 않았다. 덕분에 편하게 앉아서 갈 수가 있었다.
히 -
가는 동안 반가운 연락이 와서 안부를 주고 받았다.
가을이고, 음악이고, 편한 의자, 빠르게 스치는 차창 밖 -
모든게 완벽했다.


집에 도착해서는 뒹굴 뒹굴 굴러다녔다.
먼저 온 여동생은 새로운 취미가 생겼는지 처음 보는 걸 했다.
그림에 취미가 있을거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했는데,
그림이 그려진 화판에 색을 채우는 거였다.
근데 그 그림이 사정없이 복잡해보여서, 그림을 좋아함에도 불구하고 내게는 맞지 않는 취미였다.
한참을 집중해서 그걸 하고 있는데, 매력적인 광경이라고 생각했다.
남동생은 그 모습을 보며 "차라리 그림을 그리지 그래."라고 했고,
여동생은 "내가 어떻게 그려."라고 했다.
나는 여동생 옆에 드러 누워서 서머싯 몸의 '달과 6펜스'를 읽었다.
활짝 열린 창 사이로 바람이 들어왔고,
햇살이 스며들었다.
시원하고 포근했다.
좋았다, 참.

( * 여동생도 에니어그램 7번 유형인 것 같다... 3번인 줄 알았는데 7번인 듯.
그 다음 날인가. 하기 싫다고 그랬다. ㅋㅋㅋㅋㅋㅋ
떠올려보면 기타도 배운다고 하더니 지금은 손도 안대지.
뭐 이런게 나랑 닮았나 싶다. 근데 엄마도 7번인 것 같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웃기다. 나만 이런게 아니라니.)

남동생이 준 색연필 세개가 너무 고맙다.

˘-˘*



 

2014/09/07, 친구가 그린 나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났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다음에 놀러가자는 계획도 세우고,
그동안 있었던 이야기를 했다.
뭔가, 속 시원한 느낌을 받지는 못했지만
나는, 내가 좀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더 나은 사람이 되서, 조금 더 상대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알았으면 좋겠다.
내가 작아진 것인지, 만나는 사람들이 크게 느껴졌다.
다들 조금씩 커진 것 같다.


책을 읽을 시간, 뭔가를 생각해볼 시간이 충분한데도,
컴퓨터를 하며 그냥 시간을 허비한 감이 없지 않다.
이로써 분명해졌다.
평소에도 맘만 먹으면 충분히 시간을 낼 수 있다는 것이.
중요한 것은 시간이 아니라 얼마만큼 집중할 수 있느냐 이다.
단 몇 분이라도.
그래도, 간만에 둘러보는 사람들 이야기, 이웃들 이야기가 참 좋았다.
정말로. 정말로.


친한 친구의 결혼식에 가지 못하게 됐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어쩔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전혀 미안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친구가 느끼는 서운한 감정을 생각하면,
약간은 미안한 마음이 든다.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
그 다음은, 흐름에 맡겨야지.


세계를 향한 욕망이 꿈틀댄다.
근데 이 욕망의 이면엔 열등감이 숨어 있다.
지식에 대한 열등감.
충분히 공부하지 못했다는 것의....아쉬움으로부터 벗어나질 못하고 있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고 생각하면서도, 그 무게가 버겁다.
하나씩 조금씩, 몰라도 괜찮다고, 이 마음이 중요한데.
한꺼번에 욕심 내지 말고 진짜 조금씩만...


자꾸 프랑스 생각이 난다.
카를라 브루니의 노래, 고갱, 올리, 앙리 마티스.


차가운 공기와 따뜻한 온기가 정말 좋다.
차가운 것이 있어서 따뜻한 것도 느낄 수가 있다.


2014/09/05, 옆반 아이가 그려준 나인데 눈보다 콧구멍이 더 크다.


내일은 출근.
근데 이틀만 하면 또 쉬는 날.
아아 너무 좋아.
다음주는 핵폭탄 급 일들이 기다리고 있지만,
잘 해낼 수 있을 것이다.


2014/09/10, 해바라아기, 꽃피우다


뜨거운 가을 볕에 이불이 바삭바삭 마르고 있다.

해바라아기가 꽃을 피웠다.
당근들이 싹을 틔웠다.

Posted by 보리바라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