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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10.11 대긍정일기 142, 이제 시작
대긍정일기2016. 10. 11. 19:59

 

마음의 구정물을 다 퍼낸 줄 알았더니, 이제 시작인가보다.

 

 

 

 

 

 

김형경 작가의 <소중한 경험>을 어제부터 읽기 시작했는데 거의 빨려들듯 읽고 있다.

마음을 좀 더 세밀하게 살피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그간 어떤 상황들에서 했던 행동이나 그때에 느꼈던 감정들의 근원이 무엇인지 보다 쉽게 파악이 된다.

책 한번 읽는다고 해서 단번에 바뀔 수는 없겠지만

틈틈이 그냥 지나쳤던 미세한 부분까지도 좀 더 세심하게 느낄 수 있다.

 

몇일 전에 감기에 걸린 아이가 도라지청에 꿀을 탄 물을 들고 지나가는 걸 보면서

순간적으로 강하게 '나도 먹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때 느낀게 그게 다가 아니였는데

그땐 대수롭지 않게 여겼더랬다.

그리곤 기어이 도라지청을 사서 꿀을 넣어 차를 만들던 중에 문득

그때 느꼈던 감정이 단순히 먹고 싶은 마음이었던게 아니라 부러움을 넘어 질투와 시샘까지도 섞여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다섯살 짜리 어린애한테서 그런 감정을 느낀다는게 어이가 없기도 하고 이게 뭔가 싶기도 하고.

 

하지만 생각해보니 다 그럴만 한 이유가 있었다.

예전의 나를 돌이켜보면 거의 아프지 않는 건강 체질이었지만 어쩌다 한번 아플 때가 있었다.

그럴 때마다 엄만 몰라봐주거나, 무신경하거나, 덤덤하곤 했는데,

그게 지금까지도 마음에 상처로 남아있는거다.

엄마는 날 사랑하지 않으니까 (동생들보다 덜 사랑하니까) 그런것도 몰라봐준다고 원망하고 서운해 했던 기억.

친구들도 다 알아보는데 엄마가 못 알아본다고.

친하지도 않은 친구가 안쓰럽게 여겨줬던 기억이 지금까지도 따뜻하게 남아있는 걸 보면,

어지간히도 애정에 목말랐던 것 같다. 

 

일기 쓰는게 술술 잘 풀린다 싶더니만.

진짜 마음 같은 것들이 하나씩 튀어나오면서 복잡하고 어지러운 기분이 든다.

모든게 엉켜버려서 어디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건지 헷갈리기도 하고. 

이제껏 보고 느껴온게 모두 착각에 불과했다니, 허망한듯 싶으면서도 다행으로 여겨야 하나 싶고.

일주일 전 엄마 생일을 챙긴다고 집에 다녀오면서부터

엄마에 대한 감정이 마음처럼 정리가 되질 않는다.

한없이 가엾게 여겨지면서 잘 해드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아 지면서도,

사소한 것 하나에 마음이 틀어진다.

조금이라도 엄마가 날 소홀히 여기는 것처럼 여겨지면 신경질적인 마음이 솟는게 느껴진다. 

 

 

순간순간의 내 행동들을 살펴보면

잘 보이기 위해, 예쁘게 보이기 위해, 착해보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선택하는 행동들이 얼마나 많은지를 깨닫게 된다.

아주 사소한 것에서도 좋은 소리를 들으려고 애를 쓴다.

그런걸 알아봐주는 누군가가 나타나면 겉으론 드러내지 않아도 속으로 만족해 하곤 했다.

정말 순수하게 다른 사람의 기쁨이나 편안함을 위해서 했던 행동은 얼마나 될까...

 

기분이 안좋다.

 

양치하고 마시는 도라지청+꿀 차는 맛도 없다.

 

 

무지무명으로 지었던 지난 과거의 모든 잘못들을 진심으로 참회합니다..._()_

마음을 살피는 것에 도움을 주는 모든 인연들에 감사합니다. _()_

내면을 보다 적극적으로 직시하여 해결하지 못한 과제들을 피하지 않으며 하나 하나 해결해나갈 수 있기를 발원합니다. _()_

모든 선근공덕을 일체 부처님께 회향합니다... _()_

옴아훔 _()_

 

 

Posted by 보리바라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