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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6.23 일기 (3)

 

 

 

지난 토요일 교수님과 함께 갔던 담양 소쇄원 채식뷔페 :-)

 

 

 

 아.. 사진을 보자마자 또 가고 싶다. 맛있겠다... 쩝.

 

 지리산에 다녀온 후로 블로그도 안하고 뭔가 수동적인 상태로 지내는 것만 같아 의식적으로 뭐라도 해보기 위해 글을 쓴다.

 

 요즘에는 일 이외에 뭘 하는가 하면 오직 책을 읽는다. 이렇게 쓰고 보니 뭔가 거창하게 느껴지는구나... 주구장창 책만 읽는 사람처럼... 그건 아닌데. 여튼 대부분의 시간을 책을 읽으며 보낸다. 어떤 책을 보느냐 하면 예전에도 그랬듯 다시 마음공부를 한다. 마음공부란 다름 아닌 부처님 가르침을 배우는 일.

 

 다시금 아침 저녁으로 기도를 시작했고 채식도 꾸준히 한다. (해산물을 포함해서 유제품과 계란까지 먹지 않는 것으로. 비건 채식.) 중간에 세번 정도의 고비가 있었다.

첫번째는 채식을 다짐한 바로 다음날 나왔던 점심 메뉴의 새우와 오징어. 그걸 보자 마자 '당연히 먹어얄 것 같은'마음이 불쑥 올라왔으나 '우왕 이래서 습관이 무섭구나'라고 생각하며 무사히 넘겼다.

두 번째 고비는 빵과 아이스크림 등의 간식들이다. 겉으로 형태를 구분할 수 있는 건 '안 먹겠다' 했으니 다른 사람들도 딱히 권유를 하지 않는데, 빵이나 아이스크림은 직접적으로 눈에 보이질 않으니 사람들도 자연스레 권한다. 그럴 때마다 사양을 해야 했고 다시 한 번 내 의사를 표현해야 하는데 그걸 매끄럽게 해내는게 어려웠다.

세 번째 고비는... 아 내가 좋아하는 '아띠장홍'의 버터프레즐. 엉엉... 이걸 다시 못 먹는다고 생각하니 아쉽지만 어쩔건가 포기해야지. 그걸 보니까 '에라 모르겠다' 하는 마음으로 버터 없는 부분만 쬐금 먹어볼까 했는데 옆에 있던 HJ가 "쌤 안돼"하며 막아주어서 가까스로 위기를 면할 수 있었다. 이제껏 채식을 해오면서 이렇게 적극적으로 (말 한마디 일 뿐이지만) 내 입장에 서서 채식을 도와주는 사람은 처음이다. (본인이 채식을 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날 응원하겠다는 말이 괜한 말이 아니었구나 싶으면서 참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그렇게 세 번의 고비는 모두 지나갔고 그 다음부턴 나름 순조롭게 이어가고 있다.

 

 마음공부를 하다 보니 아무래도 오신채(파, 마늘, 달래, 양파, 부추)까지 먹지 말아야 할듯 싶어 잠시 고민을 해봤는데 결국 다음으로 미루기로 한다. 홧김에 확 저질렀다가 부드럽게 밀고 나갈 자신이 없다. 다른 사람들에게 내 의사 표현을 할때 딱딱하게 굳은 말투와 표정이 되기는 싫은데 실험 삼아 '그럴까 싶다'고 애기 했을때부터 이미 내 마음이 불편해졌으므로, 아직은 때가 아니라는 판단이 섰다. 일단 보이는 선에서 제외하고 먹도록 하고, 집에서부터나 제대로 실천해봐야겠다.

 

 채식을 하다 보니 사람들이 모여 군것질을 할때 내가 먹을 수 있는 것은 상당히 제한이 되었는데 그러다 보니 집에 와서 군것질을 하는 횟수가 잦아졌다. 아무리 오신채와 동물성 식품이 들어있지 않기로서니 그런 군것질을 자주 하는건 온전한 식생활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음에도 무슨 보상심리라도 생긴건지 '채식 잘 하고 있으니까 과자는 먹어야지'하는 마음이었던 것 같다. 그렇게 군것질이 늘면서 살짝 살도 붙는 것 같고 그러면서 잠도 늘었다. 아무리 일찍 일어나려고 해봤자 아침이 오면 눈을 뜨기가 힘들다.

 

 아침에 늦게 일어나서 하루를 보내고 저녁이 되면 마음공부를 하고 싶어져서 책을 읽다가 늦게 잠든다. 그러면 또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기가 힘들다. 그렇게 악순환이 이어지고... 그러다 교수님을 뵙고 이야기를 나누는데 많이 먹는 것과 잠의 연관성에 대해서 듣게 됐다. 음식을 많이 먹으면 몸에서 음식을 소화하는 것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쓰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뇌에 공급되는 피의 양이 줄게 된다. 그러면 몸은 피로를 느끼게 되고 자연스레 잠의 양도 많아지게 되는 것. 아... 이런 간단한 원리를. 나는 단순히 경험으로 먹는 양이 많아지면 잠도 많아지는 구나 싶었는데. 이걸 알고 나니 이대론 안되겠다 싶어 의식적으로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고 있다. 사실 이런 의식적인 노력을 좋아하진 않는 편이긴 한데, 별다른 반감 없이 할 수 있어서 일단 해본다. 

 

 잠과 먹는 양의 변화는 내 수동적인 태도와도 연관이 있다. 능동적으로 살아갈 때면 스스로 즐겁기 때문에 노력이 들지 않고 몸이 가벼워진다. 먹지 않아도 적당히 부른 포만감 같은게 있어서 먹는 양이 줄고 잠도 필요 이상으론 자지 않게 된다. 그런데 요즘 나는 아무리 방향을 제대로 잡았다 한들 약간은 수동적인 성향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태도를 바꿔보려 의식적인 노력을 기울이게 된 것이다. 이런 노력을 강제적으로 하다 보면 금방 끝이 나버릴테지만 처음 마음 먹기까지가 오래 걸렸지 시작을 하고 보니 생각보다 수월하게 이어가고 있다. 역시 모든 흐름엔 마음을 열고 능동적인 자세를 유지하는게 중요하다. 

 몇일 전 까지만 해도 다리가 천근 만근 무거웠는데 하루 이틀 사이에 비교적 가벼워 졌다. 내가 이런 얘길 하면 주변 사람들은 '반응이 너무 빠르다' 웃곤 하는데 나는 진짜 그렇게 느껴진다. -_- 하루 이틀 사이에 몸이 달라지는 것도 보이는 걸.

 

 

 지난 토요일엔 머리를 잘랐다. 층낸 부위를 없애버리려고 했는데 그렇게 되면 머리가 또 확 짧아지니까 살짝 남겨두고 다듬었다. 미용실 아주머니가 "앞머리도 자를거죠?" 하셔서 "네" 했는데 '확실하게' 잘라주셨다... 앞머리는 짧아도 눈썹 길이 정도로만 자르려고 했는데 눈썹 위로 시원하게... 예전엔 이런 길이를 좋아했었는데 이제는 싫다. ㅠ_ㅠ 머리가 바가지처럼 되가지고 고무신을 신고 다녀야 할듯한 기분... 이 아주머니가 하시는 말씀이 얼굴이 귀엽고 예뻐서 뭘 하든 다 어울린다는데, 꼭 말씀하시는 타이밍이 본인도 이상하다고 느껴지실 때 그러는 것 같다. ㅋㅋㅋㅋㅋㅋㅋ 지난번에 머리를 확 쳤을때도 "짧은게 잘 어울리네" 하셨는데 내가 볼땐 그때도 안 자르니만 못하게 보였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머리 모양이 이상하니까 급하게 말로 수습하시는 느낌... 이게 사실이든 아니든 마음이 쓰이는 건 아닌데. 그냥 그랬다는 얘기다.

 

 아까는 원에서 방과후 활동을 하는데 WL이 "나는 선생님이 좋아하는 핑크색으로 색칠해야지"하면서 그림을 색칠했다. 자기가 좋아하는 주황색이랑 같이 두개를 들고서. 그러면서 "선생님 핑크색 좋아해요?"하고 제차 확인을 하는데 내가 다른 일을 하느라 대답을 않고 가만히 있으니까 "선생님 핑크색 좋아하냐고요!"한다. 그래서 "네에~" 했더니 한다는 말이 "나는 선생님 좋아하는데"란다. 무슨 이런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건지. 요런 것만 봐도 사람은 자기 그릇을 가지고 태어난다는 게 딱 맞는 말이다. 예쁨 받을 행동을 하는 사람이 예쁨을 받는거다.

 아 쓰다보니 두서없이 말이 길어진다. 그간 할 말이 없었던게 아니라 단지 안 쓴것 뿐이었구나... 마음이 잔잔한게 아니라 뭐가 너무 많이 들어있었구나. 오늘은 여기까지만.

 

 책은 읽기만 하고 정리를 못한게 걸린다. 읽던 것만 마저 읽고 하나씩 해봐야겠다.

 

 

 

 

Posted by 정아(正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