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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5.10 배탈, 그리고 <잡식 가족의 딜레마> 영화 관람 (8)
vegetus2015.05.10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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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목요일, 배가 너무 많이 아팠다.

살아오면서 몸이 아픈 기억은 그다지 없는 편인데 이렇게 아프다 보니 별 생각을 다 하게 되고 감성적으로 풍부해졌다.

말 한마디, 시선 하나에 상처를 받을지 감동을 받을지가 결정 되는 듯 했고 이런 결정 또한 왜곡될 가능성이 크다는 걸 알았다.

 

상한 식빵인 줄도 모르고 먹은 내가 어리석다. 옆에서 그렇게 말리는데도 '괜찮다'며 먹더니 결국 이렇게 됐다.

이걸 계기로 '음식을 아끼는 마음'과 '지지리 궁상'을 구분할 수 있겠지... ;P

 

누워서 숨만 쉬는대도 힘이 들고 숨소리가 고르지 않다는게 느껴졌다.

기운이 없어서 허리를 구부리고 걸어가니까 ㅂㅂ할아버지가 "아이고 지팡이 집고 가야되겠네" 하시는데,

그 와중에 그게 너무 웃겼다. ㅋㅋㅋㅋㅋ

 

온전히 쉴 수만 있었다면 약을 먹지 않고 이겨낼 자신이 있었는데, 그럴 수 없었으므로 결국 병원을 찾았다.

정신이 없었는지 내과가 아닌 이비인후과로 들어갔는데, 내가 제대로 앉아 있질 못하니까 친절히 대해주신 간호사 분이 생각난다.... 그런데 '뭐야' 싶었던 건 내가 배탈이 났다고 했음에도 접수를 받아주셨다는 거다. ㅋㅋㅋㅋㅋㅋㅋㅋ 바로 옆에 내과와 나란히 붙어 있다는 걸 토하고 나오는 화장실에서 알았다. ㄱ- 그래서 접수를 취소하고 내과로 가서 다시 접수.

 

내과 의사는 항생제 부작용이 있느냐고 물었는데, 나는 없다고 대답하면서 꼭 먹어야 하느냐고 물었더니, "먹어야 할 이유가 있으니까 먹으라는거예요"라며 정색을 했다. 체.. 먹어야 할 이유가 있으면 먹지 말아야 할 이유가 있는거고, 부작용 또한 그 이유 중에 하나일텐데. 이걸 모르는게 아닌 눈치라 그냥 네, 했다. 초스피드 진찰을 받고 나서 계단으로 내려오는데 바로 아랫층 약국이 '아'하고 입을 벌리고 있는 것만 같았다. 약을 2틀분이나 지어주셨는데 그 중에 딱 하나만 먹고 나머지는 다시 약국에 가져다 드렸다.

 

조퇴를 하고 나서 집에서 쉬다 보니 배 아픈건 많이 좋아졌고, 그 다음으로 찾아온 건 오한과 몸살. 몸을 따뜻하게 하라는 말이 생각이 나서 겨울 옷을 입고 보일러 온도를 올렸다. 그랬더니 땀이 나면서 금새 몸이 가벼워 졌다. 아 이런 지혜라니 :)

 

사람들이 보호해줄 사람이 없을까봐 걱정을 많이 해줬는데, 정작 나는 괜찮았다. 안 괜찮았던 점은 엄마의 '어찌 배탈이 났어'라는 한마디 였는데, 이 생각을 하니까 또 눈물이 나려고 한다. ㅋㅋㅋㅋ

 

아 몸조심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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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잡식 가족의 딜레마'를 보고 왔다. 이런 영화는 관심이 아니면 보기 힘든 영화일거다. 이 영화를 처음 알게 됐을 땐 '나 정도의 관심이면 안봐도 될 것 같다'는 생각에 보려는 의지가 그다지 없었다. 그러다가 뭐 때문인진 몰라도 꼭 봐야겠다 싶어 급하게 주변에 같이 볼 사람을 찾았는데 결국 실패했다. 그래서 혼자 본 영화. 그런데 이번 혼자의 경험은 지난번보다 훨씬 '당당'하고 '즐거워'서 참 기분이 좋았다. 히히히... 연금술사에서 느꼈던 삶의 비밀이 드러나는 듯한 그런 뭔가가 또 나온 것 같은.

 

영화를 보면서 어찌나 찔찔 울었던지. 채식을 해오면서 느꼈던 어려움이나 감정들이 고스란히 전달 됐다. 제일 먼저 눈물샘이 터진 부분은 '축산 공장'이 아닌 '축산 농장'을 운영하는 0.1%의 할아버지가 나오셨을때다. 나는 저런 마음을 가진 사람을 보면 그렇게 눈물이 난다. 끝까지 보고 나니 농장 속에서도 안타까운 장면들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어쨌거나 말로만 들었던 '돼지'라는 동물을 새롭게 보게 되었다.

 

자칫 민감할 수 있는 소재를 영화화 했음에도 불구하고 자극적이지 않게, 현실적으로, 담담하게, 그리고 솔직하게 풀어낸 점이 정말 좋았다. 생각할 거리들을 많이 던져주었으므로 두 번 세 번 보아야지 그냥 지나치지 않고 깊이 안고 갈 수 있을 것 같다.

 

 

 

 


 


 

 

국내 포스터(왼쪽)와 해외 포스터(오른쪽).

 

 

 

 

 

영화 <잡식 가족의 딜레마> 메인 예고편

 

 

 

Posted by 정아(正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