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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과 기억의 기록2011. 2. 16. 01:56


(상해아쿠아리움 상점에서)


 이번 열하일기 코스 해외연수는 중앙도서관의 기획으로 다녀오게 됐다. 독서마일리지와, 도서관장님의 추천, 다독자 등등 다양한 연유로 연수를 떠날 수 있었는데 나는 작년 가을에 열렸던 제2회 독서토론대회에서 은상을 수상하고 해외연수 인터뷰 기회를 얻어 이번 여행을 다녀올 수 있었다. 연암은 내게 다소 생소한 감이 있었기 때문에 연수를 시작하기 전에 아쉬운 대로(두꺼운 열하일기를 읽기에는 시간과 노력이 부족했다) 고미숙의 「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를 읽었다. 


 연암 박지원은 그의 단편소설 <허생전>을 통해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다. 그런데 그 글이 실은 「열하일기」속에 담겨진 일부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지? 뿐만 아니라 <호질>과 <양반전> 역시도 「열하일기」에 포함되어 있는 내용이다. 연암의 글은 이렇게 부분으로 나뉘어 우리에게 전해져 왔다. 그것이 열하일기를 좀 더 가까이 할 수 없었던 이유일까? ‘박지원의 열하일기’라는 구조를 달달 외우면서도, 그 열하일기가 청나라 황제 건륭제(乾隆帝)의 칠순잔치를 축하하기 위해 조선 사신단의 일행이 되었던 연암의 이야기라는 것을 아는 이는 흔치 않을 것이다.


 이번 해외 연수에서는 6박 7일 동안 심양과 단동을 거쳐 고궁과 북릉공원, 호산산성과 압록강 유람선을 답사하고, 진황도에서 천하제일관과 로룡두, 맹강녀묘를, 승덕에서는 피서산장과 소포탈라궁을 구경했다. 북경에서는 천안문광장과 자금성, 이화원을 들른 후에 뮤지컬 금면왕조를 관람했으며, 상해에서는 101타워와 임시정부청사, 홍구공원, 황포강유람선, 상해서커스, 아쿠아리움 등을 둘러볼 수 있었다. 그러나 다양한 유적지를 둘러보았음에도 불구하고 급하게 이동해야만 하는 제한적인 시간과 일정으로 인해 연암의 자취를 한껏 느끼기에는 조금 부족한 감이 있었다. 때문에 나는 이번 연수중에 특별한 인상을 주었던 ‘뮤지컬 금면왕조’와 상해 일정을 중심으로 감상문을 써내려갈까 한다.

  

 중국의 거리는 집집마다 화려한 복주머니와 여기저기서 울려 퍼지는 폭죽소리로 넘실댄다. 왜 이렇게 소란스러운가 했더니, 중국의 최대명절인 춘절기간이기 때문이다. 춘절은 음력 12월 23일부터 1월 15일까지로 ‘구력년’이라고도 하는데 우리나라의 설날과 비슷하다. 넓은 대륙의 크기를 감당하기 위해 우리는 장시간 버스를 이용해야만 했는데 그러는 동안 수많은 불꽃과 조명들을 즐길 수 있었다. 중국의 교통을 이용하면서 또 한 가지 눈여겨 볼 것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대중교통 질서이다. 중국은 우리나라와는 달리 교통법규를 너무도 쉽게 위반한다. 신호등은 친절하게도 얼마 후에 신호가 바뀌는지 까지도 설명해 주지만 사람들은 그다지 관심이 없는 듯하다. 차와 사람이 동시에 건너가기가 일쑤이고 차와 차 사이에 사람이 끼어 있는 것도  여러 번 보았다. 아이러니하게도 중국의 교통질서는 무질서 속의 질서가 아닌가 싶다. 가끔은 유턴과 역주행으로 위험천만해 보이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하지만, 자동차와 사람들은 서로 약속이라도 한 듯이 천천히 달린다. 이 속에는 우리나라에서와 같은 긴장감과 분노(교통법규위반에서 오는)를 찾아볼 수 없다. 

 큼지막한 건물들이 멀찌감치 떨어져 있는 광활한 대륙을 달리다 보면 ‘이런 곳에 사람이 살까’싶은 곳에서 사람들을 발견할 수 있다. 눈부시게 차가운 눈들 사이에 솟아 있는 사람들을 보면서 인간의 강인함과 그들의 삶에 관하여 생각해본다.


 

(사진찍기는 금지되어 있다. 이건 인터넷에서 찾은 자료)

 중국연수 5일째 되던 날 저녁, 우리는 뮤지컬 금면왕조를 관람할 수 있었다. 금면왕조(金面王朝)는 중국에서 내려오는 전설을 극화한 이야기이다. 여자들만 사는 금면왕국에 남자들만 사는 남면왕조가 쳐들어와 싸우게 되지만, 남면왕과 병사들은 금면여왕의 어진 정치와 착한 마음 때문에 새사람이 된다. 그러던 어느날 큰 홍수가 발생하여 금면여왕은 하늘에 자신의 몸을 맡기게 되고 죽은 여왕은 다시 태어나 태양조가 되어 날아다니며 금면왕조를 지켜준다. 이 단순한 스토리는 언어 없이 펼쳐지는 그들의 표현력으로 인해 다른 설명이 필요하지 않다. 훌륭한 무대장치와 감미로운 음향, 역동적인 안무와 화려한 의상은 그들의 연기에 맛을 더한다. 인간의 기술력과 인체의 환상적인 조화! 부드럽고 유연한 인간의 몸짓을 ‘아름답다’는 말로 다 표현하기에는 부족하다. 여성의 우아함과 남성의 강인함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었지만, 그중에서도  감명 깊었던 것은 부드러운 인체의 선을 통해 흐르는 여성미였다.

 중국에서 인체의 신비로움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는 공연이 있었는데 바로 6일째 저녁에 관람했던 상해서커스이다.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아슬아슬함과 때로는 웃음을 터뜨리게 했던 그들의 공연은, 거칠고 단단한 것이 강한 것이 아니라 부드럽고 유연한 것이 더 강하다는 생각을 하게했다. 육체에 있는 세포들을 모두 사용할 것만 같은 몸놀림을 보고 있자니 잔뜩 움츠려든 내 어깨가 부끄럽게 여겨졌다. 어쩌면 약동하는 생명에게 어울리는 삶은 머리가 아니라 몸으로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상해101타워, 상해국제금융센터)


 101타워라는 이름으로 유명한 것이 대만에 있는 그것 말고 상해에도 있었으니, 이름 하여 상해국제금융센터다. 하늘을 찌를 듯이 솟아있는 병따개 모양의 이 건물은 보는 즉시 ‘우와’라는 감탄사를 자아낸다. 하지만 막상 꼭대기 층에 올라서 보면 세상의 모든 사물들이 작게 보여 그 높이를 실감할 수 없게 한다. 노랑, 파랑, 분홍, 연두색의 예쁜 자동차들…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것만 같은 건물에서 내려다보는 작은 것들은 손으로 꾹 누르면 납작하게 눌릴 것만 같다. 이것이 킹콩의 마음일까? 인간이 작은 생명들을 손쉽게 죽여 버리듯 킹콩 또한 그 모든 것들을 쉽게 뭉갤 수 있었을 것이다.


 

(윤봉길 의사의 동상과 초상화)

 이번 중국연수의 마지막 날 들렀던 홍구공원은 올 봄의 소식을 제일 먼저 전하고 있었다. 곳곳에 피어있는 매화는 보는 이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부드럽고 연약한 것이 어쩜 이리도 향기로울까? 그것은 마치 금면왕조의 몸짓 같았다. 그런데 이곳에 매화나무가 심겨 있는 이유는 바로 윤봉길의사 때문이었다. 1932년 이곳 홍구공원에서 일본군의 수뇌부인 사라카와 요시노리에게 도시락폭탄을 던진 그의 호(號)가 매헌(梅軒)이었던 것이다.


 사람은 왜 사느냐. 이상을 이루기 위하여 산다. 보라 풀은 꽃을 피우고 나무는 열매를 맺는다. 나도 이상의 꽃을 피우고 열매 맺기를 다짐하였다.

 

 그가 남긴 글의 일부이다. 스물넷의 나이에 도시락폭탄을 던진 그의 이상은 겨레에 바치는 사랑이었다. 지금 내가 가진 이상은 무엇인가? 이상은커녕 지나치게 안일한 삶을 바라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성해 볼 일이다. 이상을 향한 뜨거운 사랑은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젊은이가 반드시 가져야 할 덕목이다.

 나는 건강한 먹을거리를 바탕으로 독립적인 자급자족을 이룰 수 있기를 소망한다. 그것은 학생들을 가르치는 의미로써 만의 학교가 아니라 지역의 문화공간이기도 한 학교를 중심으로 지역공동체를 이루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 ‘지역공동체’라는 용어를 최초로 사용한 이가 외국의 저 유명한 인물이 아니라 안중근 의사라는 사실을 이번 연수를 하던 중에 알게 됐다. 안중근 의사의 <동양평화론>은 ‘동아시아공동체론’보다 100년 앞서고 유럽공동체보다도 70년이나 앞선다고 한다. 그토록 관심을 가졌던 부분인데 이것이 우리나라에서 제일 먼저 일어난 생각이었다고 하니 감회가 새롭다.


 끝으로 연수중에 있었던 에피소드 두 개를 소개하면서 감상문을 마치고자 한다.  

           

에피소드 1. 호텔 엘리베이터에서

  중국연수 3일째 되던 날, 향신료를 뺀 현지식 요리를 맛있게 먹고 나서 호텔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던 중에 있었던 일이다. 밖에는 버스가 기다리고 있어 우리의 마음은 조급한 상태였다. 그런데 잘 내려가던 엘리베이터가 3층에서 멈추더니 중국인 여덟명 정도가 우르르 몰려드는 것이 아닌가? 하지만 엘리베이터는 그들 모두를 감당할 수가 없었다. 세 명 정도는 내려야 작동할 것 같았는데 그들은 애꿎은 버튼만 눌러대다가 드디어 한 명이 내려도 반응이 없자, 또 다른 사람이 내리고 다시 타고를 반복하며 서로 실랑이를 벌여댔다. 나는 슬슬 짜증이 몰려왔다. 안 그래도 늦었는데! 그러다가 그들이 우르르 내리고 결국 딱 한명만 엘리베이터에 남아 우리와 함께 내려가게 되었다. 그 순간 흐르던 침묵과 받아주는 이 없는 중국인의 언어...(중국어를 아는 사람이 없으므로) 이 상황은 엘리베이터를 순식간에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직접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의 입장에서는 이 이야기가 우습지 않을지도 모르겠으나, 직접 겪었던 몇 명은 웬만한 시트콤보다도 더 웃기는 상황이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사건현장)

에피소드 2. 깔려 죽은 돼지들

 연수 4일째, 승덕(열하)으로 떠나던 버스에서 목격한 일이다. 잘 달리던 버스가 갑자기 막히더니 몇 분간의 정체가 시작됐다. 혹시 사고라도 났나, 싶었는데 정말로 큰 교통사고가 나있었다. 처음에 목격된 것은 두 마리의 돼지가 도로 위에서 꿀꿀 거리고 있는 모습이었는데, 그 다음으로 목격된 모습은 대형 참사였다. 돼지를 싣고 가던 대형차와 소형차가 전복되어 사람이 죽었는지 살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살았다면 크게 다쳤을 상황이었다. 걱정이 되는 것은 돼지들도 마찬가지였다. 뒤룩뒤룩 살이 찐 돼지들은 서로 옆으로 눌려 압사당하기 일보 직적이었다. 어쩌면 제일 아래에 깔린 돼지들은 이미 죽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곁에 있던 경찰들은 돼지들의 다급한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들을 구출하는 것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어보였다. 짧은 시간에 그 현장을 지나쳤지만 즐거웠던 마음이 이내 착잡해졌다. 저 돼지들을 저렇게 만든 것은 무엇일까? 단순한 교통사고였을까?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구제역으로 인해 수백만 마리의 동물들이 살처분 되었다. 사람의 미각을 위해 길러지는 수많은 동물들은 이런 사고나 질병이 아니더라도 제 수명에 훨씬 못 미치는 생을 살다가 고통스럽게 죽어간다. 생산해서 죽이고, 소비하고, 생매장 시키는 우리가 정말 문명인인지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 사진



(상해아쿠아리움의 해파리들)



(압록강)



(첫째날 아주 좋은 호텔에서 기분이 좋아 찰칵찰칵)



(황포강 유람선에서)





Posted by 보리바라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