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센트 반 고흐'에 해당되는 글 4건

  1. 2011.06.04 짚 한 오라기의 혁명 - 후쿠오카 마사노부 2
  2. 2011.04.12 씨앗은 힘이 세다 - 강분석 8
  3. 2011.01.19 화가의 역할 6
  4. 2009.09.20 반 고흐, 영혼의 편지 4
책 읽기2011. 6. 4. 15:48



1887 Edge of a Wheatfield with Poppies, Vincent Van Gogh


p. 118
 결국 가장 간단한 방법은 제가 산에서 원시 생활을 해가며 사는 것과 같이 현미나 통보리를 먹는 것입니다. 조나 기장을 먹고, 그 계절마다 나는 제철의 산과 들의 산채, 혹은 야초화된 야채를 먹고 사는 것입니다. 이것이 번다함이 없이 살아갈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가장 간단하고 자유스러운 생활 방법일 뿐만 아니라, 이러한 생활만 할 수 있다면 그것이 또한 최고의 진수성찬이 됩니다. 맛이 있고 향기가 강합니다. 맛이 있고 몸에 좋을 뿐만 아니라 바삐 돌아다니지 않고 한가하게 살 수 있습니다. 삼박자가 맞는 일입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것이야말로 가장 잘 먹는 것이라는 생각 속에서 반대 방향의 먹거리를 찾고 있습니다. 맛있는 것처럼 착각하며, 혀끝의 미각에 빠져서 인공이 많이 가미된 과일과 물고기, 야채, 포도, 멜론, 그리고 먼 바다의 다랑어, 쇠고기를 먹습니다. 그러나 몸은 가장 위험한 상태가 되어갑니다. 거기가 그런 것들을 얻기 위해서는 매우 어려운 일을 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자기 주위의 것을 먹고 사는 것에 비교하면, 적어도 일곱 배의 자원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곡물을 먹고 사는 인종은 육식 인종의 칠분의 일만 일해도 됩니다. 칠분의 일의 면적으로 동일한 인구가 살아갈 수 있습니다.

 


 
Posted by 보리바라봄
책 읽기2011. 4. 12. 10:01

Vincent van Gogh




돌이켜보면, 이곳에서 지낸 세월 동안 포기하고픈 생각이 들었던 적이 어찌 한번도 없었을까요. 그럴 때면 제가 떠올리는 기억이 있습니다. 생전 처음 벼를 베던 날, 논둑에 서서 콧물까지 흘리며 감격의 눈물을 흘렸던 것을. 나도 모르게 "아이구, 내 새끼!" 하며 우리 벼를 가슴에 부둥켜안았던 그 순간을.

 

 

 

p.145

 남녘 땅 어디엔가 풍물로 벼농사를 짓는 어른이 있다고 들었다. 농약 대신이라 했나 비료 대신이라 했나, 아무튼 벼가 잘 자란다 했다. 나무와 사람의 유전자가 90퍼센트도 넘게 같다는 말도 들었다. 가락을 듣기만 해도 그토록 신명이 나는 것을 생각하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p.165

 마라톤을 뛰면서 머리가 환해지던 순간이 떠올랐다. 나보다 먼저 반환점을 돌아 달리는 사람들을 마주 보고 달리노라면 부러움과 절망을 넘어 어느 순간 머리와 가슴이 환해진다.

 '그래, 자신의 길을 저렇게 열심히 가고 있는 것만으로도 저이는 내게 힘을 주는구나. 꼭 함께 가지 않더라도 각자가 열심히 자기의 길을 가노라면, 그러다가 이렇게 잠시 스쳐가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서로에게 힘을 줄 수 있겠구나.'

 

 

 

 

 


*

농사 짓기가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생각해보게 된 책.

그러나 포기할 수 없는 일이다.

 



Posted by 보리바라봄
느낌과 기억의 기록2011. 1. 19. 00:13



 Vincent van Gogh: "Child with Orange", 1890


 

  에리봉  화가의 일은 무엇인가를 재현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색채 작업을 하는 것이라고 말하면서 당신에게 반박을 가했습니다.

  레비스트로스  내가 보기에, 화가의 일은 현실을 재생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재창조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16세기와 17세기의 네덜란드 정물화가들이 치즈 조각의 구조, 투명한 유리잔, 솜털로 뒤덮인 과일을 정확히 묘사하려고 노력한 것은, 물리적인 인상과 화가의 작업이 내포하는 지적인 작용 사이에 상응성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가치를 두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해서 화가의 작업은 감각 세계에 대한 지적인 반영이 됩니다. 화가는 우리가 내부로부터 감각 세계를 이해하도록 도와줍니다.

  에리봉  술라주는 당신이 19세기의 군소 화가들만 찬양한다는 주장도 했습니다.

  레비스트로스  그건 부정확한 지적입니다. 왜냐하면 『야생의 사고』에서 나는, 내가 생각하는 대문자 P를 사용할 수 있는 화가peintre가 모든 것을 발견했으며, 그 이후의 회화는 그가 이룩해놓은 것으로 살 수 있을 만큼 우리가 빚지고 있는 화가가 있는데, 그가 바로 반 데르 바이던Van der Weyden이라고 밝혔기 때문이지요. 다른 화가들에게와 마찬가지로 나는 그에게 내 자신이 보는 것보다 실재를 더 잘 볼 수 있도록, 세상사 속에서 나를 감동시키는 것을 이해할 수 있도록, 나의 지각과 인식 능력을 보조해줄 것을 요구합니다. 혹은 한때는 실재했지만 지금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초현실 세계로 접근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하지요. 나는 막스 에른스트에 감탄하는 글을 쓰기도 했어요. 이런 사실은 내가 현대화에 반감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님을 보여줍니다.


클로드 레비스트로스 대담 디디에 에리봉, 『가까이 그리고 멀리서』, 송태현 옮김, 강, 2003, pp.265~266.




  

 나는 화가를 바라보는 레비스트로스의 시각에 동의한다. 언젠가 나는 화가의 역할이란 '사람들이 세상을 더욱 사랑하도록 돕는 것'이라 여겼던 적이 있다. 화가의 역할이 그림에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는 것이라면 그것은 사진기로 대체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림이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 이유는, 일반 사람들은 인식하기 어려운 실존하는 것들을 눈으로 볼 수 있도록 드러내주기 때문이다. 내가 그렇게 평가하는 대표적인 화가로는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 1853~1890)를 들 수 있다. 그의 생애는 사람과 자연에 대한 사랑으로 가득했다. 그는 색채를 통해서 연인의 사랑, 마음의 떨림, 사상, 희망, 열정등을 표현할 수 있기를 바랐다. 또한 이러한 것들은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므로 이를 눈속임이라 여기지 않았다. 그밖에 인식의 영역을 확장시키고 초현실의 세계로 초대하는 화가들로는 오딜롱 르동(Odilon Redon, 1840~1916), 구스타브 클림트(Gustav Klimt, 1862~1918), 세라핀 루이(Séraphine Louis, 1864~1942), 파블로 아마링고(Pablo Amaringo, 1943~2009) 등을 들 수 있다.




Posted by 보리바라봄
책 읽기2009. 9. 20. 00:47



*

너는 아직도 네가 평범한 사람이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느낄 때가 있다고 했지. 그러면서 너는 왜 네 영혼 속에 있는 최상의 가치를 죽여 없애려는 거냐? 그렇게 한다면, 네가 겁내는 일이 이루어지고 말 것이다. 사람이 왜 평범하게 되다고 생각하니? 그건 세상이 명령하는 대로 오늘은 이것에 따르고 내일은 다른 것에 맞추면서, 세상에 결코 반대하지 않고 다수의 의견에 따르기 때문이다.

 

*

 대상을 변형하고 재구성하고 전환해서 그리는 법을 배우고 싶다. 그 '부정확성'을 배우고 싶다. 그걸 거짓말이라 부른다면, 그래도 좋다. 그러나 그 거짓말은 있는 그대로의 융통성 없는 진실보다 더 '진실한 거짓말'이다.

 

*

 나는 늘 두 가지 생각 중 하나에 사로잡혀 있다. 하나는 물질적인 어려움에 대한 생각이고, 다른 하나는 색에 대한 탐구이다. 색채를 통해서 무언가 보여줄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이다. 서로 보완해주는 두 가지 색을 결합함으로써 연인의 사랑을 보여주는 일, 그 색을 혼합하거나 대조를 이루어서 마음의 신비로운 떨림을 표현하는 일, 얼굴을 어두운 배경에 대비되는 밝은 톤의 광채로 빛나게 해서 어떤 사상을 표현하는 일, 별을 그려서 희망을 표현하는 일, 석양을 통해 어떤 사람의 열정을 표현하는 일, 이런 건 결코 눈속임이라 할 수 없다. 실제로 존재하는 걸 표현하는 것이니까. 그렇지 않니.

 

*

 내가 가장 불안하게 생각하는 점은, 글을 쓰려면 공부를 더 해야 한다는 네 믿음이다. 제발 그러지 말아라, 내 소중한 동생아. 차라리 춤을 배우든지, 장교나 서기 혹은 누구든 네 가까이 있는 사람과 사랑을 하렴. 한 번도 좋고 여러 번도 좋다. 네덜란드에서 공부를 하느니 차라리, 그래 차라리 바보짓을 몇 번이든 하렴. 공부는 사람을 둔하게 만들 뿐이다. 공부하겠다는 말은 듣고 싶지도 않다.

 

*

 지도에서 도시나 마을을 가리키는 검은 점을 보면 꿈을 꾸게 되는 것처럼, 별이 반짝이는 밤하늘은 늘 나를 꿈꾸게 한다. 그럴 때 묻곤 하지. 프랑스 지도 위에 표시된 검은 점에게 가듯 왜 창공에서 반짝이는 저 별에게 갈 수 없는 것일까? 타라스콩이나 루앙에 가려면 기차를 타야 하는 것처럼, 별까지 가기 위해서는 죽음을 맞이해야 한다. 죽으면 기차를 탈 수 없듯, 살아 있는 동안에는 별에 갈 수 없다.

증기선이나 합승마차, 철도 등이 지상의 운송수단이라면 콜레라, 결석, 결핵, 암 등은 천상의 운송수단인지도 모른다. 늙어서 평화롭게 죽는다는 건 별까지 걸어간다는 것이지.

 

 

 


 

빈센트 반 고흐 vincent van gogh

 

어쩌다 이런 책을 집어들었을까!!!!!!!!

책을 사서 다시 읽어야겠다. 밑줄을 그으면서 꼼꼼하게 표시해야겠다.

그를 따라서 그가 존경했던 사람들을 직접 만나봐야겠다. (자세히!)

처음으로 사랑하는 화가가 생겼다.

고흐는 슬퍼서 더 아름답다.



Posted by 보리바라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