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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9.07 책과 블로그로 마음의 지도를 그리다 (15)
2010.09.07 23:23




고흐 (농부의 신발, 1886)





 책은 왜 읽어야 할까? 책을 많이 읽으면 좋다는 말은 수도 없이 들어서 지겨운 말이 되어버렸지만, 왜 책을 읽어야 하는지를 분명하게 설명해주는 사람은 없었다. 책을 읽는 이유가 단지 ‘아는 것이 많아지기 때문’이라면 이는 공부와 다를 게 없다. 관심도 재미도 생겨나질 않았다. 내가 읽었던 책들은 기껏해야 ‘오싹 공포이야기’, ‘꽃 속에 핀 전설’, ‘세계 7대 불가사의’ 정도의 수준이었다. 때문에 어린 시절부터 고등학교를 마칠 때까지 읽은 책을 손으로 꼽아보라면 꼽을 수 있을 정도로 나는 독서를 좋아하지 않았다.    

 대학교에 입학하고 기숙사에 들어가 살게 되면서부터 자연히 TV와 컴퓨터가 (방 안에 없으므로) 멀어지게 되었다. 혼자 있을 때면 할 것이 없던 나는 소설을 읽기 시작했다. 소설은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나를 위로하고 재미있게 만들었다. 또 가끔은 좋은 글귀로 나를 감동시켰다. 중앙도서관 4층을 들락거리며 일본소설과 현대 작가들의 책을 주로 읽었다. 가끔은 책을 읽어도 도무지 나아지는 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한 교수님으로부터 ‘콩나무 시루에 물을 부으면 물이 다 빠져나가는 것 같아도 콩나물이 자라듯이, 독서를 하면 아무것도 남는 게 없는 것 같지만 무엇인가는 차곡차곡 쌓이게 된다’는 말을 듣고 힘을 얻었다.

 그러다가 2008년 12월 내 스스로를 더 깊이 들여다볼 수 있게 된 계기가 찾아왔다. 딱 한 가지 요소가 나를 그렇게 만들었다고 단정 짓기는 어렵지만 그때의 상황과 더불어 ‘연금술사’라는 책은 내가 읽는 책의 영역을 확장시켰다. 그때부터 3층(인문사회예술)과 5층(과학) 7층(정신의학)까지 책을 고르는 범위가 넓어졌다. 원하는 책을 스스로 찾는 분별력이 생기고 내가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을 그려나갈 수 있게 됐다. 표현을 과장하자면 하루아침에 달라진 내가 됐다.

 올 봄부터 시작한 독서토론클럽은 지금 당장 실천으로 옮기는 행동의 변화를 불러왔다. 책 한권 읽는다고 해서 모든 것을 다 알 수는 없지만, 그 책이 한 권 한 권 쌓이면서 내 자신에게로 돌아가는 길을 알려준다.

 


 나에 대해 진지하게 궁리하면서부터 새로운 관심사가 생겼지만 이에 대한 이야기를 마음 놓고 할 수 있는 대상이 없었다. 물론 잘 들어주고 조언을 해주는 친구들도 있었지만, 거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항상 답답한 마음이 들었던 나는 우연한 계기로 블로그를 시작하게 되었고 그곳에 내가 생각하는 모든 것을 털어놓았다. 나와 비슷한 취향의 사람들과 교류하게 되면서 흔들리는 생각을 바로 잡고 더욱 깊이 있게 다져갔다. 그러면서 블로그 속 나는 또 다른 내 모습을 만들었다. 현실에서의 내 모습과는 분명히 거리가 있었다. 블로그를 통해 만나는 사람들이 정말 옆에서 알고 지내는 사람들처럼 가깝게 느껴졌고, 실제로 그랬으면 하고 바라기도 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어떤 것이 정말 내 모습인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실제 내 생활에서는 이런 이야기를 나누지 않는 다는 것이 괴로웠다. 현실과 나는 동떨어진 사람처럼 괴리감이 있었다. 현실을 도피하는 부적응자 같기도 했다.

 지금은 그 거리를 좁혀가고 있다. 이상적인 생각을 현실로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블로그 속 나와 현재의 내가 많이 닮아가고 있다는 느낌이다. 가상과 현실이 닮아갈수록 이상과 현실의 경계는 사라진다.






+) 글을 좍 읽고 나니까 고흐가 생각나서 고흐 그림을 넣었다.

이거 내 소개를 해야하는데,

너무 마음의 지도만 그린게 아닌가 싶네 -





Posted by 정아(正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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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흰돌님이 접한 많은 책들이 흰돌님을 성장시켰군요. ^^

    블로그를 하다보면 자신의 생각을 적는 과정(키보드.^^;;)를 거치면서 무의식적으로 한 번 다듬어지잖아요?
    그래서 블로그속 내 모습이 현실의 내 모습과 다소 다르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만,
    그 거리를 좁혀가고 있다니 점점 자아가 완성되고 있는 듯 합니다.^^;

    고흐의 그림의 황금색이 이번 포스팅을 더욱 품격있게 만드는 듯 하군요.

    2010.09.08 00:1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정답입니다~ ^^
      히히

      네 맞아요.

      제발 좀 더 성숙한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ㅠㅠ
      가끔은 제가 아주아주 성숙한 사람이라고 (아주 거만하게) 생각하다가도,
      이내 배울것이 무지무지 많은 사람이라는걸 깨닫곤 해요.

      자아가 완성되면(?) 꼭 말씀드릴게요 ㅎㅎㅎ

      고맙습니다 ♡

      2010.09.10 00:07 신고 [ ADDR : EDIT/ DEL ]
  2. 정말 책은 왜 읽을까요?

    채근담에 보면, "사람들은 글자 있는 책은 읽을 줄 알지만 글자 없는 책은 읽을 줄 모르며, 줄이 있는 거문고는 탈 줄 알지만 줄이 없는 거문고는 탈 줄 모르니, 형체만 사용하고 그 정신을 사용하지 못한다면 어찌 책과 거문고의 참 맛을 깨달을 수 있겠는가?" 라고 쓰여있는 것으로 보아, 결국 글자 없는 책(자연?)을 읽기 위한 것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2010.09.08 10:0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나에게로 돌아가는 길을 알려준다' 라고 표현하기는 했지만
      과연 그 길이 무엇을 뜻하는지, 그 '나'라는 게 무엇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어요.

      글자 없는 책...

      안그래도 오늘 너무 언어에만 치중하는 생활을 해서
      오해를 많이 불러 일으켰는데
      글자 없는 책을 읽는 연습을 해야겠어요.

      글자 없는 책을 읽기 위해 글자 있는 책을 읽는 다고 생각하니까,
      재미있어요. 헤헤

      그리고 자연의 언어 읽기 ^^

      몸의 언어를 읽고
      행동의 언어를 읽는 것도
      글자가 아니라 정신으로 읽는거겠죠?

      2010.09.10 00:10 신고 [ ADDR : EDIT/ DEL ]
  3. 봄눈별

    길게 쓴 말들을 머릿속에서 모두 지우고, 단지 이 한 줄만을 써 넣습니다.
    흰돌님을 알게 된 저는 무척 행복합니다.

    2010.09.08 11:46 [ ADDR : EDIT/ DEL : REPLY ]
    • 봄눈별님이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까 기뻐요.
      제 스스로에 대해서 주눅이 들곤 하는데 말이에요.
      고마워요!

      ^^ * 히

      2010.09.10 00:11 신고 [ ADDR : EDIT/ DEL ]
  4. 책을 왜 읽어야하는지.. 그걸 몰라서 여지껏 저는 책을 멀리했나봅니다.. 흐흐;;
    올 가을엔 관심밖에 책도 좀 보려고 노력해야겠다는 다짐을 해 봅니다^^;;

    2010.09.09 21:0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5. 지금 제게 가장 필요한 것은 독서인데 말이죠 도무지 책을 잡질 않고 있네요 ㅎㅎ 이 글 보면서 반성 좀 해야하겠어요 하하하하

    갑자기 뜬금없지만 스쿠버 다이빙할때 인스트럭터가 물 속에서 담배 필 때 원을 만드는 것처럼 링 모양의 공기방울을 만들더라구요. 흰돌고래님이 포스팅 하셨던 돌고래의 천사링이 떠올랐었더랬어요.

    2010.09.10 15:4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6. 이시태

    좋은 발전이네요.
    앞으로 더욱 더 발전 하시기를...

    2010.09.11 13:48 [ ADDR : EDIT/ DEL : REPLY ]
  7. 흰돌고래님의 솔직한 글은 읽고 나면 기분이 좋아져요. 독서의 힘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해주네요. ^^

    2010.09.26 09:01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