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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과 기억의 기록2015. 6. 30. 21:41

 

 

 

 

백은하. 강강술래 2, 3. 마른 꽃과 펜 드로잉.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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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바닥을 뒤집듯이 변하고야 마는 내 마음은 꾸준할 수 없는 가장 큰 이유인 것 같다.

한번 덤벼들면 끝없이 빠져들고 돌아설 땐 뒤도 돌아보지 않는다.

이런 성격 때문에 위태로워보인다는 말을 듣곤 한다.

어쩌면 그런 말들이 내가 느끼는 것 보다 더 사실에 가까운지도 모르겠다.

열등감은 엄청난 우월감의 다른 이름이다.

힘을 주고 옳다 믿는 그 모든 것들을 언제쯤 놓을 수 있을까?

'있는 그대로'라는 말은 타자에 대해서 간섭하지 않는 마음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 해석과 관점이 개입되는 순간 '있는 그대로'는 사라진다.

틀을 내려놓고 판단하지 않는다는 건 생각보다 훨씬 어렵다. 

 

그래도 요 몇일은 한결 자유로워진 것 같다. 한결 가볍고, 한결 신난다.

내 몸을 이루는 두터운 껍질 중 가장자리에 있는 한 겹이 벗겨져 나간 것처럼.

계속해서 이렇게 힘을 빼고 나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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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언-천히, 거북이처럼 아주 느리게. 그렇지만 정확하게 걸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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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이 쉽게 빨개졌다 금방 돌아오곤 하는데, 이게 좀 더 심해진 것 같다.

순간적으로 느껴지는 감정이 겉으로 빠르게 드러난다.

예전엔 확 올라오는 느낌이 있어야지만 '얼굴이 빨개졌구나' 했는데,

이제는 그런 느낌 없이도 슬쩍 올라왔다가 후닥 내려가 버린다.

특히 좋아하는 감정과 부끄러운 감정을 느낄 때가 그렇다.

감춰지지가 않는 얼굴이 되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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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아봄 선샘미 저 바아봄 선샘미 좋아해요'라고 굳이 교실에 들러서 얘기해주는 바람에

엄청 쑥스러웠다. 머리를 자르고 온 날 나랑 똑같다고 했는데도 끝까지 아니라더니,

이젠 자기 맘에 들었는지 자기랑 똑같다고 먼저 말해준다. 고맙네. 힉.

근데 이 말을 들은 타이밍이 요 꼬마가 총총 걸어와서 오물오물 얘기를 하는데

순간적으로 '아 정말 예쁘다...'하는 마음을 갖고 있었던 그 때였다. 그리고 나서 자기 볼일을 보고

다시 들러 내게 저런 얘길 해준거다. 마음이랑 마음이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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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민의 마음. 좋은 마음. 남을 이익되게 하는 마음. 사랑의 마음. 보시바라밀.

좋은 말. 부드러운 말. 자비와 사랑. 지혜.

나 자신을 돌아보고 스스로를 먼저 기르는 일.

내가 바로 서서 완전하고 행복한 마음을 갖는 일.  

 

근사하다.

 

 

 

Posted by 보리바라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