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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4.28 고도를 기다리며, 사무엘 바케트 4
책 읽기2010. 4. 28. 14:25


내용 : 무대에는 사람 몸 하나 숨겨주지 못할 정도로 빈약한 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그리고 고도를 기다리는 두 주인공, 고고와 디디가 있다. 고고와 디디는 친구사이 이다. 그들은 서로를 헐뜯었다, 감싸 안았다가, 섭섭해한다. 그들은 딱히 할 일이 없어 보인다. 지리멸렬한 대화를 끝도 없이 펼쳐간다. 시시껄렁한 대화를 나누지만 그 대화는 은근히 매력적이고 때때로 웃기기도 하다. 기억의 망각을 반복해 가며 그 지루함을 말로써 죽인다. 지루함을 견뎌내지 못하면 목숨을 저버릴 것이다. 그들의 모든 행위와 대화는 무의미하게 느껴진다. 모든 것은 오로지 시간을 잊기 위함이고 지루함을 없애기 위함이다. 하염없이 기다린다. 기다림의 대상은 바로 '고도'이다. 고도가 아니면 그들은 떠난다. 떠나려 하다가도 이내 고도를 상기해 내고는 다시 기다림을 계속한다. 만약 기다림을 잊는다면, 그들은 떠날 것이다. 내일을 기다린다. 고도는 내일 온다. 그러나 다시 다가온 내일은 오늘이 되고, 고도는 다시 내일 온다. 오늘만 있을 뿐, 내일은 영원한 내일이다. 소년은 오늘도 말한다. 고도는 내일 온다고.

 고도는 올 것인가?

 고도는 고고와 디디의 유일한 희망이다. 이를 통해 고통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 시간이 빨리 갈수록 고도는 빨리온다. 그러므로 가능한한 시간을 빨리 죽여야한다.

 그렇다면 고도를 기다리는 이유는 무엇인가? 고도는 무엇인가? 이에 관해서는 어떠한 정보도 없다. 단지 그들의 대화와 무대, 묘사등을 통해 추측할 수 있을 뿐이다. '왜?'라는 물음을 던지지 않는 단순한 기다림. 기다림의 대상에 대한 구체적인 인지도 없다. 약속을 받았다는 이유로 무조건적인 기다림을 멈추지 않는다. 이유가 없다.

 고고와 디디는 포조와 럭키를 만난다. 포조는 럭키를 이리저리 끌고 학대한다. 포조는 럭키를 소유한 것으로 보이지만 반대로 럭키에게 구속당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럭키는 포조에게 버려지는 것을 두려워 한다. 고고와의 두 번째 만남에서 포조는 기억과 시각을 상실한다. 시간이 무의미해진다. 과거를 상기시켜줄 기억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럭키는 무기력 하다. 그러나 생각한다. 딱 한번, 난해한 '말'들을 미친듯이 토해낸다. 당나귀 같은 럭키는 말을 통해 존재하고 표현하고 의미를 대변하는 듯 하다. 그러나 그는 다시 인간성 상실의 상태로 돌아간다.

고도는 내일 온다. 기다림의 이유는 없다. 고도는 고도이다. 기다림은 끝 없이 반복된다. 기다림의 끝은 죽음이고, 고도는 오지 않는다.

느낌 : 도대체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가? 기다림의 대상은 누구인가? 고고와 디디는 '고도'라는 존재를 하염없이 기다리지만 그는 오지 않는다. '고도'는 '신', '유토피아', '희망' 등을 상징하는 지도 모른다. 그러나 고도는 작가 역시 알지 못한다. 이유를 묻지 않는 유일한 대상이 바로 그 고도이다.

 인간은 인간의 존재에 관하여 끊임 없이 '왜?'라는 질문을 던진다. 그 해답을 얻기 위해 철학과 종교, 그 이외의 모든 학문과 문학이 발달하였다. 그러나 어떤 종교나 학문도 그에 대한 명쾌한 해답을 제시하지 못한다. 모든 인간이 기다리는, 어쩌면 '기다림'자체를 의식하지도 못하는 그 기다림은, 고고와 디디의 '고도'와 다를 바 없다.

 고도는 올 것인가? 내일은 오는가? 시간을 애써 죽여가며 지루함을 견뎌내는 기다림은 모두 고도를 위함이다. 오로지 고도를 위하여, 모든 고통에서 해방시켜줄 '죽음' 마저 포기한다. 그렇다면 고도는 반드시 그를 위한 모든 행위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그만큼 가치가 있어야 하는 대상이고 기다림에 따른 보상을 해주어야 한다. 보상을 바라지 않는 이유 없는 기다림이어야 한다면, 이는 무의미를 더 크게 확장시켜줄 뿐이다. 무의미한 기다림에는 어떤 의미가 있는가?

 고도는 반드시 와야만 한다. 그래야 끝없는 기다림에 이유가 있다. 그러나 고도는 오지 않을 것이다. 고고와 디디를 기다리는 것은 영원한 기다림이다.

 어쩌면 작가는 내일의 기다림이 아니라 현재를 살아야 한다는 것을 역설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내일이 아니라 지금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는. 이는 나의 희망사항이기도 하다.



무슨 줄거리를 다 쓰라고 하는건지 어이가 없다고 생각했지만, 나름대로 유익했다. 정리되지 않은 머릿 속의 생각들은 글을 쓰다 보니 정리가 되는 것 같다.


Posted by 보리바라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