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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7.21 좋은 이별 - 김형경 (9)
책 읽기2012.07.21 15:11

NYC - MoMA: Pablo Picasso's Girl Before a Mirror
NYC - MoMA: Pablo Picasso's Girl Before a Mirror by wallyg 저작자 표시비영리변경 금지



p.136
 아픈 현실을 회피하기 위해 감각을 몽롱하게 만들며 애도 작업과 반대 방향으로 나아간다.

: 충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감각을 마비시킨다니...
따뜻한 사람이 아니라서 무뚝뚝하고 둔한게 아니라, 깊게 입은 상처를 어쩔 줄 몰라 그렇게 행동하는구나 싶었다.
섬세한 사람들이 세상을 열린 태도로 받아들이며 쉽게 감동받고, 행복해하고, 슬퍼하는 반면, 
둔감한 사람들은 많은 것들을 닫힌 태도로 일관한다. 때문에 밝은(긍정적인) 사람들은 상처를 받아들이고 극복하고 나오려는 의지가 강하지만, 어두운(부정적인, 우울한) 사람들은 진정한 기쁨/슬픔을 느끼는 일을 어려워 한다. 하지만 그들 또한 자신이 알지 못하는 사이에 치유를 위한 정당한 행동들을 하게 된다. 


p.165
 바로 그 지점에서 나도 자살에 관한 책들을 읽은 진정한 이유를 이해할 수 있었다. 나는 자살을 꿈꾸며, 자살을 실행가기 위해 그 책들을 읽었던 게 아니었다. 그런 책들을 읽음으로써 자살에 관한 욕구를 간접적으로 충족시키고 조절해왔던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심리적으로 거듭 강물에 뛰어들고 있었기 때문에 그런 욕구를 행동으로 옮기지 않을 수 있었다. 책들 속에서 자살을 꿈꾸고, 자살 방법을 상상하며 진저리 치는 것으로 자기 파괴적인 욕망들을 충족시키거나 해소하고 있었다. 



p.211
 오늘날에도 문학은 동시대인의 울음을 반걸음쯤 앞서 우는 기능을 갖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된다. 

:시, 그림, 음악 등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며 내면을 치유하는 예술가들을 통해, 우리는 간접적인 치유를 경험하게 된다. 아파하지도 슬퍼하지도 못하는 사람들은 내면에 분노를 품은 채로 살아간다. 


p.213
 슬픔은 나약함이나 병이 아니라 애도 작업의 핵심이다. 

:애도란 상처를 부정하거나 외면하지 않고 끌어안는 작업이다. 그런 과정을 통해 한걸음 더 성장할 수 있다.


p.234
 "통찰은 마술이 아니다"라는 말이 있다. 통찰과 해석으로 삶의 문제들을 알게 되었다고 해서 바로 그 순간 모든 문제가 눈 녹듯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통찰로 알아낸 문제를 스스로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는 용기와 인내의 시간이 뒤따라야 한다. 낡은 방식을 버리고 새로운 삶의 방법들을 습득해나가고, 예전의 자기를 버리고 새로운 자기를 만들어가는 노력을 몸에 밸 때까지 반복해야 한다. 그것을 '훈습'이라 일컫는다.





나는 친구들이 울때면 따라서 곧잘 울곤 했다. 그러면 친구들은 그런 내 모습에 감동을 받곤 했다.
사실 잘 모르겠다. 친구가 어떤 심정을 가지고 있는지도 잘 모르면서 그저 우는 모습에 따라 울었던 것 같다. 안쓰러웠던 것 같기도 하고... 
하지만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게 된 순간부터는 친구가 우는 모습을 보면 당황하게 됐다. 내가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를 몰라 시간이 흐르기만을 기다렸다. 그 마음을 대놓고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그 속내는 하나도 알지 못하면서 언니 혹은 어른스러운 흉내를 내곤 했던 것 같다. '왜 저래'라는 마음을 품고서는...
 
이 책을 읽는 동안 막연하게나마 타인을 이해하는 열쇠를 찾은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다. 
모두가 다 다르고 저마다 각자의 방식으로 삶을 살아간다는 사실을, 글이나 문자로는 이해를 해도 마음 깊숙한 곳에서는 받아들이지 못했다. 언제나 내가 '옳다'는 생각에 사로잡혀서 위로보다는 비판을, 이해보다는 판단을 먼저 했으니까.
나 자신을 이해하는데 썼던 모든 관심들을 이제는 타인을 이해하는 것에 쓰도록 노력해봐야겠다.


 
Posted by 정아(正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