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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5.29 청라이모의 오손도손 벼농사 이야기 - 장청라 (2)
책 읽기2011.05.29 09:40


Landscape under a Stormy Sky, 1888, Vincent Van Gogh




p.73-74
 벼에 벌레 같은 게 잔뜩 붙어 있네? 깜짝 놀라 가까이서 살펴보니 꽃인 것 같아. 벼 껍질이 살짝 벌어진 틈으로 수술이 폴폴 올라와 있잖아. 암술은 껍질 속에 있어서 잘 보이지 않지만 벼꽃임이 분명해. 꽃 같지도 않게 피어서 꽃인 줄도 모르고 넘어간다는 벼꽃 말이야.
 벼꽃은 오전 중에 두어 시간 정도만 핀대. 곤충이나 바람의 힘을 빌리지 않고도 충분히 자체적으로 수분을 하기 때문이라는데, 이런걸 '자가수분'이라고 하지. 게다가 비가 오면 이삭을 닫고 그 안에서 수분을 한다고 하니, 그 생명력이 참으로 놀라워.
 근데 얘들아, 우리가 먹는 쌀 한 톨 한 톨이 모두 그 꽃을 통해서 영글었다니 신기하지 않아? 쌀 한 톨에 꽃 하나면 도대체 밥 한그릇엔 꽃이 몇 송이나 피었던 걸까? 그런 걸 생각하면 벼꽃 하나, 쌀 한 톨이 얼마나 귀한지 실감이 나는 것 같아. 아무튼 이제부터 한동안은 논 앞을 지나갈 때 진짜진짜 조심해야겠다. 언젠가 시인 아저씨께 이런 이야기를 들었거든.
 "벼꽃이 필 무렵에는 벼가 놀라지 않게끔 살금살금 가야 해요. 논 앞에서 욕을 해도 안 되고 화가 난 기분으로 논에 나가도 안 되지요. 사람으로 치면 이때가 임신을 한 때와 똑같아서, 스트레스를 주지 않고 조심조심 대해 줘야 열매를 잘 키울 수가 있대요. 안 그러면 알맹이 없는 쭉정이가 많아진대요."




* * *
스물 아홉살 청라이모의 농사이야기.
귀농학교에서 어떤 분이 적극 권해주셔서 읽게 됐다.
그림 동화책같은 느낌이라 아이들이 보기에도 좋다. 

책 끝부분에 동네에 살던 홀로총각이 청라이모에게 고백을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볏짚으로 '나랑 가치 살자'고 적어놓고
벼를 하트모양만 남겨놓고 베어놓은채 사랑 고백을 한다.
꺄 - ♥
무슨 이런 낭만적인 프로포즈를 ˇ-ˇ
 

 
Posted by 정아(正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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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어떻게 이런 색깔로 구름을, 대지를 표현할 수 있었을까요? 정말 멋진 시야를 가진 사람이었네요.^^;
    아.. 벼가 자가수분을 한다는 것은 처음 알았네요. 매일 밥을 먹으면서도 생각조차 해보지 않았어요. 부끄럽네요.^^;
    일생에 한 번 찾아오는 프로포즈의 순간.
    아무래도 흰돌님이 받으실 프로포즈는 친환경이어야 할 것 같습니다. ㅎㅎ

    2011.05.29 23:4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그러게 말이에요. 고흐는 보통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것들을 오랜 기다림 끝에 알아내서 볼 줄 알았던 사람이었나봐요. 아 저도 진득하니 기다리면서 관찰할 줄 아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 예민하게요. 아직 갈길이 머네요 ㅋㅋㅋ

      저도요. 처음 알았어요. 벼의 꽃이라니. 꽃이 지고 열매를 맺는다는 사실은 어쩌면 너무 당연한 건데, 꼭 이렇게 깨우쳐줘야만 알게 된다니, 저 역시 부끄럽습니다.

      흐흐. 흐흐흐흐흐.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 ㅎㅎ

      2011.05.30 23:29 신고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