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긍정일기2016. 6. 2. 22:31

 

 

 

얘들아 가을이면 고구마가 주렁주렁 열릴까?

 

 

 

 

 

* 참회

요즘 아침에 원하는 시간에 일어나기가 힘들고, 저녁이 되면 여지없이 잠이 온다.

지금도 두 눈에는 잠이 그득그득 하지만, 일단 일기를 쓴다.

잠을 줄여가기를 바라며... 참회합니다. _()_

 

 

 

 

* 감사

/ 오늘 아침에는 사과 한개를 다 먹고 나갔는데 출근하자 마자 샘이 내 몫이라며 사과를 준다.

"아 그랬냐"며, "오늘은 먹어야겠네"하고는 한조각을 먹는다.

"제가 어제 반성을 했잖아요"하니, 되려 "아냐 내가 반성했잖아."하며 웃는다.

그 웃음을 보니 말하지 않아도 어떤 의미인지 알것 같아 어떤 반성이었냐고 묻지 않았다.

 

/ 바닥에 넘어지면서 입술이 찢어져서는 엉엉 우는 아이.

양 볼에 눈물이 주룩주룩 흘러서는 입술이 아파 과자도 못 먹을 거라며 운다.

한참 시간이 흐른 뒤에도 계속해서 울기에, 어째서 그렇게 우냐니까 입술이 아직도 아프단다.

가재수건에 얼음을 넣어 가져다 주며 "이걸 대고 있으면 이제 안아플거야."하고 건네주었더니

입술을 쭉 내밀며 조심스레 얼음 수건을 갖다 댄다. 그리고는 신기하게도 눈물 뚝.

내 말을 철썩같이 믿고 따르며 곧바로 웃음을 되찾아 뛰어 노는 아이를 보면서,

믿음이란 이런거구나 했다. 믿음은 어려운 사유나 성숙함이 필요한게 아니라,

단지 그대로 믿으며 행동하는 그자체일 뿐이라고.

 

 

 

 

* 원력

몸이 피곤한 중에도 정신을 가다듬을 수 있기를 _()_

진실된 마음만 내기를.

 

 

 

 

* 회향

싫은 마음 내지 않고 청소한 마음을 회향합니다.

 

 

 

 

/

요즘 화장품 사용량을 줄여가고 있다.

밤에 씻고 나서는 아무것도 바르지 않으며, 아침에는 예전에 쓰던 것보다 절반 정도로 양을 줄였다.

중간에 화장 고치기도 좋아했었는데 거의 안하고 있다.

덕분에 "아프냐"는 소리를 듣기도 하지만ㅋㅋㅋㅋㅋ  내 몸의 생명력을 믿어보기로.

뭐 점점 회복되면서 얼굴빛도 좋아지지 않겠나 싶다. 좋아지고 있기도 하고.

점차 줄여나가며 나중에는 아예 하지 않기를 마음 먹고 있다.

화장을 하지 않아도 자연스러운 삶을 살았으면.

 

 

 

 

/

깨끗한 공기가 사라지고 미세먼지 때문에 맑은 숨을 쉴수가 없다는 건 재앙이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공기 자체의 본성이 미세먼지 때문에 변해버리는 성질은 아니라는 것.

마치 공기와 한 몸인 듯 섞여있는 미세먼지만 걷어내면 다시 깨끗한 공기 본연의 자리로 회복될 수 있다.

숨을 쉰다는 건 내게도 공기의 성품이 있거나 공기의 성품과 연하여 살아간다는 의미이다.

그걸 알면서도 공기를 함부로 더럽힌다면 제 몸에 독을 들이 붓는 것과 다를바 없다.

 

세찬 바람이 불고 나면 좀 맑아지려나. 하늘을 뒤덮는 뿌연 먼지가 싫다. T_T

 

 

 

 

 

Posted by 보리바라봄
대긍정일기2016. 6. 1. 20:24

 

 

 

 

'어른이 되면 들판에 살거예요. 나무에서 뿜어져 나오는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살거예요.

이런 곳에 있으면 풍요로운 느낌이 나요', 라고 아이의 어설픈 표현을 정리해 본다.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그림.

 

 

 

 

 

* 참회

스님께서 법문을 하실때 이따금씩 '고구정녕' 이란 말을 쓰신다. 무슨 의미인지 찾아보니

입이 쓰도록 (닳도록) 당부하시는 말씀을 그렇게 표현한단다. 아... 고구정녕.

얼마나 걱정이 되고 안타까우셨으면 고구정녕하게 재차 확인해가며 반복해서 말씀하셨을까.

한편으론 한 두번 얘기한 걸로 알아듣지 못하면 짜증이 올라오는 나를 보며 반성하게 되었다.

참회합니다. _()_ 

 

아이들 책 작업 마무리가 다 되었는데, 인쇄하고 보니 두 아이의 것이 서로 한 페이지씩 바뀌었다.

세상에 이런 실수를 하다니...

이번이 몇 번째 만드는 거냐며 (실제로 내가 제일 많이 만들었다), 똑같이 만드는 것 같아도 질이 다르다며

거만하게 굴고 있었는데 이제껏 그 누구도 하지 않았던 실수를 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이 모든 상황을 수용하고

다시 작업에 들어가 시간과 비용이 들어간다고 해도 그대로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다는 것이다.

조금도 불쾌한 감정이 없다고 여겼지만 돌아보니 조금은 있었다. 

남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어리석은 마음과 거만했던 마음을 참회합니다. _()_

 

 

 

 

* 감사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날 보고 빠른 걸음으로 다가와 떡을 내미는 샘한테

"저 밥 먹고 왔어요"하며 받지 않았더니 이런 얘길 한다.

"아~ 이런 기분이구나. 기껏 먹고 싶은거 참고 기다렸다가 줬는데 거절하면 이런 기분이구나.

나는 앞으로 뭘 먹었더라도 일단 받아야지."하고.

 

-.-

 

그렇다고 해서 배부른 걸 또 받아서 먹으면 바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가

일단 받고서 고마운 마음을 표하고, 배가 부르면 다른 사람을 주든지 후에 먹으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거나 그런 생각을 할 틈도 없이 즉각적으로 반응이 나와버린 상황이었는데,

아주 사소한 부분에서 사람들의 감정이 이리도 달라지게 할 수 있구나 싶었다.

 

그래서 내가 "내 덕분에 또 먹으면 되고 얼마나 좋아"했더니,

"됐거든!" 하면서도 "좋긴 좋다."라며 씩 웃는다.

 

^_^

 

이런 작은 부분들에서 부터 수용하는 자세를 길러나가고 싶다.

넌지시 알아차림할 수 있는 상황에 감사합니다.

 

 

 

 

* 원력

다른 사람에게 서운한 감정이 들거나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생기더라도 이 모두 수용하고, 앞으로 나아갈 길의 밑거름으로 삼을 수 있기를 발원합니다. 시시때때로 참된 소리와 언어를 자각할 수 있기를 발원합니다.

 

 

 

 

* 회향

처음부터 없는 망상이기에 위로하는 마음을 담는다. 그래도 어쨌건 '망상'에 허덕이고 있으니, 망상 대신 진언을 외워볼까 싶었다. 그동안 억지로 되지는 않았던 부분인데 자연스레 그럴 마음이 생겨서 기쁘다.

구루 진언.

 

옴 아 훔 벤자 구루 뻬마 싯디 훔.

 

진언을 외운 모든 공덕을 회향합니다. _()_

 

 

 

 

 

/

지금의 삶이 생과 가까이 있는 듯하나 시시각각 죽음에 가까워지고 있다.

비관적인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사실이다.

'내'가 있는 한 애착이, 헤어짐이 있고, '너'의 헤어짐 또한 막아 줄 길이 없다.

간밤에 이런 생각을 하다가 참 슬퍼졌다. 

 

 

 

/

나빠서가 아니라 바보라서 그렇다고 생각하니, 미워하는 마음 대신 연민의 마음이 자리한다.

 

 

 

/

경각심을 놓치지 않아야지 간절함과 부지런함이 따라온다.

경각심은 냉철한 현실 직시로부터, 직시는 바른 견해와 세밀한 관찰 능력에서 온다.

 

 

 

/

당신의 존귀함을 깨닫게 하는 일

 

 

 

/

요즘은 사람들이 '옳다'는 말을 맛있는 것, 재밌는 것에 갖다 붙인다.

옳다는 건 바른거지 내 입맛에 딱 맞을 때 쓰는 말이 아닌데도. 맛있고 재밌는 건 취향의 문제지 바른게 아니다.

그런식으로 말을 쓰게 되면 반대로 입맛에 맛지 않은 음식은 '옳지 않다' 표현하게 될 것이고,

(본인 식성이나 취향과 다른 것 뿐인데도)

진짜 옳고 그름을 분별해야 하는 상황에서 조차 취향에 따른 선택을 하게 될텐데.

 

'사랑'도 마찬가지다.

'~는 사랑입니다' 하는 식의 표현을 맛있고 예쁘다고 느끼는 것에 가져다가 붙인다.

그 속에서 느끼는 즐거움 때문에 그런 식으로 표현을 한다고 해도,

즐거움이면 즐거움이지 그게 어째서 사랑인가. 사랑은 모두에게 좋아야지 혼자서만 좋으면 사랑이 아니지.

 

 

 

 

 


Posted by 보리바라봄
대긍정일기2016. 5. 31. 19:44

 

 

 

 

 

 

* 참회

부드럽고 친절한 말투보다 직선적이고 불친절한 말투를 더 많이 사용함을 참회합니다.

애정이 담김 표현은 서툴면서, 싫은 점에 대해서는 잘 표현하는 점을 참회합니다.

 

 

 

 

* 감사

늘 사랑에 굶주려 하며 외로워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 보면 이제껏 이미 넘치는 사랑을 받아왔다는 사실을 깨달음에 감사합니다. 사랑에 대한 보답을 확실히 하려면 나부터 바로 세워야 함을, 게으를 틈이 없음을 알게 된 것에 감사합니다. 작은 앵두의 새콤하고 시원한 맛을 느낌에 감사합니다. 착하고 바르게 살라는 가르침을 받고, 그런 가르침을 실천하는 분들을 가까이서 바라볼 수 있음에, 영향을 받아 마음이 평안해짐에 감사합니다. 말은 안해도 행동으로 인해 다른 사람의 진짜 마음을 느낄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 이를테면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움직이는 재빠른 동작, 치약을 안쓴다고 하니 칫솔에 소금을 뿌려주는 그런 섬세함. 과일을 먹다가 즙을 흘리니까 말도 안했는데 휴지를 가져다주는 다정다감함. 어떨 때는 내가 더 애 같고 마음도 좁고 그렇다. 어린부처님들과 함께 지낼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 옴아훔 _()_

 

 

 

* 원력

착하고 바른 길에만 습관을 들이고, 이제껏 들여왔던 나쁜 습관을 하나 하나 떼어가기를 발원합니다.

알게 모르게 지은 습관들을 순간 순간 알아차림 하기를 발원합니다.

조금이라도 선하고 바른 것을 보거나 느낀다면 즉시 기뻐할 수 있기를 발원합니다.

모든 사람을 똑같이 존중하고 귀하게 여길 것을 발원합니다.

 

 

 

* 회향

건강한 식습관에 대한 책을 읽어보라고 권한 마음을 회향합니다.

웃으며 씩씩하게 인사한 마음을 회향합니다.

아이를 예뻐하며 쓰다듬어 주는 손길을 회향합니다.

 

 

 

 

/

순간적으로 마음이 깊게 물결칠 땐 이미 모두 이뤄진 것 같고 다시는 변치 않을 듯한 기분이 들지만 머지않아 그 순간 역시 사라지고 만다. 행복한 순간들에 너무 크게 집착 할 것도, 싫은 순간들에 크게 절망할 것도 없다. 쉬운 일은 아니지만 꾸준히 밀고 나가는 것 만이 내가 할 일이다.

 

 

 

 

Posted by 보리바라봄
대긍정일기2016. 5. 30. 20:30

 

 

 

덕분에 오고 가는 길에 눈과 코가 즐거웠는데, 돌아오는 길에 보니 베어지고 없다. 무상하구나.

 

 

 

 

 

* 참회

무슨 일인지도 모르면서 뭔가 하고 있을때 연락이 왔다는 이유만으로 싫은 마음을 일으킨 것을 참회합니다.

 

(이번 경험으로 내가 방해 받는다고 느끼는 것 자체를 엄청 싫어한다는 것을 알았다. 뭐 중요한 일을 하고 있었던 것도 아니다. 단지 꽃이 예쁘다고 향기를 맡고 사진도 찍고.. 그러던 중에 전화벨이 울리는데 순간 싫은 마음이 확! 올라오는 것을 보았다. 금방 통화를 끝내고 곧바로 참회를 했다. 이토록 못난 점을 빨리 알아차린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아 수용하는 사람이고 싶어라.)

 

살피면 살필수록 모난 곳 투성이 입니다. 오늘 하루 중에도 자비로운 마음보다는 싫은 마음, 귀찮은 마음, 상을 세우는 생각이 훨씬 더 많았음을 참회합니다. _()_ 이런 마음들이 일어날 때마다 동일시 하지 않으며 꾸준히 알아차리겠습니다. 

 

 

 

 

* 감사

푸른 오월을 바라보고, 스치는 바람의 상쾌함을 느끼며, 붉은 장미의 아름다움을 지켜볼 수 있어 감사합니다.

문고리가 고장이 나서 3층 높이의 창문 사이로 넘어 가겠다는 자칫 위험할 수 있는 행동을 하려던 것을

'사람 다치면 어쩌려고'하는 말을 듣고 제 몸 귀하게 다룰 줄 아는 가르침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분명히 다치지 않고 해낼 수 있다는 생각은 아만이었음을 깨우침에 감사합니다.

 

 

 

 

* 원력

부러 자비심을 내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되어지는 자비심을 키워 나갈 것을 발원합니다.

없는 것을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이미 지니고 있으므로,

자비 아닌 것을 열심히 떼어내고 깎아내는 작업만 하겠습니다.

 

자 : 남에게 즐거움을 주려는 마음

비 : 괴로움을 덜어주려는 마음

희 : 괴로움을 떠나 즐거움을 얻으면 기뻐하는 마음

사 : 평등하게 대하려는 마음

 

을 무량하게 키워나가겠습니다. 옴아훔 _()_

 

 

 

 

* 회향

회향할 만한 선근 공덕이 없는 것 같지만, 있다면 전부 회향합니다.

_()()()_

 

 

 

 

/

사람은 누구나 언젠가는 죽는다.

<디어 마이 프렌즈>에서 '우리는 모두 시한부다'라는 대사가 나왔는데 참 와닿았다.

나이든 사람들만 죽음을 곁에 둘 것이 아니라, 젊기 때문에 힘 있을때 더욱 깊게 사유해야 하는 것.

근거도 없이 막연히 80세 이상은 살거라고 여기며 한창 즐기며 살라고들 하지만,

조금만 나이를 먹어도, 아니 당장 우리 엄마 아빠 연배의 어른들만 보아도 병을 앓지 않는 사람이 없다.

시간 금방 간다. 내가 벌써 서른인 걸 보면 알지. 언제나 죽음에 대한 사유로부터 멀어지지 않기를. 

 

요즘 바라는 게 참 많다.

 

<디어 마이 프렌즈> 하나 남은거 보고 싶은데, 이거 보고 나면 시간이 많이 지나버릴 것 같아서 꾸욱 참는다.

벌써부터 졸립기 시작하니, 공성에 대한 자각이 필요하다! 끙.

보리심의 새싹 법문 동영상을 한편 보고, 교수님께서 주신 <불교의 무아론>을 읽다가 자야겠다.

 

 

 

Posted by 보리바라봄
대긍정일기2016. 5. 29. 15:56

 

 

주말이라 특별한 일도 없고,

이미 충분히 느낀 바가 많은 것 같아서 조금 이른 시간에 일기를 쓴다.

 

 

 

 

 

 

 

노희경 작가의 <디어 마이 프렌즈> ost,  케빈 오 - Baby Blue

 

 

 

 

* 참회

 

어리석음이 떨어져 나갈 때까지 참회 합니다.

나와 남을 구분하고, 열등감 아니면 우월감 밖에 모르는 어리석음을 참회합니다.

모든 사람이 평등함을 모르고, 또 모든 생명이 똑같이 소중한 줄 모르고,

사람으로 태어나 귀한 생명을 가진 기회를 모르고, 허투루 낭비한 어리석음을 참회합니다.

 

집을 오고 가며 널려있는 쓰레기를 보고

'어떤 나쁜 사람이 버리는 거야', '저걸 내가 왜 주워야 해', '저 쓰레기들을 다 줍다간 시간이 다 가버리고 말걸', '나처럼 안버리면 얼마나 좋아?'하고 온갖 잡생각은 다 하면서, 직접 주워 쓰레기통에 버릴 자유는 없었음을 참회합니다.

 

 

 

 

* 감사

 

쓰레기를 주워 버릴 자유를 누릴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자발적으로 쓰레기를 많이(?) 주웠다. 오고 가는 길에 한 두개쯤 주워 버린 적이 있고, 다같이 의무적으로 한걸 빼면 처음이다. 오 맙소사. 진짜로 처음이구나.

 

쓰레기를 주워야겠다는 마음이 든 경위는 이렇다.

 

<참회, 감사, 원력, 회향>의 훈습일기를 쓰는데

다른 부분 보다도 '회향'에서 딱 걸리는 거다. '회향은 어떻게 하는 걸까'. '뭘 해야하는 걸까' 싶기도 하거니와, 회향을 한다는 건 내가 뭔가 잘한 부분, 선한 부분을 실천한 것이 있어야지 할 수가 있는건데, 그게 떠오르질 않으니 할 거리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착한 일을 해볼까 하는 마음에 20L 짜리 쓰레기 봉지와 집게를 들고 밖으로 나섰다.

 

평소에 눈여겨 본 것은 큼직 큼직한 쓰레기들이었다. 그런데 이 쓰레기들이 한 두개가 아니였기 때문에 맨손으로는 다 주워버릴 엄두는 안나고 해서 '내가 버린 것도 아닌데 뭐'하고는 그냥 지나치곤 했다. 하지만 그래 봐야 몇개일 뿐이니 비닐봉지 정도면 충분히 다 주워버릴 수 있을 것 같았다. 나가면서도 '몇개 안될 거 같은데 그냥 10L 짜리로 할까?' 하다가 혹시나 싶어 20L 짜리를 챙겼다.

 

그 런 데

 

문제는 그런 쓰레기들이 아니였다. 길 가장자리에 쌓여있던 수많은 담배꽁초들. 그동안은 눈에 걸리는 쓰레기만 보느라 그렇게 작은 쓰레기들은 보이지도 않았다. 쓰레기를 주우려고 가까이에서 들여다 보니 이렇게나 많을수가! 대충 보고 멀리서 보니까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것 뿐이었다. 주워도 주워도 계속해서 꽁초들이 보이고. 또 하나 줍기가 난감했던 쓰레기들은 묵은 쓰레기들이었다. 얼마나 오래된건지 색이 바래고, 곰팡이가 슬고, 흙과 엉겨붙어 눅눅해진 쓰레기들. 이 쓰레기들은 진짜 줍기도 싫은 기분이 들었다. 제일 싫었던 것은 페트병에 약간의 물(?)과 함께 담겨있는 담배꽁초들. 정말이지 최악이었다... 그냥 버려두었으면 주울 수나 있는 것을, 그렇게 섞어 놓으니 물 따로, 꽁초 따로, 재활용품 따로 분리해서 버려야 한다.

 

그러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쓰레기들은 어디서 왔을까? 쓰레기를 버리고자 하는 사람들 마음 속에서 왔겠지.

진짜 쓰레기는 이런 것이 아니라 그 사람들의 마음 속에 있다.

쓰레기는 떨어져 있으니 주울수 있지만 사람들 마음 속에 숨어 있는,

드러나지 않는 진짜 쓰레기는 보이지도 않을 뿐더러 주울 수도 없다.

진짜 버려야 할 쓰레기는 마음 속에 있는 것.

 

그러다가 또 이런 생각도 들었다.

 

내 마음 속의 쓰레기는 무엇일까?

큼직큼직하고 이제 막 만들어진 쓰레기는 어떤 것이 있을까?

반면에 담배꽁초처럼 작은 쓰레기들은 무엇이 있을까? 자세히 보지 않으면 보이지도 않는 미세한 쓰레기들.

오래된 쓰레기는 무엇일까? 만지기도 싫어 외면하고 묻어두기만 했던 묵은 습관의 쓰레기들.

 

 

이런 생각에 미치다 보니 끝이 없는 쓰레기들을 보며 '누가 누굴 욕하겠나' 싶어졌다. 내 쓰레기도 버리지 못해 이렇게 끌어 안고 사는데. 요 근방을 줍는 것 뿐인데도 20L 쓰레기봉투는 다 들어 찼고, 눈에 보이는 모든 쓰레기를 줍다가는 짜증이 날 것만 같아서 오늘은 이정도만 하는 마음으로 그만 두었다. 착한 마음 내려다가 되려 성질을 부린다면 에고만 강화시킬 뿐이겠지 싶었다. 아주 깨끗하게는 못했지만 그래도 쓰레기봉투를 채워 묶어두고 나니 기분이 좋았다.

 

쓰레기를 주워 버릴 자유가 있음에 감사합니다.  

  

 

 

 

* 원력

드라마는 눈으로 보는 것 뿐이라 간접적인 경험에 불과하지만, 모든 상황을 관찰하는 입장에서 보기 때문에 객관적으로 보고 판단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부분이라 여긴다. 집에 있으면서도 TV는 아예 틀지를 않을 정도로 흥미가 없지만, 최근에 알게된 노희경 작가의 <디어 마이 프렌즈>에 결국 빠져들고 말았다. 드라마 속 세상은 아름답다. 내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보다 훨씬 간절함이 묻어나는 그런 세상. 그런 장면들을 보면서 내가 가졌던 미련들을 떨쳐내기를 바래본다. 어떤 아름다운 것들도, 진실된 사랑들도... 그 순간, 가까이에 있을 때는 행복인 듯 보이지만 영원한 것은 없다. 하여 조금만 멀어지고 나면 곧 슬픔이 되버리고 만다. 이왕 빠진 드라마 재미나게 볼테지만, 기왕이면 세상 일에 미련을 떨쳐 버리고, 보다 자비심을 키울 수 있는 그런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드라마 하나를 보더라도 자비심을 키우는 생각을 하겠습니다. 마음 속 쓰레기를 버릴 수 있는 힘은 자비심에서 일어나는 것임을, 마음을 움직이는 최고의 연금술은 오직 사랑 그 뿐임을. 늘 되새기며 잊지 않기를 발원합니다.

 

_()_ 

 

 

 

 

* 회향

겨우 쓰레기봉투 하나 채운 선근 공덕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지만, 시작은 미미하나 끝은 창대하리라는 믿음으로 회향합니다. 이 회향으로 온 존재의 마음 속에서 눈꼽 만큼의 쓰레기라도 버려 보다 자유로울 수 있기를!

 

 

 

 

 

 

 

/

초파일에 홍서원에서 받아 온 <열려있는 참된 깨달음> 두 번째 이야기를, 오늘까지 해서 두 번 읽었다.

겨우 일주일 사이에 다시 읽는 것인데도 전과는 다른 부분에 밑줄을 긋게 된다.

 

마음에 힘이 되는 글귀를 옮겨본다.

 

 

p. 44

 

경망스럽게 행동했던 누군가가

후에 조심스럽고 주의 깊어진다면,

구름을 벗어난 밝은 달처럼,

아름다운 것이다.

 

 

경망스럽게 날뛰는 나의 마음이,

언젠가 완전히 조복되어 아름다워 지기를.

 

옴 아 훔.

 

 

 

Posted by 보리바라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