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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과 기억의 기록2010. 4. 30. 00:12

쉴레의 그림


 최근 내 머릿속 화두는 '순응과 저항'이다. 뭔가 가치관이 생긴 이후로 줄곧 저항하며 살아야 한다고 여겨왔다. 옳지 않은 것은 당당히 거부하고 표현할 줄 알아야 한다고 말이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순응'이라는 단어가 나를 괴롭힌다. 순응이라니...

 학창 시절, 가장 아쉬운 것이 있다면 선생님들의 말씀을 너무 고분고분 잘 들었다는 것이다. 한 번 쯤은 딴청을 피우고 반항을 해 보았을 법도 한데 어쩌면 그리도 말을 잘 들었는지. 나는 특별히 튄다거나 모난 것 없이, 있는듯 없는듯 한 아이였다. 그때는 단지 혼나는 게 두려웠고 누군가에게 대들만 한 용기도 없었다.

 나만의 주관이 뚜렷하게 생기던 어느날(08년 12월 16일 오후 도서관에서), 그날 이후 내 마음은 저항심으로 가득찼다. 모든 일에 '토'를 달기 시작했으며, '왜?'라는 질문을 끊임 없이 던져댔다. 뭐 하나 그냥 하는 법 없이 '왜? 어째서? 그건 이래야 맞는거 아니야?'하며 나는 가시 돋힌 돌이 되기 시작했다. 게다가 나만의 시각을 자랑스레 여겼으며, 내 생각은 나쁜 것이 아니라고 스스로 평가했다. 따라서 나와 같지 않은 사람들을 보면 불만이 가득했고, 일일이 참견하고 싶어 안달이 났다. '모든 사람이 나 같기만 해도 세계는 평화로울 거야'라는 어이없는 망상에도 젖어있었다.
 
 나를 가르쳤던, 내가 만났던 '어른'들에 대한 원망도 많이 했다. '왜 날 그따위로 밖에 가르치지 못했어?'라며, '정말 중요한 건 그런게 아니였는데!'하는 아쉬움들. 지금 내 학창시절 또래의 아이들을 보면서 그 아이들이 그렇게도 부러웠다. 나도 저 나이 때로 돌아가면 더 잘 할수 있는데.. 라면서.  아무리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고 해도 원망하는 마음과 안타까운 마음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동시에 내 꿈은 '내가 못했던 것을 너희에게 해줄게'하는 모양새로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나 보다.

 '내가 옳다'는 내 판단기준은 누구에게도 만족을 줄 줄을 몰랐다. 나는 누구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고 '어째서 저렇게 행동하는거지? 왜 저렇게 이기적이야?'라며 쉽게 타인을 평가했다. 세상을 이롭게 하겠다는 마음이, 사실은 갈등만 일으키는 나의 욕심일 뿐이었다.

욕망.

 내 유토피아 같은 높은 이상은 나조차 변화시키지 못하면서 크게는 세상을, 작게는 내 주위부터 변화시키겠다고 마음먹게 했다. 하지만 생각에 따라주지 못하는 몸과 마음은 나를 지쳐가게 했다. 스스로를 자책하는 마음은 커져만 갔고, 드높았던 자신감은 어느새 자취를 감추었다. 길길이 날뛰더니 이제는 한 발자국 움직이는 것 조차 망설이며 고민한다. 그러면서도 불만은 가득한 채로 주변 사람들을 괴롭혔다. 내 단점을 잡아주면 인정하는 척 하면서도 참을 수 없어 했고, '너나 잘해'란 말을 수 없이 반복했다. 하지만 정작 이 말이 필요했던 사람은 바로 나 였음을 몰랐다.
 
 순응하는 삶. 고분고분 말을 잘 따라주는 것. 타인의 견해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자세.
나는 이것이 필요했다. '오픈마인드', '말랑말랑한 머리', '다양성과 다름을 지향하는 삶' 등의 온갖 수식어 들을 내게 갖다 댔지만, 그건 나만의 착각이였지 사실과는 거리가 멀었다. 나는 그냥 꽉 막힌 '고집불통'이었을 뿐 !

'악에 저항하지 말라'는 인류 최고의 진리 중 하나이다.

 라는 말은 여전히 나를 헷갈리게 한다. 그렇지만 이제 나는 순응하는 자세를 가져보려고 한다. '~ 해야지'하는 욕심을 버리려 한다. 양파껍질 벗겨내듯 내 아집을 하나 하나씩 벗겨내야지.
 이런 마음을 가졌더니, 이제는 '그럴수 밖에 없었다는 것' 을 넘어 지나간 과거에 미련이 사라진다.

좋은 것은 좋은 것 만이 아니고,
나쁜 것도 나쁜 것 만은 아니다.
또한 인생사 새옹지마(塞翁之馬)라 했으니

 



나는 이제 '언행일치'에 집중하겠다.
그리고 '가운데'에 서겠다.



(' 너는 너를 너무 사랑해서, 다른 사람들이 다가오는 것을 거부해'
오늘 들었던 말이다. 나는 이 말이 오랜 기간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

Posted by 보리바라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