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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02.13 바라봄은 얼마간 나를 버려야 가능한 것 2
  2. 2015.05.30 비건 & 무오신채 음식 2
  3. 2012.07.04 무오신채 요리:-) 6
느낌과 기억의 기록2016. 2. 13. 22:55

 

 

 

무등산

 

맑은 물

 

저녁 밥상. 매번 비슷한 음식들. 올핸 분발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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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년시절의 설은 온갖 군것질과, 시골 문방구에서 하는 뽑기, 폭죽놀이, 불장난, 친척 언니들과의 만남, 게임, 맛있는 음식…

학창시절의 설은 성적, 대학 이후의 설은 취업과 결혼, 그리고 서른의 설은 더 이상 상처 받지 않고 당당했던 명절. 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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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일간의 연휴 중에 끄트머리 이틀은 엄마와 시간을 보냈다. 엄마는 언제부턴가 쉬는 날을 그냥 보내는게 너무 아쉽다며 뭐든 하고 싶어 하신다. 그래서 함께 우리집으로 향했고 처음으로 엄마와 단둘이 영화를 봤다. 둘 다 서툴러서 영화를 보러 가는 과정에 많은 시간을 허비했지만, 좋았다. 영화의 제목은 <검사외전>.

 

 이튿 날엔 무등산으로 향했다. 처음 계획은 지리산이었지만 너무 멀 것 같아 무등산으로 바꿨다. 지리산은 다음에 가기로. 그런데 엄마의 산과 내가 의미하는 산은 의미가 달랐다. 나는 공기를 마시며 슬렁슬렁 둘러보는 정도를 떠올린다면, 엄마는 본격 등산이다. ㄱ- 그래서 하게 된 산행. 얼마만의 등산인지 모른다. 그런데 산에 오르는 것이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우리 엄마는 걷는 속도가 아주 빠른 편인데 등산은 싸복싸복 하셨다. 덕분에 나도 걸을 만 했다. 틈틈이 쉬며 물과 견과류와 과일을 먹었다. 어떤 아저씨는 생강차를 주셨다. 맛이 좋았다. 엄마는 모르는 사람이 저렇게 준다며 "산을 좋아하는 사람 중엔 좋은 사람이 많은것 같다" 했다.

 

 처음부터 정상에 오르길 목표한 건 아니였는데 오르다보니 토끼등 - 중머리재 - 장불재 - 입석대 - 서석대 까지 오르게 되었다. 아 나는 정말이지 산에 오르는 취미가 없는데 정상까지 올랐다. 날씨가 참 좋았다. 걸으면 덥고, 멈추면 추웠다. 입석대 - 서석대 라인은 바라보는 것 만으로 충분히 만족스러웠으나 가만 있음 추워서 엄마 따라 걸어 올라갔다. 그리고 바윗돌에 앉아 엄마랑 싸온 도시락을 먹었다. 다 식은 찬밥에 김, 씻은 김치. 요게 전부였지만 어찌나 맛있던지! 그 어떤 식당의 분위기도 자연이 주는 편하고 맑은 분위기를 따라오진 못할 것 같다. 그리고 또 든 생각이, 앞으로 또 엄마와 등산을 가게 된다면 따뜻한 차랑 맛있는 도시락을 준비해야 겠다는 것이다. 아침에 조금 일찍 일어나서 손수 도시락을 준비하고 (채식과 무오신채) 그걸 먹을 기대를 걸며 산에 오르면 오를만 하겠다. ㅋㅋㅋㅋㅋ :P 

 

 무오신채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된 목표 찾기를 하고난 다음 곧 실행에 옮겼다. 엄마는 "이제 뭐 먹을래, 식당에도 못 가겠다. 어쩔래, 혼자 살아야겠다"하면서도 의외로 너그러웠다. 된장국에 마늘이랑 파랑 멸치도 빼주시고. 게다가 내가 나물에 오신채를 넣지 말자고 하니 엄마가 내껀 그렇게 해준다고 하셨다, 야호. 그리고 명절때면 엄마가 고사리, 도라지, 죽순 등등의 나물을 하는데 거기에도 넣지 말아달라 했다. 그래야 내가 친척 모임에서도 먹을 음식이 있으니까. 그랬더니 엄마가 웃으셨다. 히. 아빠도 왠지 화를 내실 듯했는데 괜찮으셨고. 히히.

 오랜만에 만난 고등학교 친구들에게도 이야길 꺼냈다. 오신채는 아니고 채식얘기. 그간 어영부영 친구들을 만나면 빵이나 면종류를 먹곤 했는데, 앞으론 채식을 하는 식당에서 만나자고 했더니 흔쾌히 그러자고 얘기해줘서 정말 고마웠다. T_T

 

 다시 무등산으로. 내려오는 길은 정말이지 힘들었다. 내려가도 내려가도 또 내려갈 길이 나왔다. 다 내려와선 다리가 천근만근이더니 다음날 아침에 종아리가 엄청 땡겼다. 그리고 지금도 느릿느릿 걷는다. 조금 보폭을 넓게 걸을라치면 무지 많이 땡겨서 아프다. 덕분에 느리게 천천히 움직인다. 평소 걸으면서도 종아리의 역할 같은 건 떠올려 본 적이 없었는데 이번 기회로 '그간 참 많은 힘을 내고 있었구나'하게 됐다.

 

 오늘 밥을 짓는데 자꾸 엄마가 보고 싶었다. 이상하게도 말이지. 나는 냉정한 딸래미라 그런 생각 거의 안하는데...  

엄마라는 친구가 생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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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할 때 좋아하는 것 : 맛있는 도시락, 맑은 공기, 고요함, 깨끗한 물, 탁 트인 공간, 멀리 내려다 보는 것

등산할 때 싫어하는 것 : 시끄러운 음악, 시끄럽게 떠드는 소리, 술냄새, 독한 음식 냄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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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무오신채. 드디어 직장에도 얘길 꺼냈다. 그간 아예 엄두도 내지 못했던 부분이었는데 용기를 냈다. 어떻게 하면 지혜롭게 얘기할 수 있을까 했는데 결과적으론 절반(?) 정도의 성공이다. 아니 행함 자체만 보면 100인가. 의견 전달이 잘 된것 같진 않지만, 그래도 의사 표시는 정확하게 되었다. 에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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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배를 했다. 해본 적은 있지만 참회문을 따라 해보기는 처음이다. 25분 정도 걸리는데 첨엔 내 속도로 하다가, 나중엔 목탁 소리에 맞춰 절을 했다. 그러다가 빨리 끝내고픈 바람에 마음이 급해져 호흡이 흐트러졌다가, 딴생각에 빠져 한구절을 듣지 못하기도 했다. 그간 참회할 거리가 떠오르면서도 진심으로 참회하기는 어려웠는데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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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버릇 없음, 예의 없음을 참회한다.

엄마랑 대화하는 도중에 '욱' 올라오는 나를 보았다. 순간 떠오른 생각이 '이토록 싸가지가 없다니...'였다.

참는다고 참기는 했는데 순간적으로 날카로운 말투가 튀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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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혼자 있을땐 특히나 더 게으름뱅이인데 오늘은 부지런했다. 간밤에 잠도 얼마 안잤는데 하루 종일 움직였다. 약간은 들떠서 정신이 산만한 부분이 있었지만, 집중한 시간들도 꽤 길었다. 뿌듯하다. 아쉬운 점은 바리바리 하고 싶은 것들이 잔뜩이었는데 해야할 일에 치여 하지 못했다는 점. 그래도 내일이 있다!

 집중을 하면 시간이 흐르는게 아니라 녹아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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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든, 우쿨렐레든, 영어든, 일이든, 채식이든, 무오신채든, 뭐든. 딱 한번만 더 해보는 마음으로 간다. 쭉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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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자신을 보아주길 그토록 갈구한다. 그래서 열번이고 스무번이고 "봐봐요", "봐보세요" 한다. 간절하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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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닦여진 길을 걷기 위해서 내가 새로운 길을 만들어야 한다 말은 앞뒤가 맞지 않는데도 맞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미 닦여진 길이라지만 그 길은 '내'가 있는 한 알수 없는 길이다. 하여 나를 내려놓아야 하고 배움과 반성을 통해 나아가야 한다. 날마다 새로운 내가 되어서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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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풀 이름을 알아가는 것이 재미있다.

오늘의 새로운 풀은 바로 '방동사니'. 흔히 보았던 풀이었는데 이름이 이거였다. 생명력이 굉장하다. 놀이도 가능하다. 맛이 없다는데 한방에선 '향부자'란 이름으로 다양한 약효를 지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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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까치꽃이 벌써 피었다. 광대나물과 별꽃은 아직이지만 키가 많이 자랐다. 모두가 겨울인줄 알지만 이미 봄이 보인다.

고로 겨울도 봄도 아니다. 빗소리가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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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스스로 치료가 가능한 이유는 바로 생명이기 때문이다. 자연과 한치도 다르지 않다. 햇살, 바람, 흙, 비 만으로도 생명을 키워 나가는 풀처럼, 꽃처럼. 그리고 나무처럼. 이것은 건강하고 맑은 식재료를 통해서만이 가능하다. 순간 에고를 벗었을 때에 참된 생명력이 드러나는 사람도 이와 같을거란 생각이 떠올랐다. 에고는 각종 잘못된 음식들이다. 식물에 지나친 비료와 농약, 제초, 비닐 등을 사용하면 생명력을 잃어버리는 것처럼. 겉은 그럴듯 해도 속은 그렇지 않다. 비유가 깔끔하게 정리가 안되네. 여하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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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봄은 얼마간 나를 버려야 가능한 것이라는 말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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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보리바라봄
vegetus2015. 5. 30. 16:31

 

 

 

(여여산방에서 묵는 동안 찍은 몇 장의 음식 사진.)

 

 

 

* 오신채 : 파, 마늘, 양파(흥거), 달래, 부추.

(불교에서는 마음을 들뜨게 하는 다섯가지 음식을 먹지 않는다.) 

 

 

 

 

1. 상큼한 소스와 색감이 잘 어우러진 채소를 곁들인 청포묵 무침.

   청포묵은 녹두로 만든 묵인데, 녹두는 숙주나물이 되기도 한다.

   식재료 고유의 향이 살아있으면서도 짱 맛있음.


 

 

 

 

2. 도토리묵 무침. 

   이것도 맛있...


 

 

 

 

3. 나물 비빔밥. 


 

 

 

 

 4. 새콤 달콤 입맛을 돋구는 비빔국수. 


 

 

 

 

5. 정갈한 아침 밥상. 유기농 고사리와 막 구운 가지전의 맛이 일품.

   엄청 뜨거운 가지전을 호호 불어먹는 것도 재미다. (깜짝 놀랄 만큼 뜨거움)

   가죽나무전 사진이 없다... T-T


 

 

Posted by 보리바라봄
vegetus2012. 7. 4. 18:35

무오신채라고 해봐야,
그냥 마늘, 파, 양파, 달래, 부추를 안넣은 요리일 뿐이다 ㅋㅋ
우리집에선 보통 콩나물을 무칠때 파랑 마늘을 필수로 넣는데,
오늘은 내가 손을 잡았으므로 (ㅋㅋ)
무오신채 무침을 만들었다.

 마늘 대신에 청양고추를, 파 대신에 방아잎을 잘게 썰어서 넣었는데...


맛있다T-T

그나저나 방아잎, 너무 사랑스럽다.
물로 끓여서 먹어도 맛있고, 찌개, 볶음, 어울리지 않는 곳이 없구만!
(엄마는 별로라고 하신다 ㅋㅋ) 
봉봉님이 알려주신대로 낼은 떡볶이에다가 넣어서 먹어볼까나^.^


이건 꽈리고추 볶음>.<
나는 이걸 엄~~청 좋아한다.
그런데 엄마의 레시피에는 멸치와 양파가 들어간다.
그래도 나는 먹는다;
그렇지만 넣지 않은 음식을 먹고 싶어 한다.
그래서 오늘 만들었는데... 흥, 맛있다T.T
쫀득쫀득 새송이버섯이랑 느타리버섯이랑 잘 어울린다. 히히



아 뿌듯하도다.
하하하하 ♥
 
Posted by 보리바라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