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3.07.06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 무라카미 하루키 7
  2. 2013.06.10 달리기 8
책 읽기2013. 7. 6. 14:11

11月18日 國境之南
11月18日 國境之南 by bambicrow 저작자 표시비영리


p.126
 나 자신에 관해 말한다면, 나는 소설 쓰기의 많은 것을 매일 아침 길 위를 달리면서 배워왔다. 자연스럽게, 육체적으로, 그리고 실무적으로. 얼마만큼, 어디까지 나 자신을 엄격하게 몰아붙이면 좋을 것인가? 얼마만큼의 휴양이 정당하고 어디서부터가 지나친 휴식이 되는가? 어디까지가 타당한 일관성이고 어디서 부터가 편협함이 되는가? 얼마만큼 외부의 풍경을 의식하지 않으면 안 되고, 얼마만큼 내부에 깊이 집중하면 좋은가? 얼마만큼 자신의 능력을 확신하고, 얼마만큼 자신을 의심하면 좋은가?

p.145
 그에 비하면 나는, 내 자랑을 하는 건 아니지만, 지는 일에 길들여져 있다. 세상에는 내 능력으로 감당할 수 없는 일이 산만큼 있고, 아무리 해도 이길 수 없는 상대가 산더미처럼 있다. 그러나 아마도 그녀들은 아직 그런 아픔을 알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당연한 일이지만 그런 것을 지금부터 굳이 알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그녀들의 유유히 흔들리는 자랑스러운 포니테일과 호리호리한 호전적인 다리를 쳐다보면서 나는 하릴없이 그런 생각을 한다. 그리고 페이스를 지키면서 느긋하게 강변도로를 달린다.

p.177
 나는 나이면서, 내가 아니다. 그런 느낌이 들었다. 그것은 매우 고요하고 고즈넉한 심정이었다. 의식 같은 것은 그처럼 별로 대단한 건 아닌 것이다. 그렇게 생각했다. 물론 나는 소설가이기 때문에, 일을 하는 데 있어 의식이라는 것은 무척 중요한 존재로 다가온다. 의식이 없는 곳에 주체적인 이야기는 태어나지 않는다. 그런데도 이렇게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의식 같은 건 특별히 대단한 것은 아닌 것이다, 라고. 


/
노트북이 고장나는 바람에 컴퓨터를 이용한 작업이 더뎌진다.
지금 쓰고 있는 컴도 그다지 멀쩡한 상태는 못되고.
한심스럽지만 달리기는 이어지지 않고 있다.
이런 사실을 알게 된 남자친구는 고작 한번 하고서 그렇게 호들갑이였냐고 한다.
ㅋㅋ

 

Posted by 보리바라봄
느낌과 기억의 기록2013. 6. 10. 22:28

글과는 관련이 없는 오늘 찍은 레몬 싹.
레몬을 먹고 나서 나온 씨앗을 심은 것인데(원장님과 J가) 저렇게 예쁜 싹이났다.
나무라서 그런지 제법 튼실해 보인다.


*
하루키의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읽고 있다.
누군가 이 책이 좋다고 해서 나도 위시리스트에 포함시켜 놓았던 것 같은데,
이 책을 계기로 하루키가 좋아질 것 같다. 그의 다른 작품들도 더 읽어보고 싶고.

최근에 책을 읽지 않은 이유가 단순히 일을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또 다른 이유 하나가 생각 났다. 바로 스마트폰.
스마트폰은 틈틈이 나는 시간을 다 빼앗아 간다. 틈틈이 읽었던 책들의 자리를 나는 그만 스마트폰에게 내주었던 것이다. 그래서 오늘은 부러 신경을 써서 아침 출근길에 페이스북을 하지 않았다.
(나는 이 시간에 페이스북을 제일 많이한다.)
대신 책을 읽었다. 하루키의 책을.
버스에서 내릴 즈음 내가 눈여겨 본 것은 15~20분 정도의 시간 동안 꽤 많은 양의 책을 읽었다는 사실이다.
이런 식으로 읽으면 적어도 일주일에 한 권의 책은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지난 일요일, 위시 리스트 속 책들을 몽땅 빌려올까 하다가, 분명히 기간 내에 읽지 못할 것을 알고서,
일단 있는 책부터 보자, 하고 꾹 참았다. 참 잘한 일이다.

오늘은 쌩뚱맞게 운동이 하고싶어져서 퇴근 후 약 30분간 운동을 했다.

달리기에 관한 책을 읽었으니 그럴 만도 싶은듯 하지만, 사실 난 하루키의 마라톤 이야기를 보면서
'역시 달리기는 아니야'라고 나름의 결론을 내렸었다. 아침까지만 해도.

그런데 저녁이 되니, 땀을 쭉쭉 흘리면서 숨가쁜 느낌이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이다.
그래서 달렸다. 고작 6분을.
ㅋㅋ....
더 달릴 수도 있었지만 '그만 달리고 싶다'는 이유에서 멈춰 걸었으니, 비웃을 일일지도 모르겠지만,
장거리 달리기를 싫어하는 나의 성격과, 고등학교 체력장때 장거리 달리기에서 꼴등을 하고도 머리가 아파서 엎드려 있었던 전적을 감안하면 나름 이유가 되지 않을까 싶다.
구체적인 목표치를 설정하고 달리다 보면 더 효과적인 운동효과를 낼 수 있을지 모르지만, 끈기 없는 내가 꾸준히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지금도 당장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으니 앞으로 달리기를 할거라는 다짐조차 하지 않을 것이다.
대신 오늘같은 기분으로 달리고 싶다면, 달리고 싶은 만큼만 달리고 그 후론 걸을 것이다.

남은 거리를 걸으며 눈에 들어온 풍경들, 사람들. 꽤나 많은 사람들이 그 길을 지나고 있었고
소소한 집들과 거리의 화분들이 나를 반겨주었다. 어쩌면 그냥 내 감성에 젖은 것인지도 모르지만..

조금 더 적극적이고 생동감 있는 삶을 살고 싶다.

나는 더위를 덜 타는 편인데도 오늘밤은 이상하게 얼굴이 후끈거린다.
달리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된장찌개를 끓여서 그런가?

아무튼 주저리 주저리 일기는 요기서 끝.


+) 하나 더 생각났다.
어제 잠들기 전에 간만에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을 들었는데
말씀 중에 자기가 화를 내고도 화를 내는 줄 모르는 사람이 있다고 하셨다.
'그래 있지'하다가 '나는 아니지..'하는 마음이 들락 말락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오늘 그것을 확실히 깨우쳐 주는 일이 두 번이나 있었다.
한번은 유치원에서 '그게 화낼 일이에요?'라는 말을 들었을 때 이고 (이건 진짜로 화를 냈다기 보다 내 말투가 전투적이었기 때문에 들은 우스게(?) 소리였다)
다른 한번은 집에서 남동생이 '근데 왜 화내?'하고 말했을 때 이다.
남동생에게는 아주 자주 듣는 말이긴 한데, 참 내가 화를 많이 내고 산다 싶다.
그저께도 남자친구가 내가 화를 냈다는 이유로 자기도 화를 냈었지.

이 화를,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마음으로는 한참 멀은 화를
열심히 다독여줘야겠다.

 
Posted by 보리바라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