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의 소녀'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2.04.22 길 위의 소녀 - 델핀 드 비강 6
  2. 2012.04.20 일상 15
책 읽기2012. 4. 22. 10:39


 



p.19
 살아오는 내내, 나는 어디에 있든지 언제나 바깥에 있었다. 난 항상 이미지나 대화의 바깥에 동떨어지고 어긋나 있었다. 마치 다른 사람들이 듣지 못하는 말이나 소리를 나 혼자만 듣는 것 같았다. 나는 액자 바깥에, 보이지 않는 거대한 유리창 저편에서 그네들이 빤히 듣는 말을 나만 못 듣는 것 같았다.

p.57
 나는 낭트에서 4년을 보냈다. 지금 생각하니 참으로 긴 세월이다. 내 말은, 한 해, 두 해, 세 해, 네 해라고 치면 한 학년은 대략 10개월에 해당하고 1개월은 30일 혹은 31일인데 그 정도면 어마어마하게 많은 날들이라는 거다. 시간이나 분 단위로까지는 쪼개지 않겠다. 그렇지만 그 시간들은 아무것도 쓰지 않은 공책의 백지처럼 그냥 공허하게 차곡차곡 쌓였다. 추억이 없었다는 뜻은 아니다. 하지만 그 추억의 색채는 노출과다 사진처럼 부자연스럽게 날아가 있다.

p.67
 우리의 침묵에는 세상의 무력함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우리의 침묵은 사물의 기원으로, 사물의 진실로 돌아간다.

p.131
난 말이다, 가끔은 그냥 그렇게 있는 게, 내 안에 꽁꽁 갇혀 있는게 더 낫다는 걸 안다. 단 한 번의 눈길로도 흔들릴 수 있고, 누군가가 손만 내밀어도 갑자기 자신이 얼마나 연약하고 상처받기 쉬운지 불현듯 절감하기 때문이다. 성냥개비로 쌓은 피라미드처럼 모든 것이 와르르 무너지는 건 잠깐이다.

p.258
 노를 만나기 전에 나는 폭력이 고함, 구타, 싸움, 피와 함께 자행되는 거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폭력이 침묵 속에서도 이루어질 수 있으며 때로는 육안으로 식별되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폭력은 상처를 은폐하는 시간, 불가피하게 이어지는 나날들, 결코 시간을 되돌릴 수 없다는 이 불가능성이다. 폭력은 우리가 어찌할 수 없는 것이며, 폭력은 입을 다물고 제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폭력은 설명을 찾을 수 없는 것, 영원히 불투명하게 남는 바로 그것이다.

p.262
 그래서 나는 폭력이 바로 여기에, 엄마가 나에게 행할 수 없는 그 불가능한 몸짓에도 있다고 생각한다. 영원히 유예된 그 몸짓에도 폭력은 깃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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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에 남는 문장들이 한 두 개쯤 더 있었는데 그냥 지나치고 말았다. 낑..
표지 때문인지 어린이 도서 쪽에 있었던 책이다.
언제부턴가 읽을 책 목록에 적어두고는 잊고 있었던 책인데,
도서관 책 정리를 하다가 발견하고는 바로 꺼내서 읽었다.
한참 소설책만 가까이 하다가 또 한 동안은 비소설 분야만 읽었다.
그러다 보니 소설을 얕잡아 보는 경향이 생겼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멋진 소설들이 있지' 하는 생각이 떠올랐다. 

조숙한 천재소녀 루와 길 위의 소녀 노의 이야기. 그리고 소녀라면 한 번쯤은 반할만 한 캐릭터 뤼카(ㅋㅋ)

어떻게든 세상을 조금이라도 좋게 만들어보려고,
도움을 주려고 손길을 내미는 시도와, 그 속에서 겪는 성장통, 변화들.
대단한 용기다.

루는 내가 정말 천재라고 생각하는 류의 천재다.


Posted by 보리바라봄
느낌과 기억의 기록2012. 4. 20.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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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핀 드 비강의 소설 <길 위의 소녀>를 읽었다. 인상 깊은 부분들을 옮겨다 포스팅하려고 했는데, 바보같이 페이지 수만 적어놓고 책을 반납해버렸다. 전자도서관에서 볼수 있나 싶어서 복잡한 절차를 거쳐 아이핀 인증도 받았는데 없다. T.T
아쉬운데로 이거라도 올려야지.

p.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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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은 화려하고 도시는 유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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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을 먹으면 속이 좋지 않지. 과자도 마찬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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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다이어리는 사지 않을 것이다.
대신 줄 없는 노트를 사서 달력을 그려넣고, 나머지는 자유롭게 써야지.



'해야지 해야지' 하는 걸 계-속 미루고 있다.
읽고 싶은 책들 핑계를 대느라 이러고 있다.
책을 포기하면 일이라도 해야 하는데 결국엔 둘다 안 하고 있다.
그럴 바엔 책이라도 읽자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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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안에서 키우던 아부틸론 벨라는 밖에 내놓자 녹듯이 쓰러지고 있다.
색이 바래고 옆으로 기운다. 
좀 더 빨리 내 눈 즐겁자고 한 짓이 이런 결과를 불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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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씨앗이라도 어떤 환경에서 키우느냐가 정말 중요하다는 걸 알았다.
선분홍 뿌리에 푸르러야 할 시금치가,
너무 좁은 공간에서 자라다 보니 위로만 웃자라서 ,
색도 옅고 뿌리도 깊게 뻗지 못한채 꽃부터 피우려고 한다. 
유채처럼 씨 받을 것만 남겨두고 모조리 캐서 다듬어놓았다.
3일 전까지만 해도 뿌리째 먹어도 부드럽더니 오늘은 뻣뻣했다.
엄마 말 들을걸, 남은건 뿌리도 떼내야겠다.
시금치는 가을에 심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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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가 중요하다는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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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가 몸부림을 치는 것 같다.
여름에나 어울리는 바람이 불고 비가 자주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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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유채나물. 꽃이 들어있으니 더욱 먹음직스럽다: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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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맘에 드는 반지. 도서관 샘이 선물받은거라고 자랑하시다가, 내가 계속 눈길을 줬더니 나 하라고 주셨다. 히히. 규방공예를 배우면 만들 수 있다는데. 나도 배우고 싶다. 
솜인형 만들기도 시시할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보니까 예뻤다. 이건 만들어진 완성품을 갖고 싶기 때문이 아니라 그 과정을 내가 직접 해보고 싶기 때문이다. 보면서 이런거 만들어서 선물로 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해보면 내가 직접 만든 걸 주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정말 그럴까나?
퀼트, 뜨개질, 그릇 빚기, 천연염색, 북아트, 바느질, 규방공예, 빵 쿠키 만들기, 이런 것들도 배우고 싶다.
사찰 음식도 배우고 싶고.


  
Posted by 보리바라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