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1.05.30 맑고 향기롭게 4
  2. 2011.05.01 아이들은 자연이다 - 장영란 김광화
  3. 2011.04.27 귀농 _ 근원으로 돌아가기 4
느낌과 기억의 기록2011. 5. 30. 22:58




11/05/28, 흰 민들레 씨앗




귀농학교 수료글을 쓰는데 왜 이렇게 안써지는지... 별 수 없이 예전에 썼던 글을 토대로 (거의 그대로;) 조금 수정만 했다.
실은 완전 답답한 고집쟁이 같은 글을 썼다가 간밤에 생각이 달라져서 다 지워버렸다.





 산이나 바다 근처, 운치 있는 작은 집, 향기로운 나무들. 마당을 쓸고, 요리를 하고, 바삭바삭 빨래를 하고. 텃밭을 가꾸고, 꽃밭을 가꾸고, 그림을 그리고, 책을 읽고, 산책을 나가고. 오후엔 따뜻한 차 한잔……. 어떻게 살아야 겠다는 가치관이 생기기 전에 나는 이런 상상을 하곤 했다. 미래에 나는 저런 삶을 살 것이라고. 그땐 꼭 농사를 짓고 살아야 겠다는 결심이 서기 한참 전이었지만, 내 마음 속 한 구석에선 미래에 일어날 일들을 이미 알고 있었던 것 같다.


 착한 사람이 돼야겠다고 결심한지 3년째로 접어들고 있다. 물론 그 전에도 그런 마음이야  품었겠지만, 정말로 착한 사람이 돼야겠다는 결심은 대학교 3학년이 끝나갈 무렵에나 할 수 있었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왜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은 대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질풍노도의 시기는 사춘기 때 끝냈으면 좋으련만 그때서야 나는 늦은 사춘기에 접어들었다.


 한때 나는 '왜 좋은 스승님을 만나지 못 하는가'라는 원망도 했었다. 그땐 TV에서 한참 드라마 ‘바람의 화원’이 방영되고 있었는데, 김홍도(박신양)라는 스승님을 가진 신윤복(문근영)이 그렇게도 부러웠다. 지금 가만 생각해보면 그때의 나는 상당히 의존적인 성향이었던 것 같다. 내 스스로 찾아낼 생각은 하지 않고 훌륭한 스승님이 없다며 한탄만 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자아를 찾기 위해 내가 처음으로 골라 들었던 책은 스펜서 존슨의 <멘토>였다. 그 책은 나를 좀 더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스스로를 믿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그해 가을 짝사랑이 시작되면서 나는 극심한 내면의 변화를 겪었다. 누군가를 좋아하면서 설레기는 처음이었고 나는 그 모든 것을 운명이라 받아들였다. 내 지난 과거들이 신비로운 사슬처럼 여겨지면서 하루하루가 놀라웠다. 그때는 그 마음이 영원히 지속되는 것 인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마음은 그리 오래지 않아 쉽게 돌아섰다. 그런 과정에서 꿈에 관한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거치게 되고 결국에 내린 결론은 나만의 공간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내가 꿈꾸는 공간은 우선 식물들이 많다. 나물 밭도 있고 약초밭도 있다. 단일재배는 하지 않는다. 제초를 하지도 않을 것이고, 비닐도 사용하지 않는다. 농약과 살충제는 당연히 안 된다. 순도 100% 유기농이다. (나 역시 유기농 농부이고.) 그리고 꽃과 나무가 가득하다. 아이들이 학교를 마치고 나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공간이 바로 나의 정원이다. 그곳에서 자연과 더불어 사는 방법을 배우고 직접 경험하면서 스스로 깨우친다. 내 정원에는 책도 많다. 넓은 탁자는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는 장소다.


 나는 맑은 사람이 되고 싶다. 문정희 시인의 '늙은 꽃'처럼 향기를 내고 싶다. 겨우겨우 얻었던 내 자아를 이제는 넓게 확장시키려 한다. 쭉쭉 넓혀서 저 멀리 우주까지도! <무탄트 메시지>에 나오는 호주 원주민들처럼 살고 싶다. 그들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반드시 어떤 이유가 있어서 존재하는 것이라 믿는다. 사막별을 여행하는 이모하처럼 살고 싶기도 하다. 그들은 어린왕자를 이해한다. 요즘 나는 <오래된 미래>에 푹 빠져있다. 과거의 라다크 사람들처럼 살고 싶다. 나는 또 아마존 사람들처럼 살고 싶고, 타샤 튜더, 피에르 라비, 노자, 예수, 부처님처럼 살고 싶다. 그들을 닮아가는 것이 내가 선택한 귀농의 길이다.
 





Posted by 보리바라봄
책 읽기2011. 5. 1. 07:51




p.61~62 아이행복, 부모권리 中

"내가 학교에서 얻을 수 있는 게 뭘까? 어차피 공부는 내가 책 보고 하는걸. 괜히 아침저녁 엄마한테 미안하고, 중간고사가 다가오고 친구들은 모두 열심히 공부를 한다. 나는 평소처럼 공부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친구들에게서 동떨어져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제 내 세계는 이곳이 아니구나."
(...)
의무교육은 국가와 부모에게나 '의무'이지 아이에게는 '권리'라는 점이다. 아이가 원하지 않으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아이가 행복해야 부모도 행복하다. 아이를 행복하게 자라게 하는 건 부모의 권리다. 헌법에도 명시된 '행복을 추구할 권리'라고 본다. 하지만 학교에서는 그런 전례가 없다는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p.96 아빠가 있어서 채워지는 부분 中

 "아빠가 있어서 채워지는 부분이 있어요. 아빠를 통해 '남성성'을 배우게 되잖아요. 집에 엄마만 있으면, '여성성'은 배워도 '남성성'은 잘 몰랐을 거예요. 상상이는 아빠를 통해 같은 남성을 배우는 게 아닌가 싶지만요. 그리고 아빠가 요즘은 많이 부드러워진 것 같아요. 내가 아빠한테 뭐라고 하면 '미안하다'고 사과도 잘하고."





귀농한 부부 장영란 김광화 그리고 그들의 두 자녀들이 겪은 시골이야기
학교를 다니지 않고 홈스쿨링을 하는 두 자녀와 농사를 짓는 부모들의 생활을 통해
진정한 배움이란 무엇인가를 보여준다.

어린 상상이와 탱이가 어릴적부터 텃밭을 길러보고, 농사도 지어보고
음식도 만들어보고, 집도 지어보고
맘껏 자고, 책을 보고, 배우는(공부하는) 모습을 보면
'삶이란, 교육이란 이래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이러한 삶의 형태는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을 것이다. 

아이들만 자연인 것이 아니라 어른들도 자연이다.
어쩌면 답은 너무도 간단한 것 같은데
사람들은 어쩌다가 기계처럼 되버린걸까?
 


 
Posted by 보리바라봄
vegetus2011. 4. 27. 10:35

 

                                                                                                 빈센트 반 고흐, 씨 뿌리는 사람




내가 농사를 지어야 겠다는 생각을 한 건 언제부터 였을까? 모르겠다.
단순히 작은 텃밭과 꽃밭을 가꾸며 살고싶다고 생각했을때부터? 아니면, 
도시적인 것들을 거부하고 다시 원시시대가 됐으면 좋겠다고 친구들과 장난치던 그때?
(그럼 우리 옷 벗고 낙엽으로 가리고 장구치는거냐며-.-)
그것도 아니라면,
독서토론모임을 하면서 교수님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것 같기도 하다.

나는 왜 농사를 지으려고 하는가?

'귀농'이란 건, 다시 농사를 짓는 것. 그러니까 나는 해당 사항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나는 농사를 지어본 적이 없으므로 다시 지으러 '돌아가는' 건 아니니까.
그래서 귀농학교 입학식이 있던 날 자기소개를 할때

"저는 귀농이라기 보단 농부가 되고 싶어요."라는 말을 했던거다.

아 그런데,
어제 수업을 듣고 보니 귀농의 의미가 그런 것이 아니였다.

귀농이란,
흙, 자연과 함께하는 삶으로 돌아가는 것
선택할 수 있는 직업들 중 하나가 아니라 '삶을 바꾸는 것'
이것은 가치관과 삶의 양식의 변화이다.
돈에서 생명으로, 물질에서 정신으로, 소유에서 존재로
내 힘으로 잘 사는 것, 남의 손에 내 목숨줄을 맡겨두지 않고 스스로 건강하게 사는 것.

귀(歸), 즉 '돌아간다'는 말은, 그 돌아가는 곳이 '제자리'일때 사용할 수 있는 말이다.
농(農)이 '내 본래의 자리'라는 것을 확실하게 깨달아야 행복한 귀농이 되는 것이다
.
그 자리는 근원과 생명의 자리다.
귀농의 궁극적인 목적은 행복하기 위함이다.

우리는 자연스러운 삶의 단순성을 되찾아야만 마음의 평온을 얻을 수 있다.
예를 들면,
에어컨 틀 돈 벌러 갈 시간에 숲 속 냇물에 발을 담그며 늘어지게 낮잠을 자는거다.

인간이 이루어 놓은 문명 중에 스스로 창조해 놓은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모두 자연으로부터 약탈해서 만들어 놓은 것일 뿐
때문에 자연에서 멀어지고, 병든 삶을 살게 된 것이다.

이병철 선생님께서는 농업만이 삶이 지속될 수 있는 유일한 방이라고 하셨다.
그리고 내가 귀농을 해야하는 '가슴뛰는 이유 10가지'를 이번 19기 수업이 끝날때까지 꼭 생각해보라고 하셨다.
 
나는 농사짓는 일을 언젠가부터
너무 '당연'하고 '꼭 그래야만 할 것 같다'고 무의식중에서 여겨왔던 것 같다.

곡류, 과채류의 씨나 모종을 심어 기르고 거두는 일이 어째서
근원으로 돌아가는 일인지, 그리고 왜 그래야만 하는지

다시 곰곰이 생각해봐야 겠다.






 (2강, 이병철, "귀농_근원으로 돌아가기" 수업을 듣고 정리_)

 

Posted by 보리바라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