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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12.26 저물어 가는 시간 10
느낌과 기억의 기록2013. 12. 26. 21:25

2013년 12월 26일. 내가 본 해질녘 하늘의 빛은 크림이 섞인 갈색 같기도 하고, 오묘한 것이 붉은 빛이 감돌고, 약간은 장미 향이 날 것 같기도 했던.
한해를 마감할 시간을 따로 마련해야 한다는 핑계를 위해 시간을 냈다. 한해를 마감할 시간이란 고작 2014년 플래너를 구입하는 것이었다. 그것이 저물어 가는 한 해를 마무리 하는 수단이 될 수 있을까. 아이러니 하게도 마감을 위해 시작을 한다.
돌아보면 모두가 새로운 경험들이었다. 첫 직장, 처음 만난 사람들, 처음 만난 아이들, 처음 만난 교육, 처음 만난 세계…. 새롭게 관심을 가지게 된 것들이 있다면 사람, 꽃 다루기. 별건 없네.
잃은 것도 두 가지다. 하나는 책 읽는 시간, 다른 하나는 사람. 사람에 관심이 생김과 동시에 기존의 사람들을 잃어간다는 것, 이것 또한 아이러니 하다.
쏜살같이 스쳐간 시간 동안 바쁘기만 했던 난 도대체 무얼 했을까? 무엇을 위해 달렸고, 그곳에서 내가 얻은 건 무엇 이었을까? 이제는 아득해져버린 시간 속에서 무엇을 했던가. 의식적으로 기억을 헤집어 봐도 의미를 부여할 만한 것은 보이지 않는다. 특별한 듯 보이는 일들도 어쩌면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 놀라울 것 없다.  
칭찬할 만한 것은 내가 있는 자리에서 자신감이 한 뼘 자라났다는 것이다. 확신이 서는 일을 하는 것은 아니라 해도 어느 곳으로 향하는 방향 위에 놓여져 있다는 것 만큼은 확실하다.
무언가가 몹시도 그립다.
Posted by 보리바라봄